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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수/일상속 인간의 정체성 탐구(97년을 뛰는 감독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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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수/일상속 인간의 정체성 탐구(97년을 뛰는 감독들:3)

입력
1997.0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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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1,302’선 음식 ‘학생부군신위’선 죽음/촬영중인 ‘산부인과’선 병원서 벌어지는 온갖 행태통해 탄생의 의미·여성본질 다뤄올해 한국영화 감독 인맥의 두 흐름. 유학파·조감독 출신의 젊은 신인들과 방송에서 연출 실력을 발휘한 PD 출신들로 크게 나눠진다. 고석만 김종학 이현석 황인뢰 이장수 이진석 이현석씨가 방송에서의 명성을 업고 영화계로 뛰어들었다. 이진석씨의 「체인지」(18일 개봉)를 신호탄으로 이들은 모두 올해에 첫 작품들을 내놓는다.

거슬러 올라가면 「성공한 PD 출신 감독」은 88년부터 영화에 전념한 박철수(48)씨가 있다. 비록 상업적으로 큰 성공은 못했지만, 그는 매체의 차이, 방송 카메라와 35㎜영사기의 차이를 보기좋게 극복했다. 『영상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때문에 앵글부터 다르다』는 그가 14일부터 천안의 한 병원에서 「산부인과」촬영을 시작했다.

독립영화를 고집해온 그가 MBC 시절 동료였던 김종학씨가 운영하는 영화사 「제이콤」과 손을 잡은 첫 작품이다. 박감독의 영화 「301, 302」출연 이후 2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황신혜 주연의 「산부인과」는 산부인과를 찾는 여자들이 벌이는 온갖 행태들을 대조적인 성격의 두 여의사(황신혜, 방은진)를 통해 비껴 보거나, 엿본다.

『아주 짧은 얘기들이 이어진다. 등장인물에게는 절실한 문제지만, 관객들은 3류 주간지를 읽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남아선호 낙태 임신 등으로 영화는 탄생의 의미와 여성성의 본질을 건드린다』

그의 영화가 추구하는 「일상성으로 포착하는 인간의 정체성 탐구」와 같은 맥이다. 그 매개가 「301, 302」는 음식, 지난해 백상예술대상 대상작인 「학생부군신위」는 죽음이라면 「산부인과」는 탄생이다. 제한된 공간, 짧은 촬영기간(20일 정도)이란 점도 비슷하다. 제작비도 7억원만 쓴다. 다음 작품 역시 「몸」의 정치, 사회적 의미와 관능성에 관한 관찰이 될 것이라고 한다.

『우리영화는 너무 스토리에 빠져있다. 그러나 영화는 이야기 듣기가 아니라 상황을 통해 사람 보기이다』 이 때문에 혼자 힘으로 영화를 만들고 배급하고 홍보하는 1인 3역을 고집했다. 결과 그만의 독특한 색깔을 찾아냈지만 그의 영화는 늘 흥행부진이란 쓴 맛을 봐야했다.

제이콤에게 제작 배급을 의뢰한 것도 그 원인이 「영화 알리기」의 부족이라고 생각해서였다. 『나도 이제는 관객을 갖고 싶고, 이번에는 자신있다』는 박철수 감독은 외국처럼 PD들이 영화에 뛰어드는 현상을 반긴다. 그들이 둘사이의 메커니즘의 차이만 극복한다면, 정확한 눈으로 세상을 아주 섬세하게 포착할 수 있다고 믿는다.<이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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