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매기가 지나가다 겨우 배설물이나 뿌리는 바위섬」. 아무런 영토적 가치도 있어 보이지 않는 불모의 섬(?)을 두고 양국이 서로 「내땅 타령」을 하는 것이 못마땅했는지 모른다. 30대 중반의 혈기왕성한 청년장교의 눈에는 독도가 별것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가뜩이나 중요한 「협상」을 앞두고 별것도 아닌(?) 이 독도가 장애물로 등장하자 꽤나 짜증스러웠는지도 모른다. 빈곤에 찌든 조국의 근대화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거룩한 협상」에서 고작 「갈매기가 배설물이나 뿌리는 바위덩어리」가 걸림돌이 되는게 도대체 이해가 안 갔던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그래서 협상의 카운터 파트인 일본의 외상 오히라 마사요시에게 「골치아픈 섬 덩어리를 차라리 폭파해 버리자」고 용감한(?) 제안을 했던 것으로 외신은 전한다.얼마전 비밀분류에서 해제된 미 국무부의 외교문서는 이처럼 지금까지 일반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았던 62년 한일 국교수교협상 당시의 독도문제와 관련한 몇가지 중요한 정황을 소개하고 있어 우리들의 눈길을 끌게 한다.
이 문서가 전하는 바에 따르면 당시 대통령 특사로 수교협상을 지휘하던 김종필 중앙정보부장이 회담의 걸림돌이 되고 있던 독도폭파를 제안했으나 일본측이 이를 거부했다는 것.
이 외교문서는 김부장이 62년 10월 도쿄(동경)에서 이케다 수상, 오히라 외상과 회담한뒤 워싱턴을 방문, 딘 러스크 미 국무장관을 만나 독도폭파론을 제의했음을 밝히고 있다. 조국근대화의 신념에 불타던 한 젊은 장교의 단견쯤으로 치부하고 넘어가기엔 사안이 너무 미묘하고 중요하다.
가뜩이나 한일간에 독도의 영유권시비가 끊이질 않고 있는 시점에 이 문서가 공개돼 뒷맛이 여간 찝찔하지 않다. 만약 사실이 아니라면 김씨는 떳떳하게 진실을 밝히고 잘못 알려진 부분이 있으면 이를 즉각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논설위원실에서>논설위원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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