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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협회 ‘이달의 에로연극’ 선정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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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협회 ‘이달의 에로연극’ 선정 논란

입력
1997.0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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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완성도로 저질공연 대응”/“의도는 좋으나 특정작품 홍보”공연의 질을 높이고 건전한 관람풍토를 조성해야 할 연극협회가 1월부터 선정적인 연극을 「이 달의 에로티시즘 연극」으로 선정, 물의를 빚고 있다.

연극협회는 연극인구의 저변확대를 위한 자구적 몸부림이라고 이유를 밝히고 있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같은 처사에 대해 어처구니 없다는 반응을 보인다.

연극협회는 지난 7일 대학로저질연극추방 실천위원회를 발족시키고 이 달의 에로티시즘 연극으로 스트리퍼들을 주인공으로 한 뮤지컬 「바디 숍」(극단 대중)을 선정했다.

서울 동숭동의 티켓박스에서는 여기서 발매중인 연극공연을 관람한 뒤 표를 가져오면 「바디 숍」의 입장권을 50% 할인(2만원권을 1만원으로)해준다.

정진수 연극협회 이사장은 『어차피 선정적인 공연을 보고자 하는 욕구는 항상 있는 것이고, 연극인이 아닌 뜨내기극단이 저질공연을 「연극」으로 호도하고 있으니 「완성도 높은 선정적 연극」으로 관객을 흡수하기 위한 의도』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협회 홍보요원들은 대학로 세 곳에서 저질연극의 본질을 알리는 전단을 배포하기 시작했다.

전단의 요지는 저질 외설연극은 극적 필연성 없이 표피적인 자극만 있고 화끈하다고 선전하지만, 정통 에로티시즘 연극은 완성도 높은 장면을 연출한다는 것이다. 벗기기연극의 삐끼 동원에 맞불을 놓는 작전이다.

그러나 정작 협회의 추천작이 연극계에서 잔뼈가 굵은 중견연출가와 배우들이 만든 것은 사실이지만 그만한 예술성을 확보했는지는 의문이다. 스트립쇼도 예술이라는 강변이나 주인공들의 스트립댄스 속에서 감동을 발견하기는 쉽지 않다. 연극평론가 구히서씨는 『저질연극을 추방한다는 의도는 좋지만 협회가 그와 비슷한 작품을 추천한다는 것은 한 작품을 홍보해주는 것에 불과하다』며 『협회는 회원과 비회원들의 공연을 차별화하는 제도적 여과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많은 연극인들은 저질연극에 대해 무대책이 대책이라고 말한다. 맞대응은 어쨌든 시선을 끌어 관객을 불러모으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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