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인신구속’ 운영의 묘 살려야/주광일(아침을 열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인신구속’ 운영의 묘 살려야/주광일(아침을 열며)

입력
1997.01.18 00:00
0 0

새해를 맞이하여 구속영장 실질심사제가 언론에 주요관심사로 보도되고 있다. 한 일간지는 사회면에서 신정연휴동안 법원의 영장발부율이 종래 93%에서 70%로 크게 낮아졌다는 기사에 「구속관행 파괴」라는 제목까지 달고 있다.1월1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구속영장 실질심사제는 변경된 인신구속제도중의 하나다. 이 외에도 개정 형사소송법은 피의자나 피고인의 인권을 최대한 보호하기 위하여 체포영장제와 보석의 적용범위를 기소전까지 확대하는 보증금납입조건부 피의자석방제 등 획기적인 제도들을 새로이 도입하고 있다.

우리나라 형사소송법은 54년 제정·공포된 이래 40여년간 7회에 걸쳐 크고 작은 개정이 있었다. 그러나 우리 형사소송법이 그동안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영역에서 진행된 발전과 민주화에 따라 변화된 사회현실 및 신장된 국민의 인권의식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채 국민의 기본권을 충실히 보장하여 주지 못한다는 비판이 계속 있어왔고 법개정의 필요성이 다양하게 제기되어 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렇게 변화한 사회현실과 국민의 향상된 인권의식에 발맞추어 문민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사법제도의 개혁을 도모하여 인신구속절차에 있어서 가히 혁명적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는 개정 형사소송법안을 마련함으로써 수사절차상 피의자의 인권이 더욱 보장받게 되었다. 새로운 인신구속제도의 시행으로 형사사법제도의 운영과 실무관행에도 커다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정부는 95년 1월 유엔고문방지협약에 가입하여 인원옹호 의지를 국내외에 천명하였고 국제적인 인권신장 활동에도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등 인권보장과 관련된 법적·제도적 장치에 있어서 소위 인권선진국들에 비해 손색이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우리 국민 모두가 긍지를 가질 만한 일이라 생각된다.

그런데 실질적인 인권보호를 위하여는 이와같은 제도의 정비 못지않게 그 제도의 효율적이고도 슬기로운 운영이 요구된다고 할 것이다. 특히 금년부터 시행된 새로운 인신구속제도에 있어서는 그 운영을 잘못할 경우 경제적으로 부유하거나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은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으므로 불구속이 되고, 경제적으로 빈곤하거나 사회적 지위가 없는 사람은 구속될 위험성이 크다고 할 것이다.

범죄자를 처벌하는 것은 개인을 미워해서라기 보다는 그가 저지른 범죄행위를 단죄함으로써 사회의 법질서를 유지하고 나아가 범죄피해자 및 법을 지키는 선량한 대다수 시민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서이다. 따라서 이번에 새로 시행되는 구속영장 실질심사제도는 그 운영에 있어서 피의자의 인권보호와 더불어 피해자의 인권보호도 고려되어야 할뿐만 아니라 형사사법절차의 양대 이념인 「인권의 보장」과 「실체적 진실 발견」이 적정하게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신중을 기하여야 할 것이다.

아무리 좋은 취지의 제도라 하더라도 시행 초기에 제대로 정착되지 않으면 그 의미가 퇴색되어 사상누각이 되기 마련이다. 특히 구속영장 실질심사제에서 그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는 것은, 피의자의 인권보호에 치우친 나머지 피해자들의 억울하고 딱한 처지를 외면하는 경우 새로운 제도는 형사사법절차로서의 기능을 상실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마땅히 구속되어야 할 사람은 반드시 구속하도록 하고, 불구속되어야 할 사람은 과감히 불구속하도록 하는 확고한 관행을 정립하여 형사사법의 정의를 실현해야 한다. 이를 위하여는 법원이나 검찰, 수사기관은 물론 우리 국민 모두가 깊은 관심을 갖고 중지를 모아 운영의 묘를 이루어 나가는데 합심하여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