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망명자 납치’ 피소구 동독 비밀경찰 「슈타지」의 대외첩보국(HVA) 국장이던 마르쿠스 볼프(73)가 7일 또다시 독일검찰에 의해 기소됐다.
독일검찰은 91년 그를 반역혐의로 기소했으나 95년 5월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이 나자 이번에는 30년전 서독으로 망명하려던 동독첩보원을 납치·폭행한 혐의를 들어 다시 법정에 세운 것이다. 독일검찰은 이번에는 반드시 그에게 법의 심판을 내려 동독의 잔재를 청산하고 말겠다며 단단히 벼르고 있다.
이에 대해 볼프는 이날 뒤셀도르프법정에서 『직무를 수행하면서 헌법과 법률을 어긴 적이 없다』며 『나를 다시 기소한 것은 독일민주공화국(동독)의 정통성을 말살하려는 음모』라고 주장했다.
볼프는 58년부터 HVA국장으로 일했지만 서독첩보기관에서는 그의 실체를 파악하지 못해 「얼굴없는 사나이」로 통했다. 그가 모습을 처음 드러낸 것은 82년 동독영화감독이던 형 콘라트가 사망했을 때였다. 서독언론은 190㎝의 건장한 체격에 베스트 드레서인 그를 「스파이계의 폴 뉴먼」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그는 귄터 기욤을 빌리 브란트 당시 서독총리의 비서로 위장취직시켜 중요기밀을 빼오게 해 74년 브란트 총리를 사임케 한 것으로 유명하다.
볼프는 1923년 1월 독일 남부 헤힌겐에서 공산당 활동을 하던 의사겸 작가였던 유대인 프리드리히 볼프의 아들로 출생했다. 1934년 나치박해를 피해 구소련으로 망명했다가 1945년 독일로 돌아왔다. 1949년 모스크바대사관 1등서기관으로 근무하던 그는 58년부터 슈타지 HVA국장을 맡아오다 87년 은퇴했다.
그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3일전인 90년 9월30일 모스크바로 피신했다가 1년 뒤 『독일에 뼈를 묻겠다』며 귀환하던 중 오스트리아에서 체포됐다. 서독으로 탈출하려다 슈타지에 체포됐던 안드레아와 결혼해 살고 있는 그는 최근 러시아 요리책을 출판하기도 했다.<권대익 기자>권대익>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