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실업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경기침체로 일자리가 줄어드는데다 정부는 저성장도 감수하겠다는 입장이어서 고용에 대한 불안감이 점차 가중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실업률은 물론 올해 전망치도 2%대에 그쳐, 실업률이 현실과 큰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발표하고 있는 현행 실업통계방식의 허와 실을 전문가들을 통해 진단해 본다.<편집자 주> ◎긍정입장/윤형백 통계청 사회통계과장/ILO 공통기준 적용 매달 현장조사/‘체감’과 괴리는 특정계층 편차 탓 편집자>
실업률 통계는 통계청이 국제노동기구(ILO)권고에 따라 매월 실시하는 경제활동인구조사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이다. 이 조사는 전국을 대표할 수 있도록 추출된 약 3만4,000가구에 살고 있는 만 15세이상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매월 15일이 포함된 1주간의 경제활동상태와 산업 직업 취업시간 등에 관한 항목을 정규 조사요원이 조사대상가구를 직접 방문해 이뤄진다.
취업자에는 1주일동안 1시간이상 일한 사람, 조사대상 주간중 수입은 없었지만 자기 가족이 경영하는 사업체에서 18시간이상 일한 사람이 무급가족종사자로서 포함되고 있다. 이는 ILO 등 국제기구가 정한 공통적인 기준으로 미국 일본 대만 등 고용통계를 작성하는 모든 나라에서 적용되고 있다.
실업자란 조사대상기간인 1주간에 수입있는 일에 전혀 종사하지 못한 사람이 이 기간동안 실제로 일자리를 구해보았고, 일이 있을 경우 그 일에 즉시 취업이 가능한 사람을 말한다. 미국과 대부분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은 실업률 산정시 구직활동기간을 4주간으로 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같은 구직활동기간 기준의 차이때문에 우리나라의 실업률이 낮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그러나 구직활동기간을 1주간에서 4주간으로 늘리더라도 실업률은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왜냐하면 과거에 구직활동을 해오다가 지난 1주간에 일기불순, 구직결과 대기, 일시적인 병, 자영업 준비 등의 불가피한 이유로 구직활동을 못한 경우에도 실업자에 포함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OECD가입에 따라 구직활동기간을 4주간으로도 파악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우리나라 실업률(전년 동기대비)은 93년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다가 처음으로 96년 11월에 2.0%로 95년 11월의 1.8%에 비해 0.2%포인트 증가했다. 실업률 2.0%는 국민 전체의 평균실업률일 뿐이다. 이를 세분하여 보면 대졸이상 실업률은 2.5%이며, 특히 20∼24세 연령계층에 속하는 대졸남자는 12.9%의 높은 실업률을 보이고 있어 실제로 20대초반의 고학력실업자를 주변에서 자주 접하는 사람이 피부로 느끼는 실업률은 정부가 발표하는 실업률과 상당한 차이를 보일 수 있다.
이와함께 여성들이 직장을 얻기가 어려워 구직을 포기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들이 실업자에서 빠지기 때문에 실업률이 낮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이 육아 및 자녀교육문제 등으로 적극적인 구직활동을 하지 않고 있어 ILO기준상 실업자에 포함되지 않는다. 다만 그동안 우리나라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계속적으로 증가하여 왔으나 아직도 선진국보다 낮게 나타나고 있으며, 이를 높이기 위해서는 여성고용 할당제 및 재고용제도 도입, 탁아소시설 확대 등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의 특성을 파악할 수 있도록 조사항목을 개선시켜 나갈 예정이다.
◎부정입장/김성식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실업자 정의 엄격·잠재숫자 간과 등/조사방법 미흡 과소추계 가능성
온도계의 온도와 체감온도가 다르듯이 정부의 각종 경제지표와 일반인의 체감지표 사이에는 늘 괴리가 있게 마련이다. 이같은 괴리는 각 개인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게 느낄 수 밖에 없는 체감지표의 객관성과 과학성의 결여에서 오기도 하지만 조사의 한계, 조사방법 등의 불완전으로 인해 경제지표가 특정경제현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함으로써 발생할 수도 있다.
고용사정을 총량적으로 나타내주는 실업률통계도 예외는 아닌 듯하다. 실업률은 조사방법, 우리나라의 특수여건, 실업급여 등 사회보장제도 미흡 등으로 실제 실업상태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과소 추계될 가능성이 있다.
첫째, 실업률 조사방법에서 기인하는 오차를 들 수 있다. 대부분의 OECD국가들은 「최근 4주동안 한 번이라도 구직활동을 한 사람」을 실업자로 정의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조사기간이 포함된 1주간을 기준으로 하고 있어 실업자 정의가 더 엄격한 편이다.
