현직 법관이 노동법 국회통과절차를 이유로 헌재에 위헌을 제청한 것은 새로운 국면의 문제제기가 아닐 수 없다. 우선 법관에 의한 그같은 위헌제청 자체부터가 우리 사법 사상 초유의 일이다.또한 사법부에서 현실적으로 가장 민감한 정치적 문제랄 수 있는 법안 날치기통과 혐의에 대해 이처럼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것도 그 정치적 파장을 결코 소홀히 볼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파장이란 게 앞으로 헌재가 내릴 위헌여부 결정과는 상관없이 이미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데서 그 의미를 결코 과소평가할 수가 없다.
왜 새로운 사태가 전개되기에 이르렀는지는 사법적, 정치적 해석이 두루 가능하다. 민주화시대의 사법부역할이란 법치주의와 동의어일 수밖에 없고 국가적 현실을 외면하고서는 사법부도 설 땅을 잃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의 구속영장실질심사제 실시 등 사법부의 역할이 국민곁으로 한걸음 다가서고 있는 것도 그런 흐름을 대변하는 것이다.
아울러 이번 사태가 몇가지 사법적 문제를 제기하고 있음도 간과할 수가 없겠다.
먼저 삼권분립이 엄연한데 입법부의 고유권한인 법안심의·통과의 형식문제를 놓고 사법부가 이처럼 개입할 수 있느냐는 점을 놓고 법조계의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그리고 가처분 결정이란 시급성이 생명인데 재판부가 이번 경우처럼 그 결정은 미룬채 위헌여부를 제청하는 게 온당한가 하는 이론도 없지 않다.
법관에 의한 형식문제위헌제청이 처음인 만큼 당연히 판례가 없기에 헌재의 제청수용여부와 결정의 향방에 법조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음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일부 재조법관들이 제청 당연 주장에 맞서 이번 제청을 이례적이라고 밝히고도 있는 것이다.
헌재연구관들에 의하면 법원이 위헌을 제청할 경우 헌재는 법원판단의 전제성을 인정함을 원칙으로 삼는다고 한다. 그렇다면 사법적 논란이나 정치적 파급에도 불구, 제청을 수용해 위헌여부를 가릴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과거 날치기 법안통과 혐의를 이유로 한 국회의원이나 정당 및 이해당사 국민이 제기한 헌법소원이 결정대상이 아니란 이유로 각하됐던 것과는 대조를 이룰 수 있는 부문이다.
하지만 본안 결정과정에서 입법부의 고유영역 사안에 대해서는 위헌결정을 기피해 온 게 또다른 관행이었다는 것이고 보면 헌재의 제청수용과 결정여부가 더욱 주목되는 것이다. 과거와 다른 새로운 판례가 나올지 아닐지는 오직 헌재의 소관이기에 성급히 그 결과를 예단하거나 주장을 앞세울 수 없는 노릇이다. 다만 헌재가 국민적 관심도나 사안의 중요성에 비추어 가능한한 이른 시일안에 진지한 결정을 내려주길 당부한다.
사법부에서마저 이의를 제기하고 나선 노동법파동이 어디까지 번져나가면서 국력을 소모할 것인지가 더욱 걱정된다. 앞으로의 사법적 결정이 올바른 사태해결의 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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