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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족집게’ 때론 ‘아차 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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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0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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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7땐 광역단체장 100% 적중/열달뒤 4·11총선땐 ‘대오보’ 물의/대선비해 총선은 지역현실 등 파악 힘들어 정확도 떨어져「작은 대통령선거」라던 서울시장 선거를 비롯한 「6·27지방선거」가 막 끝난 95년 6월27일 하오 6시. 국민들은 개표상황을 지켜보기 위해 TV앞에 앉았다. 그러나 투표함이 열리기도 전에 한 방송사는 서울시장을 비롯한 광역자치단체장 당선예상자를 예상득표율까지 밝히며 발표하기 시작했다. 『설마』하고 새벽까지 TV를 보았던 사람들은 당선자와 예상 순위까지 맞춰 내는 여론조사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당시 한국갤럽의 선거후 출구조사는 단 한명의 오차도 없이 예상 당선자를 맞춰냈으며 선거전 여론조사를 통해 당선자를 예상했던 한국리서치 등 다른 조사기관들의 결과 발표도 약간의 득표율 오차가 있었을 뿐 예상순위는 모두 적중했다. 대다수 국민의 감탄속에 조사기관들은 과학적인 여론조사의 당연한 결과라고 자평했다. 그로부터 열달뒤인 지난해 4월 초. 각 방송사는 「4·11총선」 투표 직후에 5대 조사기관의 조사에 따른 당선예상자 253명과 각각의 예상 득표율을 발표한다는 광고를 연일 내보냈다. 4월11일 저녁 예고대로 TV 3사는 예상 선거 결과를 보도했다.

「6·27지방선거」 당시의 100% 적중을 염두에 둔 듯 『신한국당 175석, 국민회의 72석, 자민련 33석…』 등을 알리는 아나운서의 목소리는 확신에 차 있었다. 그러나 몇시간이 지나지 않아 이 예측 보도는 「대오보」로 드러났다. 개표결과 39곳의 당선예상자가 빗나갔다. 「대오보」에 대한 사과방송이 나왔고 국민들은 여론조사기관과 방송사에 엉터리 조사라고 비난을 퍼부었다.

14대 대선과 6·27지방선거 당시 거의 정확했던 여론조사가 갑자기 엉터리로 돌변한 것은 왜일까. 조사기관들은 상대적으로 작았던 표본집단(500명)과 막판의 「북풍 여파」, 대선과 광역선거와는 달리 조사기관당 50여개의 지역구를 조사해야 하는 물리적인 어려움 등을 실수의 요인으로 들었다.

그러나 조사기관의 변명과는 달리 94년 8월 경주 보궐선거를 앞둔 선거예측과 결과의 반전 등으로 보아 우리 여론조사는 대선과 광역단체장 선거처럼 선거지역이 광범위할 때는 들어 맞고 총선처럼 좁은 지역을 대상으로 할 경우는 오차율이 크게 높아졌다. 아직까지 분명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한국리서치 최성기 부장은 『대규모 선거는 지역별로 유권자 투표성향이 어느 정도 짐작이 가능하지만 변수가 많고 지역별 민심동향이나 당면 현안을 일일이 파악하기 힘든 총선의 경우 정확도가 떨어진다』며 『자료 분석의 노하우축적과 조사기법의 과학화만이 적중률을 높이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정치여론조사의 정확성 여부는 비단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다. 세계적인 여론조사 기관인 미국 갤럽도 48년 공화당 존 듀이 후보의 승리를 예측했으나 결과는 민주당 소속 해리 트루먼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했다. 이후 미국 여론조사기관은 끊임없는 노력을 거쳐 오늘날 고도의 정확성을 자랑하게 됐다.

이처럼 선거전 여론조사는 때로는 정확히 들어 맞기도 하고 때로는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기도 한다. 조사결과의 맞고 틀림에 대해 법적으로 기준치를 강제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 조사기관의 자발적인 신뢰도 제고 노력과 언론의 신중한 보도 태도가 요구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염영남 기자>

◎일본의 여론조사/수십년 누적된 ‘예측 노하우’ 강점/몇차례 걸친 조사후 편차 반영/전화 외에 면접 함께 실시/“표본의 크기보단 추출방법 중요”

일본 최초로 소선거구·비례대표 병립제로 치러진 「10·20」 총선을 4일 앞둔 지난해 10월 16일 요미우리(독매)신문은 「자민당이 과반수에 육박한다」는 제목으로 예상선거 결과를 1면 머릿기사로 보도했다.

당시 요미우리 신문은 예상의석을 자민당 244∼248, 신진당 141∼148, 민주당 54∼58, 사민당 16∼18, 공산당 23∼26, 사키가케 2∼4, 무소속·기타 8∼10석 정도라고 밝혔다. 아사히(조일) 등 다른 주요신문들의 예상도 별 차이가 없었다.

실제 선거 결과는 자민당 239, 신진당 156, 민주당 52, 사민당 15, 공산당 26, 사키가케 2, 무소속·기타 10석으로 나타났다. 우리 수준으로 보아서는 비교적 정확한 예측이었다고 할 수도 있었지만 선거후 일본 주요 신문사 내부에서는 자성의 소리가 높았다.

