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고용불안 불식·근로자 설득”/경총 “불법파업에 엄정 법집행” 촉구노동법개정을 둘러싼 노·정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재계가 강온수를 동원해 대책마련에 나섰다. 총파업이 장기화하면서 재계는 이미 막대한 경영상의 손실을 입은 상태. 그런데다 노동계의 거센 반발에 밀려 기껏 얻어낸 정리해고 변형근로 등 신제도마저 시행령에서 유명무실화할 조짐이 나타나자 『더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재계에 확산됐다.
재계는 이에 따라 근로자들의 불안을 달래기 위한 유화책을 내놓는 한편, 불법파업에는 정면대응하겠다는 강온책을 병행하고 있다.
총파업이 확산된 뒤 줄곧 침묵해온 전국경제인연합회는 14일 낮 전경련회관에서 회장단회의를 갖고 근로자들의 고용불안을 불식시키기 위해 고용안정대책기구를 설치하겠다는 「구체안」을 내놓았다. 노동계의 반발이 불거지기 시작하던 지난해말께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설치키로 한 「고용조정위원회」와는 별도로 범재계 차원의 기업별 대책기구를 마련해 고용문제 해결의 당사자로 나서겠다는 약속이다.
전경련은 또 15일께부터 경제단체 차원에서 일간지에 일제히 노동법에 대한 광고를 게재하는 등 근로자의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경영자들이 직접 적극적인 홍보와 설득에 나서기로 했다. 노동법 개정전까지 복수노조 반대 등을 주장하며 줄곧 강경한 입장을 보여온 것에 비하면 매우 유화적인 태도변화이다. 그러나 이날 비슷한 시간에 열린 경총 주재의 재계 총파업 대책반회의에서는 강성 분위기가 기조를 이루었다. 대책반은 이날 『최근의 총파업이 근로조건에 대한 투쟁을 넘어서 정치투쟁으로 변질됐다』며 정부의 적절하고 엄정한 조치를 재차 요구하고, 『법의 기본취지에 어긋나는 시행령 제정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대책반은 또 경쟁력 회복을 위한 기업의 의지를 보다 적극적으로 표명하기 위해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경제계 결의대회」를 갖겠다고, 전례없는 결의를 했다. 「단결」을 무기로 투쟁하는 노동계에 경제계의 단결력을 보여줘 정면 돌파하겠다는 것이다. 생산현장의 파행이 계속되다가는 경제가 회복할 수 없는 국면까지 간다는 일종의 「경고」인 셈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재계가 민주노총 지도부를 집단 고발하는 등 엄정한 법집행을 여러번 촉구했는데도 불구하고, 정부가 총파업국면을 해결하기 위해 적극 나서지 않은데 대한 성토가 잇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적 손실의 당사자인 기업입장에서는 노동법 문제를 정치적인 논리로 해결하려는 정부의 대응이 마땅치 않은 것이 당연하다.
이날 전경련과 경총이 노동계 파업사태에 대해 극히 대조적인 대응방안을 제시한 것은 강온책을 병행하겠다는 의미도 있지만 정부방침이 흔들리는데 따라 재계도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기때문으로도 분석된다.<김경화 기자>김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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