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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무장관의 외국어실력(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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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무장관의 외국어실력(지평선)

입력
1997.0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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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원에서 현재 인준청문회가 진행중인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은 첫 여성국무장관일 뿐 아니라 러시아 말을 할 줄 아는 첫번째 미국무장관이다. 그의 모국 체코어는 말할 것도 없고 폴란드어와 프랑스어도 유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제 외교무대에서 사사건건 마찰을 일으키고 있는 프랑스와의 관계를 매끄럽게 요리해 나가는 데 그의 프랑스어가 크게 한몫을 하리라는 것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처음에는 히틀러의 나치독일에 의해, 두번째는 스탈린의 소련공산당에 의해 박해를 받아 어린 나이에 아름다운 조국을 등지고 마침내 낯선 땅 미국에 정착하지 않을 수 없었던 그는 인권과 언론자유를 탄압하는 독재정권의 폭력에 민감하다. 국제정치학자로서 그가 써낸 저서와 논문이 대부분 이 문제를 다루고 있다.

그의 반독재 노선은 체코 민주혁명을 이끈 극작가 하벨 대통령에게서 깊은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브라이트의 이런 전투적 자세는 동유럽과 아랍권, 아프리카와 중남미, 중국과 북한을 포함한 동아시아 각국 권위주의 정권과 맞부딪칠 때 적지않은 파열음을 낼게 뻔하다. 그럴 때 그의 외국어 실력은 사태를 파국으로 몰아가지 않게 하는 윤활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15일 열린 한일 외무장관회담은 이달 말께 있을 양국 정상회담을 위한 사전조율 성격의 회담이었으나, 우리 국민에게는 일제 종군위안부 위로금지급 문제가 관심사의 하나였다. 정식 외교현안으로 취급하기 어려운 이런 문제일수록 두 외무장관 사이의 격의 없는 대화가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우리의 유종하 장관은 일본말을 모르고 일본의 이케다(지전행언) 장관은 영어를 모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통역이 없을 때 두 사람이 어떻게 의사를 소통했을지 궁금하다.<논설위원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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