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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한번만 더 보고싶다’ 쓴 이나미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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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한번만 더 보고싶다’ 쓴 이나미씨

입력
1997.0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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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의 성’ 정답은 없지만…/섣부른 대안은 문제 악화/그들의 호기심·고민들 그대로 인정하는 태도서 문제 해결의 단서 찾아야최근 통계에 의하면 고교생들 중 남학생은 약 14%, 여학생은 5%가 성 경험이 있다. 하지만 대다수 부모들은 그 사실을 애써 외면하거나 「남의 집 자식들」만의 문제라고 믿고 싶어한다. 그러다 막상 「내 집 내 자식」의 일로 닥치면 마냥 허둥대고 분노할 뿐이다. 학교에서도 「일벌백계」만이 기다린다. 최후의 울타리가 되어주어야 할 가정과 학교가 오히려 또 하나의 심각한 위협과 질곡이 되는 것이다.

『문제 해결의 단서는 우선 「딱 한번만 더 보고 싶다」라는 청소년들의 호기심과 내면세계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현실적 태도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감시와 처벌이라는 단순논리는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뿐입니다』

최근 「딱 한번만 더 보고 싶다」(고려원간)라는 책을 출간한 신경정신과 의사 이나미씨(37)의 말이다.

이 책은 청소년들이 직접 밝힌 70여개의 갖가지 고민들에 대한 상담과 답변, 그리고 조심스런 대안 제시로 이루어져 있다. 책에 실린 고민거리는 성경험, 자위행위, 가정폭력, 친구관계, 진학과 진로, 외모 등 다양하다. 각각의 고민들은 조사원들이 일일이 현장조사해 취합한 300여개의 사례들 중에서 전형적인 것들을 가려 뽑은 것이다. 그만큼 생생하고 구체적이다.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대안은 「객관식 답안」처럼 명쾌하게 제시되지는 않는다. 그것들 중에는 상식의 재확인 같이 너무나 당연한 것들도 많다. 그러나 그것이 상투적 훈계나 설교조로 흐르지는 않는다. 오히려 저자는 「이 세상 아무도 정답을 줄 수는 없다」는 곤혹스러움을 솔직히 밝힌다.

이런 점이 오히려 이 책을 다른 청소년 관련 출판물과 구별돼 보이도록 해 준다. 곳곳에 「약한 어른」의 모습이 솔직히 드러나고, 역설적이게도 이런 대목이 글의 설득력을 더해 준다. 개별 사안에 대해 섣부른 대안 제시를 피하고 질문을 되던짐으로써 대화나 상담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쉽게 실제 상황에 응용할 수 있도록 배려한 점도 눈에 띈다.

『책이 부모와 자녀 모두가 서로에 대한 무지와 무관심, 편견과 오해를 뛰어넘어 서로를 좀더 잘 이해할 수 있는 작은 지침이 되었으면 합니다』

방송인, 소설가로도 활동하면서 그 자신 초등학교 5학년, 1학년인 두 아들을 키우는 학부모인 이씨는 당초 『바쁜 엄마의 죄의식과 걱정을 좀 덜어볼까 하는 마음에서』 글을 쓸 것을 구상했다. 그러나 막상 청소년들의 고민을 하나 하나 접하면서 그는 청소년 문제가 일부 문제아들과 문제 가정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새삼 절감했다. 그는 『조사를 하고 책을 쓰면서 아이들이 나를 가르치고 있다는 것을 다시 깨달았다』고 말했다.<황동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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