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파의원 집중공격 받을듯차기 유엔주재 미국대사로 내정된 빌 리처드슨(49) 하원의원이 그동안 북한, 쿠바 등 공산정권의 지도자들을 상대로 벌여온 비공식 외교활동을 둘러싸고 이달 말께로 예정된 의회 인준 청문회에서 곤욕을 치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청문회를 주도할 제시 헬름스 상원 외교위원장(노스 캐롤라이나·공화)은 쿠바, 북한등에 대한 미국의 포용정책에 반대하는 입장을 취해 온 강경 보수파의 기수다. 헬름스 의원은 현재 북·미관계의 기반이 되고 있는 제네바 기본합의에 거부감을 표시하면서 북한에 대한 고립정책을 선호하고 있다.
리처드슨은 94년말 미군헬기 격추사건 당시 북한과 보비 홀 준위의 석방교섭을 벌인 것을 비롯해 지금까지 3차례에 걸쳐 북한을 방문한 바 있다. 지난해 11월말에는 북한에 간첩혐의로 억류됐던 한국계 미국인 에반 헌지커의 신병을 인수받았으며 소위 「강석주라인」을 가동해 잠수함 사건에 대한 북한의 사과를 끌어내는 데도 상당히 기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헬름스 의원을 비롯한 외교위의 공화당의원들은 리처드슨의 이같은 대북 행보가 미국의 국익과 합치되는지의 여부를 집중추궁할 것이 뻔하다. 헬름스 의원은 또 쿠바에 대한 목조르기를 목적으로 한 이른바 「헬름스―버튼법안」의 입안을 주도한 바 있는데 리처드슨은 이 법안에 반기를 들었던 86명의 의원 가운데 한사람이다. 히스패닉계인 리처드슨은 지난해 1월과 2월 두차례에 걸쳐 쿠바를 방문한 바 있으며 1차 방문때는 헬름스가 혐오해 온 피델 카스트로 국가원수와 회담을 갖기도 했다.
공화당내 일부 매파의원들은 리처드슨이 쿠바, 북한등의 공산정권 지도자들을 상대로한 비공식 외교를 통해 이들의 입장을 강화해 주고 있다고 비난해 왔다. 하원 정보위 소속인 리처드슨은 이같은 비난을 의식해 북한, 쿠바 방문시 군용기를 이용해 왔다. 백악관은 리처드슨 의원의 외교행각을 둘러싼 더이상의 잡음을 방지하기 위해 인준 청문회가 열릴 때까지는 대외정책에 대한 사적인 입장표명을 유보하라는 함구령을 그와 측근들에게 내려놓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논란에도 불구, 리처드슨이 상원의 인준을 받아내는 데는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도 리처드슨이 다선 의원출신인데다 공화당측의 유엔개혁 요구에도 공감을 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상원 외교위의 공화당소속 의원들이 중앙정보국(CIA) 국장지명자인 앤터니 레이크에 대한 인준저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어 리처드슨에 대한 청문회는 의외로 순항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워싱턴=이상석 특파원>워싱턴=이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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