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희·이항복·대원군 등/글씨·문인화 120점옛 사람의 글씨와 그림에서는 은은한 묵향이 풍긴다. 그것을 제 집에 척 걸어놓은 이는 작은 복 하나는 타고난 셈이다. 그러나 굳이 사 둘 여유는 없더라도 좋은 그림은 보는 것만으로도 기쁘다. 이를 「안복」이라 한다.
추사 김정희, 백사 이항복부터 최익현, 이완용에 이르기까지 옛 문인 80명의 글씨와 문인화 등 120점이 전시되는 「고금명현유묵전」이 17일부터 29일까지 서울 종로구 관훈동 대림화랑에서 마련된다. (02)733―3738.
도록에는 작품의 판매 가격이 명시되어 있는 점이 특이한데 작품 가격대는 주로 500만∼800만원 정도. 대원군 이하응의 난 그림인 「석란도」의 경우처럼 6,000만원이 매겨진 고가품이 있는가 하면, 이기복의 글씨는 40만원 정도면 살 수 있다.
일본에서 들여온 추사 김정희(추사 김정희)의 글씨 2점은 도록에는 가격이 표시되어 있지 않지만 5,000만원선에서 매매가 이뤄질 전망이다. 화려한 벼슬길을 과시했고 숱한 일화를 만들어낸 백사 이항복(백사 이항복)의 글씨 「시고」는 380만원이 매겨져 있다.
16세기 인물 이정 이항복 채유후 장광정, 17세기 인물 유덕장 이하곤 조영복 김만증 이덕흠 심정주, 18세기 심사정 강세황 채제공 조희룡 신위 김정희 임희지, 19세기 정인보 경봉스님 김윤식 전우 최익현 박영효 김옥균 유길준 조소앙 오세창 고희동 이완용, 20세기 이응로 손재형 서동균 김은호 등의 작품이 나온다.
재미있는 점은 역사속 인물의 작품은 생전 치적에 비례해 가격이 매겨진 경우가 많다는 점. 구한 말 의병운동을 벌이다가 장렬한 최후를 마친 최익현의 글씨 「송처사행장」은 꼼꼼하고 단정한 필체인데 350만원에 소장할 수 있다. 반면 구한말에 나라를 팔아 매국노로 남은 이완용의 글씨 「칠언절구」는 매끄러운 운필에도 불구, 판매가가 100만원에 불과하다. 「글씨는 사람의 인품에서 나온다(기인기서)」는 우리의 글씨관을 엿보게 한다.<박은주 기자>박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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