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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시모토 아세안 순방 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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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시모토 아세안 순방 결산

입력
1997.0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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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략과거엔 입 다문채 군사대국 야심 드러내14일 끝난 하시모토 류타로(교본룡태랑) 일본 총리의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순방에서는 미래지향과 경제협력을 넘어서는 정치대화를 강조한 「하시모토 독트린」이 발표됐다. 이 독트린의 골자는 일본과 아세안 정상들간 정기대화를 통한 지역안정 모색과 대등한 협력관계의 구축이다. 그러나 역대 총리들과는 달리 하시모토 총리의 순방에선 일본의 과거 침략전쟁이나 식민지지배에 대한 반성표시는 커녕 일절 언급조차 없어 「미래지향」의 이면에는 「과거와의 결별」이 숨어있음을 알 수 있다.

77년 후쿠다 다케오(복전규부) 당시 총리가 아세안순방 때 『일본은 다시는 군사대국이 되지 않겠다』는 「후쿠다 독트린」을 발표한뒤 역대 총리들은 순방때마다 과거에 대한 반성을 언급하는게 관례로 돼왔다.

과거의 식민지지배와 침략에 반성과 사죄를 표명한다는 내용의 95년 무라야마 도미이치(촌산부시) 총리의 담화를 『계승한다』고만 밝혀온 하시모토 총리는 이 담화와 국회의 종전 50주년 결의로 과거는 정리됐다는 생각이다.

일본측은 베트남방문에 앞서 베트남측에 경제협력을 조건으로 과거 피해사실을 꺼내지 말아달라고 사전에 정지작업까지 벌였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이번 순방에서 하시모토 총리는 미·일신안보체제가 아세안지역안정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을 역설했으나 말레이시아의 마하티르 총리와 인도네시아 수하르토 대통령은 즉답을 피해 시큰둥한 반응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진다.

아세안 의장국인 말레이시아의 마하티르 총리는 또 일본과 아세안의 정상협의체 제안에도 『혼자서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며 한 발을 뺐다고 알려졌다.

중국이나 한국도 비슷한 제안을 할 가능성이 확실해 일본이 독불장군식으로 아세안과의 관계를 특화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 많다.

아세안국가들은 중국의 군사적 위협에 큰 우려를 갖고 있지만 그렇다고 일본의 군사대국화에 대해 경계심을 늦춘 것도 아니다.

아사히(조일) 마이니치(매일) 도쿄(동경)신문 등도 아세안과 일본 사이에는 여전히 거리감이 있어 과거와의 결별은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한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군대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보상문제가 돌출한데서도 드러나듯이 일본은 아직 역사로부터 자유로워질 입장이 아닌 것이다.<도쿄=신윤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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