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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내 고학력 취직대란”(고실업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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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내 고학력 취직대란”(고실업시대)

입력
1997.0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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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졸자 늘고 신규채용은 주춤/인문 사회계·석사에겐 더 좁은문/휴학·해외연수 등 ‘도피’ 늘어요즘 대학 3, 4년생들은 흔히 이런 말을 주고받는다. 『졸업하면 뭐 할래』 『글쎄, 아직 대책이 없어. 오라는 데도 없고. 휴학하고 어학연수나 떠나버릴까. 그러면 취업할 때도 유리하잖아. 정말 걱정이야』

대졸이상 고학력자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기업들이 경기불황과 경영합리화를 내세우며 신규인력 채용규모를 대폭 감축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취업문이 갈수록 좁아지고 있는데 반해 대졸자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는 것도 구직난을 부채질하고 있다. 지방대나 비명문대, 인문·사회계열일수록 사정은 더욱 딱하다.

『교육구조와 고용시장의 「궁합」에 문제가 많습니다. 지난 83년 대졸자는 7만3,000여명에 불과했으나 98년에는 18만여명으로 늘어 납니다. 취업희망자는 3배 가량 느는 것이지만 경제규모가 그만큼 커지지는 않잖아요. 사람은 많지만 정작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은 부족한 것도 사실입니다』

전국대학 취업지도자협의회장인 정상기 목포대 장학실장은 고학력자의 실업문제를 이렇게 진단하면서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2, 3년내에 고학력자의 구직대란이 닥칠 것』이라고 말했다.

취업정보 전문기관인 리크루트의 유제흥 과장은 『30대 그룹을 기준으로 올 상반기 대졸 이상 고학력자 신규채용 규모는 지난해에 비해 10%정도 줄어 들고 앞으로 당분간 그런 추세는 계속될 것』이라며 『취업 재수생들이 급격히 늘고 있는 것도 그 반영』이라고 말했다. 대기업들이 92년부터 95년까지 대졸자 신규채용 인원을 연평균 10∼15%씩 늘려 온 점을 감안하면 피부로 느끼기에는 취업문이 20% 이상 좁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대기업 인사담당자의 말은 다르다. 신규채용 규모가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나 「대폭」은 아니라는 것이다. 예전에는 신입사원 숫자로 기업전체의 인력규모를 조정했으나 이제는 이를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장치」가 새로 생겼기 때문이라고 했다. 정리해고제나 대체근로제가 발효하면 굳이 신규채용 규모를 축소하지 않더라도 인력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게 됐다는 얘기였다.

『신세대의 직업관도 고학력 실직자 양산의 한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자신의 적성과 흥미에 맞지 않으면 쉽게 그만두고 조직에 얽매이기를 싫어하지요. 일부 기업에서는 입사후 1, 2년만에 그만두는 신입사원 비율이 10∼15%에 달하기도 합니다』

H그룹 인사관계자의 말이다. 그는 『고학력 구직난이 심화하면서 석사 학위 소지자들이 대졸출신보다 더 타격을 받고 있는 것 같다』며 『생산성 향상 및 인건비 절감을 위해 굳이 고임금을 지불하고 석사인력을 쓸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기업이 석사출신을 기피하는 또다른 이유는 그들이 이론면에서는 대졸자보다 앞설지 모르나 실제 일처리에 있어서는 별반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학벌차로 인해 팀워크를 해칠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도 있다.

지난해 K대 대학원 경영학과를 졸업한 이모(31)씨는 『명문대를 졸업했는데도 취업을 못해 주위의 시선이 따가왔다』며 『그렇다고 아무데나 취직할 수도 없고 좀 더 공부를 하면 취업조건이 나아질 것같아 대학원에 진학했지만 결과는 오히려 정반대』라고 말했다.

석사학위 소지자의 구직난은 대학원 석사과정 입시판도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97학년도 서울대 대학원 신입생 모집결과 인문대 모학과에서는 합격자 11명 전원이 다른대학 출신 학생으로 채워졌다. 인문대학 모학과의 조교는 『인문 사회계열의 경우 40% 정도가 다른 대학 출신자로 충원된 것으로 알고있다』고 말했다.

