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봉사명령은 형벌인가 교육인가. 집행유예자에게 청소 간병 등 사회봉사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개정된 형법이 지난 1일 발효돼 처음으로 사회봉사를 병과한 판결이 나왔다. 대구지법 안동지원은 지난 8일 폐기물관리법 위반 피고인에게 쓰레기 청소 50시간을 명하는 등 7명의 피고인에게 집행유예와 함께 사회봉사 명령을 내렸다.개정형법 발효후 처음 내려진 이 판결의 근거조항 해석에 혼선이 있다는 보도(한국일보 1월10일자)를 보고 제일 먼저 떠오른 의문은 이 명령을 형벌로 볼 것인가 여부이다. 징역살이 대신 고속도로변 청소나 장애인 간병을 하는 것은 생업을 유지하면서 주말의 여유시간 등을 이용할 수 있으므로 피고인에게는 분명한 혜택이다.
그러나 이는 실질적으로 자유를 제한하는 조치이고, 남 보는 데서 범법에 따른 「강제노역」을 하는 것이니 그런 면에서는 분명한 형벌이다. 그렇다면 법개정 이전에 이루어진 범법행위에 대해 봉사명령을 내린 이번 판결은 헌법이 보장하는 형벌불소급 원칙에 어긋나는 문제를 발생시킨다. 범죄예방 효과를 위해 집행유예 선고에 따르는 절차로 해석하면 아무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견해도 있다.
일선 법관들 사이에도 봉사명령에 대한 해석이 통일되지 않아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명령을 보안처분으로 보아야 하므로 형벌이 아니라는 의견과, 불이익 변경금지원칙을 들어 형벌로 보아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 대법원 판례를 기다려봐야 할 형편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아직 공식견해를 내놓지 않고 있다. 이 사건에 대한 판결 때까지 기다리려면 너무 늦다. 재판업무의 혼선을 막으려면 하루 빨리 예규를 제정하든지 특별지침을 내려야 한다.
형의 집행을 유예할 때 「보호관찰을 받을 것을 명하거나 사회봉사 또는 수강을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한 개정형법 62조 2항의 해석에도 문제가 있다 한다. 한가지 처분만 병과할 수도 있고 두가지를 병과할 수도 있다고 해석될 수도 있다. 물론 병과하지 않아도 그만이니 판결이 불공평하다는 말이 나오게 될것이다.
형법개정의 취지는 불구속재판 원칙을 살리자는 것이다. 징역 대신 사회봉사라는 수단을 통해 범법자가 뉘우칠 기회를 주자는 것이 이 제도의 정신이라 할 것이다. 불구속상태에서 재판을 하고 또 집행유예로 풀어준다면 교화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집행유예는 분명한 유죄이지만 우리의 법감정으로는 형집행면제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징역형에 버금가는 교화효과를 거두고 인권도 존중해 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자면 제도와 집행의 통일이 선결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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