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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쥴과 짐’(영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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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쥴과 짐’(영화읽기)

입력
1997.0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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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멸적 삼각관계 시적으로 그린 60년대 누벨 바그의 고전프랑소와 트뤼포(1932∼1984)가 61년에 만든 「쥴과 짐(Jules et Jim)」은 60년대 영화계를 휩쓴 누벨 바그(새로운 물결)를 대표하는 영화 교과서 속의 고전이다. 하지만 그런 명성에 짓눌릴 필요는 전혀 없다. 누구나 재미있고 상큼하게 볼 수 있는, 그래서 명작으로 서슴없이 꼽을 수 있는 작품이다.

영화는 두 남자 쥴(오스카 베르너)과 짐(앙리 세르)의 우정, 그 사이를 자유분방하게 오가는 매력적인 여자 카트린느(잔 모로)와의 사랑을 축으로 전개된다. 인생과 문학을 이야기하며 친구가 된 프랑스인 쥴과 독일인 짐은 신비하면서도 불꽃같은 카트린느를 동시에 사랑하게 된다. 남성을 정복하고 그들에게 숭배와 복종을 요구하는 여왕같은 이 여자는 끊임없이 두 남자와 사랑하고 돌아선 뒤 또 사랑한다. 남자들은 그런 서로를 너무나 잘 이해하는 기묘한 우정을 나눈다. 그러나 이것은 영원할 수 없는 관계다. 반복되던 사랑과 이별은 짐이 여자를 떠나려고 마음먹자 이를 견딜 수 없는 카트린느가 돌연 그를 죽음의 길로 끌어들이면서 끝을 맺는다.

파멸적인 삼각관계를 소재로 했지만 화면은 오히려 경쾌하고 발랄하며 지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사랑에 관한 단순한 초상이라기보다는 사람 사이의 공간에 관한 에세이」라는 평처럼 카메라는 사람들 사이의 심리를 읽을 수 있도록 역동적으로 움직인다. 두 사람의 대화는 커트된 두 장면으로 나뉘지 않고 한 장면 속에서 둘의 얼굴을 카메라가 따라서 이동함으로써, 대화 사이에 흐르는 감정들을 그대로 전한다.

36년이나 지난 영화지만 시적인 대사와 경쾌한 음악, 깃털처럼 가벼운 배우들의 모습이 신세대들의 가슴도 아련하게 할 영화이다. 50년대 소극장 시네마테크 프랑세즈에 모여 영화에 대한 열정을 나누고, 영화전문지 「까이에 뒤 시네마」의 날카로운 비평을 통해 새로운 영화를 모색했던 누벨바그의 주역 장 뤽 고다르, 트뤼포, 클로드 샤브롤, 에릭 로메르 등은 모두 이후 직접 감독으로 나서 이론과 실천을 몸으로 보여줬다.

이들이 추구한 것은 독립적인 예술장르로서의 영화, 영화작가로서의 영화감독이었다. 트뤼포는 이중에서도 영화의 대중성에 가장 중점을 둔 감독이다. 그는 관객의 마음을 흔들어 놓지 않는 재미없는 영화는 아무런 가치가 없다고 단언했다. 「쥴과 짐」이 110분동안 관객을 즐겁게 사로잡는 것은 이런 그의 영화관의 소산이기 때문일 것이다. 25일 개봉.<이윤정 기자>

▲변재란(영화평론가)­한 여자의 자유와 욕망에 대한 연대기.(★★★☆)

▲양윤모(〃)­트뤼포 감독의 정수. 모든 여성에게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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