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천후·해류 바뀌어 초동방제 실패일본 서부해안에 좌초된 러시아 유조선에서 흘러나온 중유의 오염지역이 확산되면서 그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후쿠이(복정)·이시가와(석천)현 등 일본 서부 해안을 덮친 중유 기름띠는 13일 현재 이 지역 수백㎞를 오염시킨데 이어 노도(능등)반도를 넘어 북상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번 기름오염사고는 2일 시마네(도근)현 오키(은기)제도 북쪽 100㎞에서 러시아 중유운반선 나홋카호(1만3,157톤)가 좌초, 적재중이던 중유 3,700여톤이 유출되면서 시작됐다. 7일이후 후쿠이현 앞바다 암초에 얹혀있는 사고 배에서는 중유가 계속 새어나와 새로운 기름띠를 만들고 있다.
이번 사고가 이처럼 확대된 것은 일본당국이 초동방제에 실패한 탓이 크다. 좌초당시 해류의 영향으로 북상할 것으로 예상됐던 중유기름띠가 강한 서풍을 만나 동쪽으로 방향을 바꾼데다 사고 해안의 날씨가 극히 나빠 일본방재당국이 사고 초기에 전혀 손을 쓸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악천후는 방재 및 복구 작업도 어렵게 하고 있다. 일본당국과 어민들은 현재 피해를 막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기름띠가 덮친 와카사(약협)만 인근 지역의 주민들은 고급 해산물 수확철을 맞아 풍어가를 부르는 대신 긴 한숨을 내쉬고 있다.
무엇보다도 확대되는 오염 예상지역에 일본 최대인 15기의 원자력발전소를 두고 있는 일본 전력당국은 자칫 발전소 운영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을 우려, 기름띠의 진행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해수를 냉각수로 사용하는 이들 원전들은 기름띠가 접근할 경우 가동을 중단할 수 밖에 없다.
한편 러시아는 12일 기름띠와 중유제거작업을 지원키 위해 15억루블(27만2,000달러)을 지원하는 한편 4,000톤급 방재선을 파견했다. 사고 선박을 소유한 러시아 프리스코 트래픽사도 보험에 가입한 5억달러 범위내에서 보상할 의사를 밝혔지만 늘어나는 일본측 피해를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조희제 기자>조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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