95년 지방의 K대 대학원 인문계열을 졸업한 뒤 현재까지 3번이나 직장을 옮긴 박모(31)씨는 이렇게 말한다. 『마땅하게 갈 때도 없었지만 오라는 데는 더욱 없었습니다. 대학원을 나온 석사들간에도 학교수준을 따지는 형편이라 비명문대 대학원 출신은 오히려 진로가 대졸자보다 더 좁아요. 저도 그 때문에 자주 직장을 옮기지 않았나 하는 생각입니다』<김성호 기자>

◎중소 기업은 오히려 사람이 없다/3D기피 심리에다 대기업과 임금격차 심화/자금난보다 일손 더 시급

대기업에는 조기퇴직과 감량경영의 회오리가 몰아치고 있는 가운데서도 구인난을 호소하는 중소기업의 목소리는 잦아들지 않고 있다. 「대량실직과 인력난」이라는 고용시장 양극화 현상이 새로운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중소기업의 인력부족률은 6.04%에 이른다. 외국인 산업연수생을 받아 들이고 병역특례자를 우선 배정받고 있지만 중소기업의 인력부족률은 떨어질 기미가 없다.

최근 기업은행이 2,870개 중소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경영악화의 원인으로 「인력부족」을 꼽은 응답자가 전체의 28.8%로 가장 많았다. 이는 「인건비 상승」(27.7%)이나 「원자재 가격 상승」(22.8%)보다 높은 수치다. 또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지난해 전국 12개 시도지부를 통해 접수한 「중소기업 애로상담 현황」에 따르면 전체 상담건수 가운데 인력난을 호소하는 내용이 34.1%로 자금난 관련상담(24.8%)을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고용인원이 적은 소기업일수록 인력난은 더 심각하다. 종업원 29인 이하 업체의 인력부족률은 8.13%에 이른다는 중소기업청의 조사결과도 있다.

중소제조업체가 인력난을 겪는 것은 무엇보다 제조업과 중소기업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인식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달 발표한 제조업 인력실태조사에 따르면 인력난의 원인으로 「3D기피현상」(44.6%) 다음으로 「중소기업 기피현상」(19%)이 꼽혔다. 이는 갈수록 커지고 있는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임금 격차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93년 100대 136이었던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평균임금비율은 95년에는 100대 141.7로 벌어졌다. 또 지난해부터 대형유통업체 등의 등장으로 서비스업의 일자리가 급속히 늘면서 제조업 인력의 탈출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취업정보전문기관인 리크루트의 민윤식 사장은 『국민소득 1만달러 시대에 나타나는 3D기피 현상이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3, 4년전부터 나타났다』면서 『의식의 변화가 없는 한 중소기업의 인력난은 해소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이상연 기자>

◎누구 땀으로 이만큼 살게 됐는데…/40·50대 직장인 분노/한참 돈 들어갈 나이에 평생직장서 낙오자 대접

40, 50대 중장년 직장인들이 분노하고 있다. 지난해 명예퇴직 바람이 불 때만 해도 그럭저럭 참을 수 있었다.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돌아가는 분위기도 심상찮다. 정리해고제가 시행되면 맨손으로 거리에 내몰릴 판이다. 자신의 이름이 살생부에 오르고 퇴사권유를 받으면 이를 물리칠 뾰족한 수가 없다.

중장년 직장인들에게 실직보다 무서운 것은 없다. 자녀 교육비에서 경조비에 이르기까지 돈쓸 데가 한두군데가 아니다. 재취업이나 창업의 문은 너무나 좁다. 무능력자로 낙인찍히기 십상이고 주위의 시선도 따갑다. 무엇보다 아내와 자식들에게 체면이 서지 않는다.

지난해 23년동안 근무한 H보험사에서 반강제로 쫓겨난 S(51)씨. 『현실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아요. 시대가 달라진 만큼 우리 세대의 존재가치가 떨어졌다는 것을 왜 모르겠습니까. 그래도 내 인생이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는가 하는 생각을 하면 울화가 치밉니다』

지난해 S운수에서 권고사직한 J(53·경기 과천시 부림동)씨는 「젊어서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이제 와서는 푸대접받는」 그 세대의 자화상을 울분을 섞어 묘사했다.

『잘난 사람도 있고 못난 사람도 있지만 우리 세대는 전체적으로 소모품 취급을 받았습니다. 20대에는 경제부흥의 기치 아래 피땀을 흘렸습니다. 직장을 위해서라면 가정생활을 포기하면서까지 열심히 일했지요. 국민소득 1만달러시대를 일군 것이 바로 우리세대인 셈입니다. 이제 그 노력의 대가로 최우선 실직 대상이 돼 있지요』<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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