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출마 이번엔 행동 보여줄 것”/침묵하는 다수의 기대 부응 노력/경선참여 못했을때의 선택 정리된 생각 없어/고비용구조 타파·기초과학 발전 등 비전 절실□대담=조명구 차장
―김영삼 대통령이 연두회견에서 대선후보 경선시기를 가급적 늦추고 여권후보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는데….
『모두 온당한 말씀입니다. 현재 우리 사회의 최대과제는 안보를 튼튼히 하고 경제를 회생시키는 일입니다. 대선논의를 조금 뒤로 미루기로 한 것은 매우 적절한 조치입니다. 또 후보결정단계에서 대통령이 당원으로서 더구나 총재로서 어떤 후보를 지지한다고 의사표시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에서도 전임대통령이 분명히 의사표시를 하고 있습니다』
―8개 시도에서 각각 대의원 50명이상씩 추천을 받도록하는 후보등록요건 등 경선규정이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경선규정이 극히 불합리하거나 비민주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한번 적용해본 당헌·당규로서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내용이 아닙니다. 지금 당장 고쳐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경선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불합리한 것이 있다면 민주적 절차에 따라 합리적으로 조율하면 됩니다』
―이고문은 92년에도 경선도전의사를 밝혔다가 중도에 포기했는데 이번에도 그와 유사한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시각이 있습니다.
『(얼굴을 붉히며) 92년 내가 취한 행동을 잘못 이해하고 있습니다. 당시 내가 경선에 나선다고 발표한 적이 없습니다. 민정계후보 단일화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고 그것이 실패하면 한번 생각해보겠다고 얘기했던 것입니다. 나는 민정계 7인대표들이 만났을 때 전체 민정계의원들의 동의를 받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예상한대로 대부분 민정계는 김영삼후보추대위로 가버렸습니다』
―그러면 이번에는 분명히 경선에 나설 것입니까.
『아직까지 경선문제에 대해 분명한 얘기를 한 적은 없습니다. (목소리를 높이며) 이번에는 논의과정을 지켜보고 행동으로 보여드릴 것입니다』
―이고문은 그동안 청와대 눈치를 보며 낮은 처신으로 일관했다는 지적이 적지않습니다.
『(큰소리로) 대통령제 국가에서 여당의원이 총재 눈치를 전혀 보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에요. 그러나 나 자신의 영달을 위해 낮은 처신을 한 적은 없습니다. 공식적 입장에서 최선을 다해 맡겨진 일을 했을 뿐입니다. 세 분 대통령 밑에서 총무·총장직 등을 맡았지만 대통령이 잘못된 지시를 했을 경우에는 옳은 말씀을 드려서 바로잡도록 노력했습니다. 총재의 눈치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민의 눈치라고 생각합니다』
―여권의 경선구도 전망과 바람직한 경선구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당헌·당규정신에 따라 민주적 자유경선이 가장 바람직합니다. 그러나 정치는 현실적 토대 위에서 풀어나가야 합니다. 당총재의 분명한 의사표시를 전제로 생각할 때 나오겠다는 사람 모두가 경선에 나서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입니다』
―대통령이 경선에 앞서 입장을 밝히는 방안은 여러가지가 있을텐데요.
『경선후보중 특정인을 지명·지지하는 의사를 표출할 것인지, 후보조건을 열거할 것인지, 복수후보를 경선에 내보내는게 좋겠다고 할 것인지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총재 스스로의 결단사항이라고 생각합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도가 낮게 나타나는데 그 이유가 무엇입니까.
『대통령감으로서의 지지도라기 보다는 인기도라고 생각합니다. 90년 3당합당이후 4년간 정치공백기를 거치며 국민들에게 나를 알릴 기회가 별로 없었습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 두텁게 자리잡고 있는 보수층을 중심으로 침묵하는 다수는 나름대로 나에게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앞으로 기회있는대로 나의 정치역정과 국가경영 비전을 국민들에게 알리는 노력을 하겠습니다』
―경선에 참여하지 못할 경우 어떤 선택을 할 것입니까.
『(한동안 머뭇거리다가) 그런 생각을 정리해본 적은 없습니다. 나는 정치를 시작할 때 몸담았던 당과 지금까지 16년간 운명을 같이하고 있습니다』
―경선전에 당정개편이 있을 경우 이고문에게 총리 등 정부요직을 맡아달라고 권유한다면….
『당총재가 연두회견에서 당정개편 계획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따라서 그런 문제는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됩니다』
―야권후보단일화성사 가능성을 고려해서 여권후보를 선정해야 한다고 봅니까.
『야권후보단일화 가능성여부는 반반으로 전망합니다. 김대중 국민회의총재, 김종필 자민련총재가 모두 정치적으로 벼랑끝에 서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면 극적인 단일화 합의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두 분의 정치역정, 성향, 지지기반의 이질성 등을 생각하면 부정적인 전망도 할 수 있지요. 따라서 좀더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정권창출을 위해서는 야권후보단일화 등 여러가지 경우를 상정하고 대처해야 합니다』
―최근 경제난의 원인은 무엇이며 이를 타개할 묘책이 있습니까.
『우리 경제가 어려워진 것은 우리나라 상품의 가격 및 질의 경쟁력이 모두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경제회생을 위해서는 이같은 경쟁력을 높여야 합니다.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고임금·고금리·고물류비·고지가 등 고비용구조를 타파해야 합니다. 질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초과학의 토대를 발전시켜야 합니다. 중장기적으로 몇년안에 선진국으로 갈 수 있다는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기초과학에 뿌리박은 제조기술향상을 위해 산·학·연 협동체제 구축을 중기적 목표로 채택해야 합니다. 또 60∼70년대처럼 과감한 수출 드라이브정책을 펴고 저축률을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래야 만성적 외채누적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앞으로 남북관계가 어떻게 진전될 것으로 전망합니까.
