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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역할 커지는 국제기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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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역할 커지는 국제기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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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0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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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익 뛰어넘어 세계 아우르는 지구촌 ‘큰손’국제 무대에서 각종 국제기구들의 역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체제 대립이라는 소모적 구도를 청산한 이후 솟구치는 역동적이며 다양한 요구들을 수용하는데 이들의 특장인 「국제성과 개방성」이 빛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헤게모니와 국익 우선의 부담을 지고 있는 국가를 대신해 「세계를 하나로」 묶으려는 국제기구들의 노력은 더욱 강화할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막대한 권한과 영향력으로 올 한해 세계질서를 선도할 국제기구들을 조망한다.<편집자 주>

◎WTO(세계무역기구)/자유무역·공정경쟁 기치/세계 경제 사법부 큰 힘

세계무역기구(WTO)의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인도는 지난해 5월 미국이 자국산 모직 코트에 내린 시장규제조치가 부당하다며 WTO에 제소했다. WTO는 6일 미국의 조치가 잘못된 것이라며 규제철회 판정을 내렸다. 선진국의 자의적인 무역보복으로 무역마찰 해소에 무기력했던 관세무역일반협정(GATT) 체제하에서는 나오기 힘든 판정이다.

자유무역과 공정한 경쟁을 통해 세계경제 발전을 도모한다는 기치아래 95년 1월 출범한 WTO는 강력한 법적 구속력을 바탕으로 경제발전의 저해요소를 제거해 나가고 있다. 또한 각료회의나 일반이사회, 분쟁회결기구(DSB) 등 자체 기구를 통해 129개 회원국을 위한 경제협정 체결과 정책입안을 하고 있으며 각종 무역분쟁을 해결하고 있다.

출범한뒤 2년동안 각국에서 무역분쟁과 관련, WTO에 제소한 건수는 64건으로 한해 평균 32건에 달했다. GATT에 무역마찰해결 신청 건수가 한해 평균 4건인 데 비하면 크게 늘어난 것이다. WTO에 제소건수가 이처럼 많은 것은 그만큼 WTO가 무역분쟁을 실질적이고 공정하게 처리하기 때문이다.

WTO가 GATT와 달리 명실상부한 세계경제의 사법부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WTO의 협정이나 판정은 법적 집행력이 따르기 때문이다. 협정이나 판정을 위반하면 곧바로 광범한 제재조치가 취해진다.

또한 GATT가 공산품 위주의 제한된 분야에만 역할을 수행한데 비해 WTO는 서비스 저작권 농산물 통신 환경 노동 등 경제 모든 분야에 걸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밖에 기구안에서만 모든 경제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규약을 만들어 강대국의 자의적인 무역보복을 원천봉쇄했고 분쟁처리시기도 정해 신속하게 무역마찰을 처리한다.

그러나 WTO가 자유무역 경제체제 구축에 진정한 역할을 하려면 선결해야할 과제도 있다. 출범후 처음으로 지난달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WTO 각료회의의 협정합의와 선언문 채택과정에서 드러났듯 개도국의 입장보다는 선진국의 이해가 반영되는 힘의 논리가 작용하고 있는 점이다. 철저한 독립성을 확보하지 않으면 WTO역시 일부국가의 이익대변기구로 전락, GATT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배국남 기자>

◎UNHCR(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140여개국 2,700만 난민의 어머니

생존을 위해 고국을 버리고 머나먼 피란길을 택한 난민들 곁에는 항상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관리들이 있다. 이들은 난민들이 처한 절망적인 상황을 유엔본부와 구호단체에 알리고 경제·군사지원을 호소한다. 이런 의미에서 UNHCR는 난민들에게 어머니같은 존재다.

90년 냉전체제의 급속한 종식이후 국가·민족·인종·집단간 갈등이 핵분열을 거듭, 난민수가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 현재 난민수는 140여개 국가에 2,700만명. 이는 20년전 1,000만여명에 비해 두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이런 이유 등으로 유엔에서 UNHCR의 발언권은 강해졌다. 지난해 10월 오가타 사다코 고등판무관이 『자이르에서 반군의 난민구호 루트차단으로 100만명이 굶어죽을 위기에 처했다』면서 국제사회의 지원을 호소하자 안전보장이사회가 전격적으로 다국적군 구성을 결의한 것이 단적인 예다.

비엔나에 본부를 두고 있는 UNHCR는 51년 제2차 세계대전으로 발생한 120만명 난민의 정착을 돕기위해 한시적으로 만든 단체였으나 설립 46년만에 115개국에 4,000여명의 주재관을 둔 대형기구로 성장했다. 유엔경제사회이사회 산하인 이 기구는 54년과 81년 두차례 노벨평화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UNHCR의 주임무는 난민들의 기본적인 인권을 보호하고 난민들을 수용하고 있는 국가들을 감시하는 것. 또 1,000여 비정부기구(NGO)와 국제적십자사 유엔아동기금 세계식량계획 등과 함께 집단수용된 난민들에게 텐트와 식량, 의약품 등을 제공하는 업무도 맡고 있다.

이 기구는 또 임의추방의 배제, 재판청구권, 노동 및 교육의 권리, 신분증명서와 여행증발급 등 난민의 기본적 인권을 보장하기위해 개별정부와 교섭을 벌인다. 이 때문에 정치적 망명자들이 반드시 접촉해야 할 곳으로 인식된다.

