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시간대가 밤 10시로/금요일 밤도 준주말화/주부 위주 아침시간대엔 장년남자도 많이 보는데…/관행 못벗어난 편성전략「옷에 몸을 맞추어라?」
시청자의 생활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는데, 방송 편성은 관행에만 매달리고 있다.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셈이다.
김현주(광운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최근 방송위에 제출한 「시청자의 생활패턴과 TV편성의 상관성 연구」에서 이같이 지적했다. 김교수는 KBS가 81, 83, 85, 87, 90, 95년도에 실시한 국민생활시간 조사를 토대로 방송 3사 TV 프로그램의 편성표를 비교, 분석했다.
우선 가족시간대가 하오 8시에서 밤 10시로 변하고 있지만, 방송편성은 변함없다. 김교수는 『늦은 귀가, 늦은 취침 등 생활패턴의 변화로 15년간 밤 10시대 시청자 비율이 꾸준히 올라가고 시청자층도 두터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시간대에는 드라마만 경쟁적으로 편성되어 있어 가족 구성원의 다양한 욕구를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 드라마간 차별화를 시도하거나 드라마를 좋아하지 않는 시청자를 끌어들이는 프로그램의 편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토요휴무제의 확산으로 금요일 밤 시간대가 토요일 밤 못지않은 황금시간대로 떠오르고 있는 것도 특이한 현상. 금요일 밤을 토요일 밤처럼 즐기려는 시청자를 위해 평일 편성에서 벗어나 특별 편성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교수가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한 것은 중복편성이 판치는 특정시간대. 대표적인 것이 주말 황금시간대로 통해온 토·일요일 하오 6∼7시 10대 취향의 쇼, 코미디와 하오 8시 드라마의 집중편성. 김교수는 이같은 편성관행은 「특정시간대=특정계층의 시간」이라는 도식적인 등식에 집착, 20∼50대 시청자들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조사에 따르면 성인시청자들은 이 시간대에 TV를 보지 않는 것이 아니라 볼만한 프로그램이 없어 못보고 있다.
아침시간대 획일적인 주부대상 드라마 편성도 문제로 드러났다. 김교수에 따르면 장년층 남자시청률이 서서히 증가하고 있어 새로운 편성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밖에 ▲10∼15세 청소년이 주시청층인 평일 하오 5시대의 뉴스 편성 ▲토요일 하오 2∼5시 스포츠와 재방송 편성 일색 ▲평일 상오 6∼7시의 뉴스 편성 등도 변화하고 있는 국민의 생활패턴을 반영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김교수는 『국민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줄어들었지만, TV시청량은 오히려 늘어났다』며 『특정 연령층에만 집착하거나 모두를 잡아두겠다는 발상에서 벗어나 차별화 전략을 구사해야한다』고 밝혔다. 특히 종일방송을 앞두고 시청률 올리기에만 급급한 편성전략에서 벗어나 시청자 복지의 관점에서 프로그램 편성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SBS 이남기 편성국장은 『조사의 타당성이 의심스럽다』며 『편성전략이 시청자의 기호에만 맞추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박천호 기자>박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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