둘째, 우리나라는 자영업이나 가업종사자가 많아 전체 취업자중 남에게 고용되어 있는 피용자비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히 낮은 점도 실업률이 실제보다 과소평가될 소지가 있는 부분이다. 94년기준으로 각국의 피용자비율을 보면 우리나라는 62.0%로 대만 68.9%, 일본 81.1%, 싱가포르 86.3%, 독일 89.3%, 미국 91.5% 등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셋째, 실업급여가 지급된지 불과 6개월정도밖에 안되는 등 실업자가 자신의 실업상태를 밝힐만한 사회보장적 측면의 유인이 적은 점도 지적할 수 있다. 최근 실업급여 신청자가 급증하고 있고 경총의 고급인력정보센터에 구직희망 인력이 몰리고 있다는 사실은 그동안 실업급여 미지급이나 취업정보 부족 등으로 드러나지 않았던 잠재실업자들이 앞으로는 노동시장에 실제 실업자로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암시해주고 있다.
넷째, 경제활동참가율이 선진국에 비해 크게 낮은 점을 들 수 있다. 우리나라는 남성위주 고용문화와 남북대치 등 특수한 여건상 경제활동인구에서 빠지는 전업주부, 취학 군입대 등에 따른 비경제활동인구가 상대적으로 많을 수 밖에 없는 측면이 있지만 이 가운데는 근로조건이 맞지 않거나 적당한 일자리는 찾지못해 아예 구직활동을 포기하는 실망실업자도 적지 않을 것이다. 경기침체로 고용사정이 어려워져 불완전취업자, 비정규직 인력을 중심으로 실직이 증가할 경우 이들이 실업자로 잡히지 않고 가사인구 등으로 편입되면서 비경제활동인구가 크게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이같은 요인과 함께 명예퇴직현상 정리해고 등이 확산될 경우 올해는 지표실업과 체감실업의 괴리가 더욱 확대될 것이다. 정부의 공식 경제지표가 모든 체감지표를 다 반영할 수는 없겠지만 일반 경제주체들은 체감지표에 따라 의사결정을 하기 때문에 정책 타이밍과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그 격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정부 올 2.4∼2.5% 전망 수치상 ‘완전고용 상태’/1주일 1시간 노동도 취업분류 “통계상 맹점” 지적
정부는 올해 실업률을 2.4∼2.5%로 전망하고 있다. 실업률 2.5%이면 실업자는 대략 50만명이다. 15세이상 65세미만 생산가능인구가 3,279만명인 점을 감안하면 일할 수 있는 사람 100명중 1.5명정도만 실직상태에 있는 셈이다. 이같은 수치대로면 정부의 설명처럼 완전고용상태나 다름없고, 실업문제를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 실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중 우리나라의 실업률이 가장 낮다. 90년들어 문민정부 출범첫해인 93년에 2.8%로 최대치를 기록했을뿐 나머지 해는 2.0∼2.4%대에 그쳤다. 지난해도 2.0%(추정치)로, 독일과 프랑스의 10.8%, 12.7%(작년 12월 현재)에 비하면 5분의 1 또는 6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근로자들의 고용불안감은 그러나 수치이상이다. 지난해 명예퇴직제 실시로 직장을 잃은 사람과 신규채용동결로 일자리를 찾지 못한 취업예비생들이 전년보다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의 고용동향을 보면 제조업 취업자는 전년 같은기간에 비해 12만명이 감소했다. 이 기간중 취업자는 전체적으로 44만명이 증가했으나 상용근로자가 3만9,000명이 줄어든 대신 임시직이 21만명, 일용직이 12만1,000명이 늘어나는 등 고용상태가 불안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계는 이에따라 현행 조사방법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행 통계기준상 1주일에 1시간만 일하면 취업자로 분류되는 것이 실업률통계의 가장 큰 맹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 전업주부나 대졸여성중에는 일자리가 없어 구직을 포기한 사람이 많은데도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돼 실업자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
반면 정부는 국제노동기구(ILO)의 기준에 따라 조사하고 있다며 이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재정경제원 관계자는 『자영업자 등 불완전취업자의 비중이 높고, 실업지수가 경기보다 9∼10개월 늦게 반영되기 때문에 체감지수와 괴리감을 느낄 수 있으나 하자는 없다』며 『다만 고용통계 전반에 관한 개선방안을 마련중』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실업률 지수에 대한 논란이 해소되지 않는한 정부정책에 대한 신뢰감도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정부의 개선방안이 주목된다.<정희경 기자>정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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