『최근 북한·미국간 실무접촉을 통해 북한의 사과를 받아냈지만 과연 북한이 참된 의지를 갖고했는지 회의가 듭니다. 48년이후 북한의 대남전략기조는 변하지 않고 있습니다. 따라서 대북문제에 관련해서는 한미안보공조체제를 흐트려서는 안됩니다. 튼튼한 안보와 힘의 우위에 바탕을 두지 않고는 제대로 대화가 이뤄지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인도적 차원의 교류와 민족동질성을 회복하기위한 노력은 자연스럽게 계속해야 합니다』
―현정권의 개혁정치가 정치보복 성격을 띠고있다는 지적에 대해….
『문민정부 개혁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잘못된 제도·법령을 정비하는 제도적 개혁과 소위 「역사바로세우기」와 부정부패 추방 등 실천적 개혁이 그것입니다. 부동산·금융실명제와 정치개혁입법 등 제도적 개혁은 국가 백년대계 차원에서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다만 사정차원의 개혁추진과정에서 직접 당사자와 일부 국민들은 상당히 고통스러웠을 것입니다. 총체적으로 볼때 문민정부는 국가를 잘 이끌어가려고 애쓴 정부입니다. 올바른 평가는 역사가 흐른 뒤에 제대로 이뤄질 것입니다』<정리=김광덕 기자>정리=김광덕>
◎이한동 캠프/여권내 호의적 지지인사 탄탄/재계·법조계도 후원세력 든든
5공 출범후(11대총선) 정치권에 입문한 여권인사중 지금까지 연속 지역구에서 당선된 의원(5선)은 신한국당 이한동 상임고문밖에 없다. 이고문은 그동안 당3역과 내무장관, 국회부의장 등 화려한 당정 경력을 바탕으로 풍부한 인맥을 형성해왔다.
민정계를 주축으로 경복고·서울법대동문, 경기 출신으로 연결되는 그의 당내기반은 비교적 탄탄한 편이다. 이고문에게 호의적인 원내인사들로는 김영구 현경대 심정구 서정화 이웅희 이택석 정영훈 박주천 전용원 이사철 의원 등이 있다.
특히 4선의 현경대 의원은 지난 연말 차기대선후보로 이고문을 지지한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표명해 눈길을 끌었다. 원외인사로는 박재홍 민태구 권해옥 정창현 이상재 이영창 강신조 전 의원 등과 가깝게 지내고 있다.
경선이 다가오면서 서소문 대한빌딩에 있는 그의 변호사사무실은 점차 활기를 띠고있다. 이곳에는 92년 대선때 당 기조국장을 지낸 허세욱 전 의원과 남영석 보좌관, 서형수 전 한국정치문화원장, 강창국 비서관, 서석헌 정책비서관 등이 상근하고 있다. 또 여무남 코리아하이텍 대표, 이연석 전 의원, 김용욱 전 국회부의장 비서실장 등도 이고문 캠프를 돕는 핵심인사들이다.
이고문 후원회장은 경복고 출신의 정호용 범양건영 사장이 맡고있다. 후원회원으로는 이병무 아시아시멘트공업 대표, 백성하 신호제지 대표, 최종태 우림해운 대표, 김승호 보령제약 대표 등이 있다.
판·검사와 변호사 등을 두루 거친 이고문에게는 법조인맥을 빼놓을 수 없다. 김성기 전 법무장관, 정구영 전 검찰총장, 김종건 전 법제처장, 김달식 전 대법원판사, 임규운 전 서울고법원장 등이 대표적 인사들이다.
김규식 롯데제과 사장, 이강환 생명보험협회장, 차상필 함북도지사 등이 회원인 서울대법대(12회) 동기모임인 「구구회」를 비롯한 서울대법대 인맥도 이고문의 대표적 후원세력이다.
그는 경복고 총동창회장을 맡고있는데 동기들로는 엄길용 오리온전기 사장, 원윤수 서울대 교수, 전영우 수원대 인문대학장, 정양모 국립중앙박물관장 등이 있다.
◎대선 포인트/경륜으로 구시대 이미지 넘을까
「지도자는 춘하추동을 겪으면서 국민의 정성과 사랑을 거름으로 서서히 자라나는 느티나무와 같다」
신한국당 이한동 상임고문은 느티나무에 비유해 입법·행정·사법부 등 3부를 거치며 쌓은 경륜과 능력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는 판사·검사·변호사를 거쳐 정계에 입문한 뒤 내무장관과 당직, 국회직을 두루 역임했다. 그는 16년간의 정치역정을 통해 당내에 무시할 수 없는 지기기반을 확보했다.
이고문측은 또 「화합형 인물」이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그가 합리적이고 포용력있는 정치스타일이어서 당내화합을 도모할 수 있는 적임자라는게 이고문측의 주장이다.
경기도 포천출신인 이고문은 영남과 호남의 정치대결구도 타파를 요체로 하고있는 「중부권 역할론」과 「국민통합론」을 기치로 내걸고 있다.
그러나 각종 여론조사결과 그에 대한 대중적 지지도는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가 5·6공에서 요직을 두루 거친 것이 「경륜」보다는 「구시대인물」 이미지로 투영되는 것도 약점중의 하나라는 지적도 있다. 나름대로 당내기반을 갖고있는 그는 민심과 김심을 뛰어 넘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있다.<김광덕 기자>김광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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