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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상심으로 돌아가자/송석구 동국대 총장(아침을 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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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상심으로 돌아가자/송석구 동국대 총장(아침을 열며)

입력
1997.0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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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가 가고 또 한 해가 왔다. 어제가 있기에 오늘이 있고, 오늘이 있기에 내일이 있음은 너무나 잘 안다. 어제가 없는 오늘이 없고, 오늘이 없는 내일이 없음도 잘 안다. 그러나 잘 아는 것을 망각하고 살아가는 우리들이다.올해는 새해라는 기분이 나지 않는다. 작년말 국회에서 통과된 노동법과 안기부법 개정으로 인하여 민노총의 파업이 하루하루 확산되고 정부도 좌시하지 않고 주동자를 사법처리 할 기세다.

이런 판에 경제를 살리라는 구호는 허공의 메아리같다. 노동자 사용자 공무원 국민 모두가 겉도는 것이다. 여야는 신물이 나도록 들어온 3김씨의 대결로 모두가 대선에만 매달려 국민이나 국가는 어디로 가도 좋다는 식이다. 정권만 잡으면 일거에 모든 것이 해결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아무리 통합과 단결을 외쳐도 그냥 헛바퀴만 돌고 있는 것이다.

국민도 이제는 지쳤는지 팔짱만 끼고 있는 듯하다. 무엇인가 가닥을 잡아야 한다는 절박감이 닥쳐온다. 시간이 약이겠지 해서는 안되겠다. 이렇게 캄캄할 때는 조용히 과거를 생각해 보는 반성의 시간이 필요하다.

지도자들이나 국민 모두가 과연 우리가 지금 어디에 와 있는가, 그리고 과연 우리가 누구였던가를 되돌아 보아야 한다. 어떤 외국인은 한국인들의 단점으로 쉽게 잊어버리는 망각과 『빨리빨리』를 외치는 조급증을 들고 있다. 진정 우리는 과거를 쉽게 망각하고 자기를 잃고 있는지도 모른다. 조금 살게 되었다고 사치, 낭비, 과소비를 잘 사는 것으로 착각하고 된장, 고추장, 연탄난로시절을 까맣게 잊어버렸다.

우리보다 몇 배 잘사는 미국인들은 아직도 햄버거와 콜라를 잊지 않고 있다. 그에 비하면 돈 좀 쓸만하니까 너도나도 승용차 사서 행락하고, 참으로 정신 못차린 우리가 아닌가. 어려운 경제를 살리자고 한편에서는 소리치고, 법이 잘못되었다고 파업하고, 외국으로 골프여행 떠나면서 이것은 과소비가 아니라고 소리치는 사람이 있는 한 우리는 아직도 부족하다. 우리 국민의식이 이 지경이라면 매우 심각하다. 국민의식이 바뀌기 위해서는 정치지도자들의 의식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

지난날을 생각해 보자. 개발독재로 명명되는 60∼70년대에는 『보릿고개를 이기자』고 외치지 않았던가. 그리고 수출주도국으로 경제성장을 했다. 그 바람 위에서 80년대는 안정되게 살아왔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군사독재와 정치적 강압에 맞서 민주화를 외쳐왔다. 부정부패척결, 정치적 민주화 이것은 모두의 소망이었다. 90년대 들어 문민정부가 들어섰다. 모두 환희했다. 마치 대명천지를 날 듯이.

그래서 개혁을 정당화하지 않았던가. 부동산투기를 억제한다고 부동산 실명제, 그리고 금융실명제가 시작되었다. 역사 바로 세우기, 교육개혁 등 온통 개혁으로 잘못된 관행을 깨고 새시대에 맞는 새로운 틀을 짜기에 여념이 없었다.

개혁하다보니 불편한 것이 하나 둘이 아니다. 기득권도 자꾸 흔들린다. 돈이 안 돈다. 중소기업 중 하루에 20여 회사가 부도가 난다고 야단이다. 우리는 그동안 절제와 절약 없이 흥청망청한 것이다. 의식은 텅 빈 채 쓰는 것으로 선진국에 진입한 것이다. 내일을 위한 기술도 경쟁력도 돈도 저축하지 않았다. 의식이 허황해졌던 것이다.

이 모든 것은 우리가 해 온 일이다. 그러다가 어려워지니까 네 책임이라고 서로 비난한다. 지금 우리는 정쟁을 할 때가 아니다. 머리를 맞대야 한다. 정치인들은 권력을 잡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평상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국민도 평상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위기라는 생각, 비판을 위한 비판은 평상심이 아니다. 정치인들은 국민과 만나 대화를 해야 한다. 모두 마음을 가라앉히고 어제와 내일을 생각하는 오늘의 평상심으로 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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