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적인 모임만 5,000여개 30만명/건강도 다지고 스트레스도 풀고동네에서 조그만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김대환(42·서울 강동구 고덕동)씨는 열렬한 축구팬이다. 국제대회는 말할 것도 없고 국내 경기까지도 빼놓지 않고 본다. 축구경기가 있는 날이면 가게도 아내에게 맡겨버릴 정도고, 피치 못할 약속이나 일이 겹칠 경우에는 예약녹화를 해서라도 봐야 한다.
하지만 그는 「보는 것」만으로는 직성이 풀리지 않는다. 일요일이면 이른 아침부터 부산을 떤다. 동네 조기축구회 경기가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그가 속한 강동구 ○○축구단은 올해로 창단 12년째를 맞는 「전통의」 지역 강호이다. 동네 축구단답지 않게 유니폼에 선수용 축구화, 단기까지 갖추고 있다. 날 좋은 여름이면 인근 한강 둔치로 「원정경기」에 나서기도 한다. 그는 팀에서 최종수비수를 맡고 있다.
그의 아내는 일요일마다 온종일 집을 비우기 일쑤고, 가끔은 「영광의 상처」까지 입고 돌아오는 남편의 축구취미가 못마땅하기만 하다. 고등학교 2학년에 다니는 아들녀석도 도통 아버지를 따라나서려 하지 않는다. 「촌스러워 보인다」는 게 그 이유다. 대신 아들녀석은 또래 친구들과 어울려 농구를 하러 간다.
김씨말고도 우리나라에 조기축구광들은 엄청나게 많다. 전국 최대의 동호인 축구제전인 「한마음리그」 96년 대회의 참가규모는 3,000여 개 클럽에 참가인원 15만 4,000여 명. 이외에 크고 작은 모임까지 합치면 총 5,000개 정도에 30만 명 정도가 정기적인 축구모임을 가지는 것으로 추산된다.
『건강 신경 쓰느라 이 운동 저 운동 다 해봤지만 축구만한 게 없는 것 같다. 새벽공기를 가르며 이리 저리 뛰어다니는 맛은 해본 사람만 안다』 김씨의 조기축구 예찬론이다.
김씨의 말대로 아마추어 축구동호인들은 축구를 즐기는 가장 큰 이유로 대개는 「건강」을 든다. 실제 60∼90분 동안 몸을 부딪히고, 전력질주해야 하는 축구의 운동량은 만만치 않은 편.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운동량으로만 치자면 혼자서도 할 수 있는 간편하고 효과적인 종목이 좀 많은가 말이다.
소설가·극작가이면서 그 자신 조기축구회원인 주인석씨는 『축구는 스무 명이 넘는 다 큰 남자들이 비교적 「건전한」 방식으로 스트레스와 사회적 억압을 풀어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경기』라면서 『나부터가 그렇지만, 공을 차다보면 나이도, 사회적 체면도 다 던져버린 「나이든 개구쟁이」들이 되는 것 같다. 정말 애들처럼 사소한 반칙 하나 갖고서도 핏대를 올려대고, 경기 끝나면 맥주 한 잔 나눠마시며 킬킬댈 수 있는 것은 축구만이 가진 매력이고 미덕』이라고 말했다.<황동일 기자>황동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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