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훈은 한 집안의 가장이 일상생활을 통해 자녀들에게 주는 교훈을 말한다. 옛 중국에서 비롯된 것으로 거의가 수신제가와 가정의 중요성을 요체로 하고 있다. 가장 오래된 것으로는 남북조시대(420∼589년)의 안씨 가훈을 꼽는다. 여러 벼슬을 지낸 안지추가 「함부로 시류에 편승하지 말며 검소할 것」을 강조한 것이었다. 이 교훈은 사치와 낭비를 멀리하고 저축을 생활화하는 후세 중국인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주었다.우리도 예부터 웬만큼 이름있는 집안이면 가훈이 있었다. 가장 오래된 것으로는 김유신 집안의 「충효」, 최영 집안의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라」 등이 꼽힌다. 하지만 오랫동안 일반의 총애를 받아 온 것으로는 가화만사성 일일삼성 진인사대천명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6·25사변을 고비로 자취를 감추다시피 했던 가훈들은 80년대 후반들어 되살아나기 시작, 몇해 전부터는 가훈써주기운동으로 확산되고 있다.
식품기업인 풀무원이 지난주 제1회 가훈만들기 행사를 가졌다. 지금까지는 선조들의 가훈을 그대로 사용했던 것에 비해 창작을 원칙으로 했고 특히 20, 30대를 대상으로 했다는 데서 퍽 흥미롭다. 그 결과 「어제와 다른 오늘」 「검이 짧으면 1보 전진하라」 「1>365」 「바지랑대처럼」 「웃음짓는 여유」 등이 입선작으로 뽑혔다. 1>365는 오늘 하루의 중요성을, 검… 은 자신의 약점을 적극적으로 극복하는 의지, 바지랑대… 는 빨랫줄을 떠받치는 장대처럼 필요한 인재되기를 강조하고 있다. 매우 현실적이고 세태를 반영하듯 공격적이기까지 하다.
그러나 한가닥 아쉬움이 남는 것은 웬일일까. 효와 가정을 말할 때면 고리타분한 교훈쯤으로 여기는 젊은 세대의 사고가 그대로 반영된 것 같아서다. 특히 신세대의 이기적인 사고, 핵가족화 등이 청소년범죄를 증가시키며, 가정 정체성의 위기마저 재촉한다고 학자들은 진단한다. 게다가 감원, 명퇴바람으로 「고개숙인 아버지」가 늘고 있는 요즘이어선지 아쉬움은 사라지지 않는다.<논설위원실에서>논설위원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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