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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 할당 지방대를 살리자/박찬석 경북대 총장(아침을 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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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 할당 지방대를 살리자/박찬석 경북대 총장(아침을 열며)

입력
1997.0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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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이 한정되어 있을 때, 그 배분은 항상 배반사상(확률론의 용어)이 된다. 한나라의 인구가 일정한데 서울에 많이 모이면 지방은 적고, 지방이 과대해지면 서울은 과소가 되는 이치이다. 서울의 교통체증이 텅빈 농촌의 인구와 무관하지 않고, 국가 예산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한정된 국가자원으로 나라전체의 효율을 극대화하는 것이 행정의 원리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최근 교육개혁은 바로 교육의 개방화이고, 경쟁을 유도하여 나라 안에서만이 아니라 나라 밖에서도 경쟁력을 갖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자유경쟁은 상대적 우위에 있는 서울소재 대학들의 독점을 가중시켜, 서울의 대학들은 비만이 되고, 지방은 영양실조가 되고 있는 듯하다.교육의 서울 집중현상과 서울의 인구증가, 교통체증, 물류비용의 증가, 이로써 초래되는 국가경쟁력 낭비의 문제가 얼마나 상관관계가 있는지 숫자로 조사된 바는 없다. 그러나 수도권의 인구가 우리나라 인구의 40%를 점하게 된 것과 교육의 서울 집중은 우연의 일치만은 아니지 싶다.

어느 나라건 어느 지역에서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느냐에 따라 지역 발전여부가 판가름난다. 서울 하나만을 키워서 나라전체가 발달할 수 있다면, 더욱 서울은 키워야 하고 지방의 이익은 무시할 수도 있다. 실제로 지금까지 서울의 성장 쪽으로 정책이 집중되어 왔고 서울의 과밀, 지방의 과소라는 불균형을 낳게 되었다.

요즈음 한창 입시 계절이다. 대학 갈 학생수는 일정하다. 지방학교에서는 우수학생을 서울의 대학에 보내기 위해 입시생들에게 지방대학 원서 써주기를 거부하는 사태까지 있었고, 서울의 대학들은 내용을 과대포장하여 우수학생을 서울로 몰아가니, 우수학생을 유치하려는 지방대학들은 내우외환의 곤욕을 치를 수 밖에 없다.

서울의 성장을 억제하고 지방을 키워서 균형발전을 해야한다는 논리가 지난 30년간 일관된 국가 정책이었다. 국가의 지속적인 발전은 지방의 균형적 발전 위에서만 가능하다. 그러나 각론에서 어떻게 지방을 살리느냐에 대한 실천가능한 방안은 내놓지 않았다.

지방대학을 살리는 길은 인재할당제다. 국가에서 치르고 있는 고시를 인구비례로 지방대학에서 뽑자는 제안이다. 자유경쟁이라는 개혁시대에 무슨 해괴한 발상인가 반문할 수 있다. 우리는 현재에도 많은 인재할당제를 실시하고 있다. 인구비례로 뽑고 있는 지역구 국회의원은 전형적인 인재할당제이다. 대학별 자격시험 즉 의과대학 약학대학 교육대학 등은 할당제의 성격을 가지므로 서울의 대학들과 비교하여 수능시험에서 점수 차가 나지 않는다.

서울에의 집중은 학생 수에 있는 것이 아니고 그 질에 있다. 지방에서 우수한 학생이거나 경제적 여유가 있는 지방유지의 자녀는 서울로 보내진다. 그래서 지방대학은 자존심에 심한 손상을 받는다. 인재할당제의 예상되는 효과는 우수한 고교졸업생과 지방유지 자녀의 서울 대학에 대한 선호가 줄어드는 것이다. 지방대학이 오히려 기회가 더 높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수한 고등학생이 수도권과 마찬가지로 지방대학에 분산 입학할 것이고 서울과 같은 자존심이 지방에도 살아날 것이다. 그리고 그 자부심을 가진 인재는 지역을 발전시킬 원동력이 될 것이고 지방대학간의 경쟁은 상승적 승수효과를 일으켜 국가 전체의 발전에 기여할 것이다. 대학들간의 교육의 차이는 없고, 있다 하더라도 학생질의 차이에 비하여 정도의 차이가 덜하다. 현재의 대학생 자질이 문제라면, 입법후 4년 뒤에 실시해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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