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대통령이 연두기자회견을 한 7일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들은 난감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김대통령이 회견도중 『최근 북한 미그기 3대가 연습도중 연료부족으로 떨어졌다』고 언급한데 대해 해명할 방법을 찾기가 곤란했기 때문이다. 북한은 공군기의 연료를 정확히 훈련량만큼만 공급할 정도로 심각한 유류난에 시달리는 것으로 여러 정보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북한공군의 주력기인 미그19, 21기가 기름부족으로 연속해 추락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었다.기자들의 확인요청이 빗발치자 합참관계자는 『지난해 북한군용기는 헬기 1대를 포함해 미그기 4대 등 모두 5대가 추락했다』며 『추락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연료부족이라고 속단하기 힘들다』고 지극히 조심스럽게 설명했다. 북한미그기가 실전배치된지 30년이 넘어 기체결함이나 조종미숙으로 추락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합참은 이같은 해명이 대통령의 발언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모습으로 비칠까 우려하는 눈치였다. 그러나 연료부족으로 인한 전투기 추락사고는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게 군관계자들의 공통적인 견해다. 조종사는 연료상태를 계기를 통해 확인할 수 있고 설사 연료부족상태에 이르렀다 해도 불시착을 하지 추락사고까지 일어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김대통령의 「미그기 추락」발언은 북한의 심각한 체제위기와 유류난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나온 착오로 판명됐지만 군관계자들은 대통령에게 왜곡된 대북정보가 전달되는 것이 아닌지 우려했다. 북한은 지난해 무장공비를 태운 잠수함을 강릉에 침투시키는 등 호전적 대남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우리의 대북경계태세는 한 치의 빈틈도 허용되지 않는 상황이다. 그러나 철통같은 대북경계태세는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에 기초해야 한다. 군최고통수권자인 대통령의 불확실한 대북정보로 국민이 불안해 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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