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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시인” 판화가 배융 미서 회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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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시인” 판화가 배융 미서 회고전

입력
1997.0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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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아시안미술관서 열려/국내 판화 1세대… 도미후 작품 전시국내 1세대판화작가인 배융(1928∼1992)씨를 추모하는 회고전이 지난해 12월20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아시안미술관에서 개막, 4월20일까지 열리고 있다. 유족들이 고인의 작품을 이 미술관에 기증한 것을 기념해 열리는 회고전에는 배화백이 74년 도미 후 타계할 때까지 제작한 회화 18점과 판화 3점 등 21점이 선보이고 있다.

서울대 미대 중등교원양성소를 수료한 배화백은 판화라는 단어조차 낯설던 60년대초 한국판화가협회를 결성하고 판화운동을 이끌었던 선구자. 당시 미국화단을 휩쓸던 팝아트기법을 받아들인 그는 전통문양과 소재를 서구적 기법으로 재해석한 작품을 제작했다.

국내에서 6차례 개인전을 열었던 배화백은 도미이후 전통한지위에 색종이를 눌러붙여 입체적 효과를 살린 부조작품 「구가」연작으로 눈길을 끌었다. 표면을 먹과 물로 적신 후 손가락으로 종이의 겹과 겹 사이에 섬세한 이랑을 반복적으로 만들어낸 파도문양은 은근하면서도 세련된 미감을 보여준다. 당시 국내외평론가들은 그의 작품을 「공간의 시」라며 극찬했고 이에 힘을 얻은 배화백은 주름잡힌 질감의 선을 배제하고 윤곽선없이 형체를 묘사하는 몰골화법을 개발하기도 했다.

참선하는 인물의 그림자를 그려넣은 「명상」연작은 말년의 대표작. 「인간과 자연의 조화」라는 주제를 담백하게 묘사한 작품들은 『전통예술을 배워 필요에 맞게 응용해서 사용한다』는 그의 예술관을 표현하고 있다. 9일 하오 5시30분(현지 시간)에는 전시회개막을 축하하는 공식리셉션이 이 미술관의 에밀리 사노 관장과 유족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최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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