UNHCR관계자들은 『난민은 당신과 당신 가족과 다를바 없는 사람』이라면서 『난민구호에 대한 노력이 결실을 맺기위해서는 난민들을 위협적인 존재로 볼 것이 아니라 보호가 필요한 사람들이라는 인식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윤태형 기자>

◎ILO(국제노동기구)/각국 사용자·노조 등 참여/노동문제 원칙 제시

구랍 13일 폐막된 제1차 세계무역기구(WTO)각료회의는 노동기준의 문제를 WTO가 아닌 세계노동기구(ILO)에서 관장키로 하겠다고 선언, ILO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켰다.

특히 선진각국에서는 ILO의 국제노동기준을 블루라운드와 연계시키려는 움직임마저 일고 있다.

ILO는 각국의 노동조합이나 노동자가 직접 참여, 자신의 요구나 이익을 관철시킬 수 있는 유엔 산하 국제 전문기구이다. 다른 국제기구나 국제법과 마찬가지로 ILO의 협약이나 권고가 강제력을 갖지는 않지만 국제 여론 형성과 각국 노사관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ILO는 19년 6월28일 서명된 베르사유평화조약의 규정에 따라 설립됐다. 당시 노동운동이 자본주의체제를 부정하고 사회주의와 결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각국의 개량주의적 정치인 지식인 그리고 노조지도부가 공동 대응한 결과였다. ILO는 45년 제27차 총회에서 ILO의 구체적인 창립목적 등을 밝힌 헌장을 공식채택했다. 헌장에는 ▲최장노동시간제한(1일 8시간 또는 주당 48시간 노동제) ▲실업방지 ▲노동력 공급 조절 ▲적정 생활금 지급 ▲산업재해로부터 노동자 보호 ▲동일 노동 동일 보수원칙 ▲결사의 자유 등 11가지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ILO는 이후 ▲단체 교섭권의 실질적인 보장 ▲최저 생활임금 보장 ▲사회 보장, 의료혜택제공 등을 추가했다.

이 기구는 총회 이사회 국제노동사무국 등 3개로 구성돼 있고 보조기관으로 지역회의와 전문회의를 갖추고 있다. 총회와 이사회는 다른 국제기구와 달리 정부대표, 사용자대표, 노동자대표 등 3자로 구성돼 의사결정과정에서 동등한 권리를 행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54년부터 ILO가입을 추진해 오다 91년 유엔회원국이 되면서 자동가입 자격을 얻었다. 같은 해 12월9일 ILO헌장 수락서한을 사무국에 제출하면서 152번째 정회원국으로 가입했다. 하지만 우리정부는 노동계는 물론 ILO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결사의 자유와 관련된 협약에는 아직 가입하지 않았다.<권대익 기자>

◎IAEA(국제원자력기구)/세계평화위한 핵 파수꾼/중책불구 재정취약 난제

「세계 핵 파수꾼」을 자임해온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책무는 올해도 막중하다. 지난해 8월 포괄적 핵실험금지조약(CTBT)이 체결되고 지속적인 미·러시아간의 핵무기 감축으로 인류의 공멸을 초래할 대량 살상무기의 추방노력이 큰 진전을 보였음에도 불구, 핵공포는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오히려 통제력을 잃은 핵물질의 대규모 유출과 재편되는 국제질서속에 고조되는 「핵 주권」 요구로 핵 위협은 가중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에따라 IAEA는 앞으로 보다 바빠질 전망이다. 또한 핵에 대한 고삐를 확실히 죄기 위해 IAEA의 활동이 강화하는 등 권한에 무게가 더욱 실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IAEA는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촉진할 기구 설립을 역설한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미국대통령의 발의에 따라 57년 유엔 총회의 결의로 발족했다. 「평화를 위한 핵 기구」라는 별칭에 걸맞게 임무는 2가지로 구분된다. 첫째는 원전, 보건, 농업, 산업 등 평화적 목적의 핵 기술력 발전을 지원하는 임무이다. 둘째는 군사적 전용을 방지하기 위해 민간분야의 핵활동을 감시하는 일이다. 70년 출범한 핵확산금지조약(NPT)의 수임기구가 되며 핵시설물 및 물질에 대한 감시와 사찰업무가 주임무다. 여기에 새로 발족한 CTBT체제도 맡게됐다.

하지만 장애도 적지 않다. 우선 업무는 대폭 늘어난데 반해 제자리 걸음인 재정문제이다. IAEA의 예산은 2억달러(95년 기준)에 달하는데 이중 사찰업무에는 약 5,000만달러가 책정돼 있다. 그러나 122개 회원국에서 신고한 843개 시설물과 수시로 발생하는 「미신고」시설물에 대한 특별사찰을 수행하기에는 인원과 장비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새로 취임한 코피 아난 사무총장의 유엔 재정적자 해결 의지에 기대를 걸고 있으나 아직은 의문이다. 또하나의 장애는 상충되는 핵주권 문제이다. 이라크 북한이 보여준 태도나 CTBT 가입을 거부한 인도의 예에서 보듯 핵 투명성을 확보하려는 IAEA의 노력이 이러한 난제들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앞으로의 과제이다.<윤석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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