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단력과 추진력. 정치 지도자의 덕목으로 가장 많이 꼽히고 있는 것이 이 두가지다. 옛날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그런 자질을 높이 쳐주고 있는 것이 우리의 일반적인 국민정서다. 그러나 정치 경제가 함께 잘 발전돼 있는 선진국에서는 사정이 좀 다르다. 미국의 닉슨 전 대통령은 그의 회고록에서 정치 지도자의 가장 중요한 자질로 결단력과 설득력을 꼽았다.결단력은 우리와 같은데 추진력과 설득력이 다르다. 나라의 운명이 걸려 있는 중대한 사안을 결정하는데 결단력이 필요한 것은 어디서나 사정이 마찬가지인 모양이지만 결단을 내린 사안을 실행해 나가는 과정은 차이가 있다. 한쪽은 그냥 강력하게 추진해 나가는 것이고 다른 한쪽은 설득을 중시한다. 이해와 동참을 촉구하고 거기서 힘을 얻는 것이다.
그 차이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우리는 권위적인 풍토에 길들여져 있고 선진국들은 민주적인 것을 선호하기 때문일 것이다. 권위적인 지도자와 민주적인 지도자, 보스와 리더의 차이 같은 것이다.
리더는 사람을 인도하고 보스는 사람을 부린다. 개성과 창의와 자율을 중시하는 사람들은 리더를 선호한다. 오랫동안 「통치」에 길들여진 사람들은 믿음직한 보스를 원한다. 일을 시키고 책임도 져주는 사람이 좋은 것이다.
우리의 국민정서가 아직도 보스에 대한 향수를 버리지 못하고 정치 지도자들도 그런 쪽으로 자질개발에 힘쓰는 모양이지만 그러나 이제는 시대적 상황이 달라졌다. 권위주의적 통치로는 다스릴 수 없는 세상이 됐다.
최근의 시국상황도 결단을 한 부분보다 추진을 하는 부분에서 문제가 된 측면이 더 많다. 정부 스스로 홍보가 부족했다고 말하는 것은 결국 설득이 부족했다는 얘기다. 정치 지도자들도 이제는 시대가 달라진 것을 알고 이번 사태에서 교훈을 얻었으면 좋겠다.<논설위원실에서>논설위원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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