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를 택했지만 평화를 원했고/마오쩌둥 조차 ‘교과서’로 삼았던 아일랜드 독립영웅 ‘마이클 콜린스’/그의 진홍빛 사랑과 저항의 삶영화감독 닐 조던의 생명은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힘에 있다. 그는 요란한 형식미를 추구하는 스타일리스트가 아니다. 현란한 화면과 음악 혹은 재치로 승부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에게는 어느 누구도 따를 수 없는 독특한 이야기 구조를 만들어 내는 능력이 있다.
한때 소설가로도 활동했던 그의 시나리오는 단연 빛난다. 「크라잉 게임」(92)은 백인남자와 흑인남자의 우정 그리고 동성애 흑인남성의 사랑속에 아일랜드 반군의 저항과 어린 시절의 동화가 어우러지는 절묘한 이야기 구조. 영화가 끝나는 순간까지 관객의 호기심을 한순간도 놓아주지 않는 마력의 작품이다. 95년의 할리우드 진출작 「뱀파이어와의 인터뷰」에서도 그의 실력은 아카데미 각본상 수상으로 입증받은 바 있다.
지난해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 및 남우주연상에 빛나는 신작 「마이클 콜린스」(18일 개봉) 역시 내러티브(서사구조)의 힘으로 관객을 빨려들게 하는 영화다. 아일랜드 태생의 닐 조던은 「크라잉 게임」에서 영국의 탄압을 받던 조국의 처지를 사랑이야기의 배경으로 슬쩍 언급했지만 이번에는 마이클 콜린스(리암 니슨)를 내세워 본격적으로 이야기한다.
『82년 데뷔 이전부터 이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고 싶었다』는 말처럼 그는 탄압받던 자기 민족의 역사에 대해 할 말이 많았던 듯. 1910년대 아일랜드 반군의 테러 영웅이었던 마이클 콜린스를 주인공으로 한 이 영화는 저항의 일생을 살았던 그의 활약을 쉴 새 없이 쏟아놓는다. 마오쩌둥(모택동)과 체 게바라가 게릴라 전술의 교과서로 삼았다는 마이클 콜린스 테러단은 끊임없이 영국인들을 죽이고 또 맞서서 싸운다. 결국 영국은 협상을 제안하지만 그 결과는 남부 아일랜드만의 독립이었고, 다시 남북간의 내전이 벌어지면서 그는 내부의 알력이 낳은 음모로 죽는다.
긴박하게 진행되는 영웅의 활약 속에서 관객들은 닐 조던이 이야기하려했던 아일랜드의 오늘을 낳게한 역사를 배울 수 있다. 그리고 역사 속에서 살아남았지만 당당하지 못했던 자와, 폭력을 사용했지만 진정 평화를 원했던 자의 아까운 죽음의 대비 속에서 진정한 영웅이 누군지도 읽을 수 있다. 「쉰들러 리스트」에서 유머러스하고 로맨틱하지만 허구적인 성격이 강했던 영웅 쉰들러로 나왔던 리암 니슨 역시 강렬한 캐릭터를 맡아 최고의 열연을 보인다.
그러나 영화는 역사에 대한 정답을 지나치게 설교조로 이야기한다. 영웅의 사랑이야기를 끼워넣기 위해 등장한 연인 줄리아 로버츠 역시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어정쩡하게 서 있다. 박진감 넘치는 화면과 뚜렷한 주제의식이 이를 압도하기는 하지만 흥미를 원하는 관객들에게는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이다.<이윤정 기자>이윤정>
▲정재형(영화평론가)피보다 진한 감동의 아일랜드 독립운동사 ★★★☆
▲양윤모(〃)쉰들러 리스트를 뛰어넘는 리암 니슨의 연기와 줄리아 로버츠의 변신이 생명력을 넣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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