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계 남부 미사일 도입 추진에 터키계 북부 반발「지중해의 화약고」 키프로스에 무력분쟁 위기가 또다시 고조되고 있다. 터키 정부는 이스마일 하키 카라다이 합참의장을 13일 터키계가 지배하고 있는 북키프로스로 파견한다고 11일 발표했다. 터키가 남키프로스의 키프로스 공화국이 4일 러시아와 미사일 도입계약을 한 것을 강력히 비난하며 전쟁불사를 선언한 지 채 하루가 안돼 경고수위를 한단계 더 높인 것이다.
터키가 반발하는 표면적 이유는 키프로스 공화국이 도입할 러시아제 S300 지대지 미사일이 사정거리 150㎞로 터키 본토를 공격할 수 있다는 것.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키프로스가 역사적으로 앙숙인 그리스와 터키간 대리전지역으로 양국의 자존심이 걸린 곳이라는 점에 있다.
키프로스는 지중해 북동부에 있는 면적 9,251㎢의 섬나라이다. 남부의 다수 그리스계(65만7,000명·그리스정교 신봉·그리스어 사용)와 북부의 소수 터키계(17만5,000명·회교·터키어)지역으로 59년 독립이후 실질적 분단상태에 있다. 터키는 현재 병력 3만5,000명과 탱크 400대를 북키프로스에 파견하고 있으며 북키프로스를 외교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유일한 국가다. 반면 그리스는 남부의 키프로스 공화국과 상호방위조약을 맺고 군사원조를 계속해 왔다.
터키는 그리스계가 미사일 도입을 예정대로 추진할 경우 흑해에서 키프로스로 연결되는 해로를 봉쇄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북키프로스측도 그리스계 키프로스의 해안 휴양지 바로샤를 무력 점령하겠다고 경고했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러시아는 『무기도입은 주권문제』라며 터키를 비난하고 있다. 한편 미국과 영국은 터키와 그리스가 모두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인 점을 감안, 양측의 자제를 촉구하며 외교적 해결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12일 캐리 카바나우 특사를 급파해 중재외교를 벌이고 있다. 관측통들은 최근의 위기가 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키프로스가 유럽의 골칫거리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키고 있다는 데 이견이 없다.<배연해 기자>배연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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