최초의 소선거구·비례대표 병립제 선거여서 수십년간 누적된 중대선거구제 선거의 경험칙과 이에 따른 예측 방정식을 수정해야 했는데 그 작업이 충분치 않았다는 것이 대체적인 결론이었다. 이는 과거의 예측 방정식이 그만큼 정확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유권자들의 자기의사 표현방식이 한국과 흡사한 일본의 정치 여론조사가 높은 정확도를 유지해 온 비결은 무엇일까.

『선거 여론조사는 실시 시점에 따라 결과가 상당히 다릅니다. 그래서 선거를 앞두고 몇차례 조사를 실시해 편차를 반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아무래도 면접조사의 신뢰도가 높다는 점에서 되도록 면접조사와 전화조사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M신문사는 전화조사에 100% 의존하고 있어 늘 오차가 크지요』 요미우리신문 여론조사부 오키야마 가즈오(충산화남) 차장의 설명이다.

그는 지난해 10월16일자에 보도한 여론조사는 25만명의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고 소개하면서 보다 중요한 것은 표본의 크기가 아니라 표본추출 방법과 조사결과에 대한 가중치 부여의 정확성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는 유권자명부와 주민등록표를 가지고 표본을 추출, 여론조사를 실시한 다음 「거품」을 제거합니다. 공산당 지지자들은 의사표현을 꺼리고 장사하는 사람들은 무조건 자민당 지지를 떠벌리는 경향이 있거든요. 경험칙과 통계학자들이 고안한 방정식에 의거해 조사결과를 적절히 수정해야 합니다』

그는 현재 요미우리신문이 활용하고 있는 경험칙과 방정식에 대해서는 『비밀』이라고 입을 다물었다.<도쿄=신윤석 특파원>

◎여론조사 방법·비용/2,000명이하로 표본집단 구성/설문지 작성·표본구성·조사·분석 순/핵심사항은 꼭 두번이상 질문/‘방문’보단 비용 싼 ‘전화’조사 주류

여론조사는 크게 전화조사, 방문조사, 우편조사로 나뉘나 우편조사는 회수율이 떨어져 주로 전화조사와 방문조사가 널리 이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어 전화조사가 주류를 이룬다.

여론조사의 첫단계는 설문지 작성. 응답자들이 속마음 드러내기를 꺼려 대뜸 『누구를 찍겠느냐』고 묻는 식의 직접화법은 피한다. 『누가 출마하는지 아느냐』는 식의 인지도 문의에서 출발해 이미지와 지지 여부를 물어 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응답의 오류를 줄이기 위해 핵심 사항은 꼭 두번 이상 거듭 묻는다. 「보통이다」 「그저 그렇다」 등 주관성이 결여된 답변 항목은 되도록 뺀다.

그 다음이 표본집단의 구성. 표본집단은 전체 모집단에서 지역별 인구비율을 반영해 성별, 연령별, 학력별, 소득수준별, 직업별 등으로 나눠 구성한다. 인명 전화번호부에서 1백명 단위, 또는 페이지별로 「위에서 몇번째」식으로 선택해 전화가 연결되면 표본으로 삼는다. 방문조사는 5∼10가구에 하나 꼴로 선정하고 어느 경우든 표본집단보다 약간 많은 숫자를 대상으로 삼는다.

얼핏 표본이 클수록 예측이 정확할 것 같지만 선거조사는 조사기간이 길 수록 오차율이 높아 통상 2,000명 이하를 표본집단으로 한다. 표본크기를 늘리는 것보다 횟수를 늘리는 것이 효과적이다. 대개 직장인들의 귀가시간을 고려, 저녁 6∼10시에 조사를 행한다.

통화 거절률이 높은 전화조사의 경우 상담원의 일관된 설문태도가 중요하다. 많이 개선되기는 했으나 대부분의 조사기관이 조사원을 임시로 고용해 쓰기 때문에 미숙련자가 많을 수 밖에 없다. 심지어 조사원이 전화도 하지 않고 자신이 직접 작성하는 경우도 있어 일부 조사기관은 감독원을 두기도 한다. 한통화에 보통 5분 가량이 걸리고 시간당 5, 6건 정도 전화가 연결되는 게 고작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최종 분석. 거짓답변자, 응답오류자, 무응답자 등을 투표율 예상치와 함께 분석해내야 한다. 조사원의 설문태도나 응답자의 답변 행태 등 쉽게 드러나지 않는 사항도 가미해 해석해야 한다.

이런 비표본 오차의 처리가 정확한 결과도출의 관건이다. 다른 응답자의 사회적 수준, 평소 선호도 등과 비교해 무응답자의 태도를 예측하는 판별분석을 활용하지만 정확도가 아직 높다고는 볼 수 없다.

조사 비용은 전화조사가 통화당 1만∼1만5,000원. 1,500명을 표본집단으로 3회 실시할 경우 4,500만원 이상이 소요된다. 방문조사는 1명당 2만5,000원선으로 조금 비싸다. 선거여론조사는 주로 선불제다. 낙선자에게 청구서를 내밀기 곤란하기 때문이다.<염영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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