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수회담·노동법 재개정 신축 입장 눈길신한국당 이홍구 대표는 16일 연두기자회견을 통해 노동계 파업사태와 관련, 「단계적 대화추진」을 정치적 해법으로 제시했다. 총무회담―3당3역회담―영수회담 등으로 이어지는 여야대화를 통해 전제조건없이 노동법 문제를 논의하자는 것이다.
그는 또다시 노동계에 즉각적인 TV토론을 제의하는 한편 『노동법 개정으로 초래될 수 있는 불이익을 최소화하기 위해 앞장서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기업과 정부·정치권이 고통분담에 앞장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대표는 노동법 개정에 따른 민심이반 현상을 고려한 듯 특유의 스타일대로 부드러운 어법을 구사하며 「대화와 타협을 통한 해결」을 유난히 강조했다.
이대표의 회견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영수회담 개최와 노동법 재개정 문제에 대해 종전보다 다소 신축적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그동안의 입장은 「영수회담 불가」에 비중이 두어졌으나 이번 언급은 「조건부 수용」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완구 대표비서실장은 『이대표의 발언은 영수회담 개최 가능성을 열어놓겠다는데 의미를 부여해야한다』면서 『대화재개의 조건이 까다로운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와함께 이대표가 공식적으로는 「노동법 재개정 불가」입장을 밝혔으나 『우리 입장을 야당측에 강요할 생각은 없다』고 말해 협상과정에서 야당의 독자적 대안제시를 전제로 재심의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해석도 제기되고 있다.
이대표가 이같은 해법을 제시함으로써 온건한 이미지를 새삼 부각시켰고 당대표로서의 체면도 어느 정도 회복했다는 시각도 있다. 영수회담문제 등은 청와대측과 조율을 거친 것으로 알려져 청와대의 입장이 종전과는 달리 다소 유연성을 띨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당대표로서 선택의 폭이 좁아 현실성있는 카드를 제시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적지않다.<김광덕 기자>
◎야권 반응/“해결책 제시못한 대화제스처에 불과”
국민회의와 자민련 등 야권은 16일 이홍구 신한국당대표의 연두기자회견에 대해 일제히 논평을 내고 국가위기에 대한 해법을 담지못한 피상적인 내용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국민회의 정동영 대변인=이대표가 노동법 재개정 불가를 고수하며 대화로 풀자고 당3역회담을 제의한 것은 기본자세는 변치않고 제스처만 바꾼 것으로 난국수습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못한다.
날치기처리의 정상화없이 국회정상화는 논리적으로 맞지않으며 문제해결능력은 김영삼 대통령에게 있으므로 첩경은 영수회담 수락이다. 지난해 3차례나 방송사의 토론을 거부한 이대표의 노조와 TV토론 제안은 기만적이고, 노동법을 보완키위해 특별법을 만드는 것 역시 앞뒤가 바뀐 것이다. 우리당은 노동법등의 재심의, 영수회담, 공권력투입중지 등 3원칙을 여권이 수락할 때 예비접촉으로 총무간 접촉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자민련 안택수 대변인=파업시국에 대한 해법이 무성의한데 대해 실망과 개탄을 금할 수 없다. 노동법 재개정의사없는 3당3역회의 개최는 여당의 대화제스처에 불과하기에 거부한다. 신한국당이 날치기처리한 노동관계법 등을 철회, 백지화하고 국회에서 재심의한다면 3당3역회의를 수용할 수 있다.
이대표가 영수회담을 미룬 것은 김대통령이 한일정상회담을 마치고 귀국, 외교성과를 설명하는 자리에서 「섞어찌개」영수회담 개최를 구상하고 있는 것같아 불쾌하다. 하루빨리 영수회담에 응하고 엉터리로 처리한 노동법을 철회하는 전환없이는 비상사태는 전혀 해결될 길이 없다.
◇민주당 권오을 대변인=날치기처리된 노동관계법의 재개정이 전제되지 않는 모든 제안은 허구일뿐이다. 이대표의 기자회견은 해결책은 제시하지 않은채 청와대 눈치보기의 재탕·삼탕일뿐이다.<권혁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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