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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이젠 ‘위조’ 피해국/농심 신라면이 ‘용심 신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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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이젠 ‘위조’ 피해국/농심 신라면이 ‘용심 신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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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0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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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화·인삼·오디오 등 세계적인 국내브랜드 중국 등 개도국서 무단도용/피해사례 20건 넘어위조상품의 「수혜국」이었던 우리나라도 이제는 위조상품 피해국 대열에 들어섰다. 국내 유명상표들이 중국과 개발도상국에 의해 무단 도용돼 갈수록 피해사례 보고가 늘고 있다.

남양나이론의 「비비안」, 한국타이어의 「오로라」, 국제상사의 「프로스펙스」 등과 「인켈」 「미원」 「도루코」 등을 부착한 위조상품이 대만 필리핀 스페인 중국 등지의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다.

국내제품의 위조상품을 생산하는 업체들은 대부분 국내제품 수입상사들로 이 들은 수입과정에서 익힌 노하우를 활용, 유사품을 만들어 우리상표를 부착하는 수법을 사용하고 있다.

한국담배인삼공사가 생산하는 삼제품에 부착된 「정관장」상표도 93년부터 홍콩 수입상에 의해 도용됐다. 정관장은 「정부가 제조한 정품」이라는 뜻인데 위조삼과의 구분을 위해 일제때인 1940년대 초부터 정부제조 홍삼제품에 사용됐다. 60년대 들어 홍삼제품에 홍삼뿌리 모양을 한 「정관장」상표를 사용하면서 동남아와 일본 등지에 확고한 브랜드 이미지를 심었다.

그런데 95년 11월 중국에 상표등록을 하기 위한 검색과정에서 홍콩수입상이 정관장 상표를 먼저 중국에 등록한 사실이 확인됐다. 현재 홍콩수입상측은 상표반환 조건으로 1,000만홍콩달러(약 10억원)를 요구하고 있고 한국담배인삼공사는 중국에 상표부당등록 취소신청을 해놓은 상태다.

손목시계 생산업체인 (주)로만손도 위조상품을 만들고 있는 중국 헤이룽장(흑룡강)성의 한 손목시계 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화장품회사인 피어리스 역시 상표를 중국화장품업체에 도용당해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팬택은 주생산품목인 무선호출기가 스페인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위조돼 나돌고 있으나 도용업체를 아직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주)농심은 신라면과 포장 색깔 디자인 제품로고가 유사한 제품이 홍콩의 백화점 등에서 신라면과 함께 판매되고 있으나 해결책을 찾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홍콩 식품업체인 「빌리온 스트롱」사는 중국 발음으로 「롱심」인 「용심」로고를 달고 상표도 「신랄」로 표기해 신라면과 혼동을 초래하고 있다. 농심은 신라면의 현지 상표등록을 추진하고 있으나 홍콩에서는 「신」이라는 글자 하나를 한 기업이 독점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상표등록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동종상품은 아니지만 한국타이어의 경우도 상표를 도용당해 소송중이다. 한국타이어는 74년 대미 진출이래 「오로라(AURORA)」란 상품명의 타이어를 수출해 왔으나 미국 GM사가 95년 신형모델차에 동일한 상품명을 사용했다. 한국타이어측은 『타이어 상품명과 동일한 상품명을 GM사가 사용함으로써 소비자로부터 GM사가 타이어를 생산하거나 한국업체가 GM사의 상표를 도용해 타이어를 생산, 판매한다는 오해를 불러 일으킬 소지가 있다』며 미국 법원에 상표사용중지 신청을 해 놓았다. 미원은 페루의 수입대리점이던 펠마얀사가 수입 독점권을 확보하는데 실패한 뒤 독자적으로 미원(MIWON)을 상표등록하자 소송을 제기, 상표를 되찾았다.

국내업체의 상표가 부착된 위조상품이 나돌더라도 규모가 작은 업체는 마땅한 대응책을 찾지 못하는 예가 많다. 소송비용이 워낙 부담스러운 까닭이다. 특허청이 파악하고 있는 국내업체의 산업재산권 해외피해 사례만도 20여건이 넘는다.

특허청 유기현 사무관은 『선진국의 상표 및 기술을 모방·도용하던 처지에서 이제는 중국과 동남아 등지의 후발 개도국으로부터 산업재산권을 지키는데 적극 나서야 할 입장으로 변했다』며 『국내 업체들이 피해를 입지 않으려면 해외진출전에 상표부터 등록해야 한다』고 말했다.<이진동 기자>

◎시급한 ‘SW 불법복제’ 근절/정보강국 도약의 최대 적/95년 복제율 76% 피해 5,737억원/대기업까지 가담 계속 증가세

PC통신용 프로그램인 「이야기」를 개발한 「큰사람」사는 최근 큰 시련을 겪었다. 경북대 졸업생들이 모여 만든 이 회사는 PC통신용 프로그램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을 선보여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4년의 기간과 10억여원의 개발비를 들여 지난해 선보인 신제품 「이야기 7.3」프로그램이 시중에 불법으로 나돌면서 위기를 맞았다.

성능 평가를 위해 모컴퓨터업체에 맡긴 프로그램을 아르바이트생인 S군(19)이 불법복제해 전자우편을 통해 배포했다. 부랴부랴 2,000여명의 불법사용자 명단을 확보해 수습에 나섰지만 이미 2만명 이상이 프로그램을 받은 뒤였다. 황태욱 사장은 『불법복제탓에 대형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외에는 대부분의 회사가 문을 닫았다』며 『종합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경쟁력있는 제품을 개발하고 있는 업체도 결국 도산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컴퓨터 소프트웨어 산업은 한 나라의 정보화 수준과 국가경쟁력을 나타내는 바로미터로 통하고 있다. 문제는 소프트웨어 산업이 가짜 피해에 극히 민감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불법복제에 대한 단속이 기술개발의 전제조건이라고 입을 모은다. 신규 개발에는 막대한 자본과 기술인력이 필요하지만 컴퓨터 한대만 있으면 무단 복제가 가능하다. 불법복제가 성행하면 업체의 개발의욕은 자연스럽게 꺾이게 마련이다.

우리나라의 소프트웨어 복제는 심각하다. 미국 소프트웨어산업협회의 조사결과 95년 우리나라의 소프트웨어 복제율은 76%, 이로 인한 피해액은 6억7,500만달러(약 5,737억원)에 달했다. 소프트웨어 산업이 발달한 미국(26%) 영국(38%) 일본(55%) 등은 물론이고 경쟁국인 대만(70%)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특히 조사대상 80개 국가의 복제율이 점차 낮아지는 추세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94년의 75%(5억1,000만달러)보다 오히려 높아졌다.

국내에서도 소프트웨어 재산권 보호를 위한 노력이 시작됐지만 아직은 미미한 상태다. 현재 개발업체들이 모여 만든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SPC)의 활동이 고작이다. SPC는 불법복제 업체를 적발해 고발하는 일과 각종 홍보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인원부족 등의 이유로 근본적인 단속이 어려운 실정이다. SPC 국제부 윤우영씨는 『단속에 적발되는 숫자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며 『지재권 분쟁 등에 대비해 꾸준하게 단속활동을 벌이지 않으면 언제 국제적인 망신을 당할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SPC가 지난해 적발한 소프트웨어 불법복제 업체는 모두 151개. 95년의 43개보다 3.5배이상 증가했고 복제 유형도 다양화하고 있다.

기업체에서 업무용 소프트웨어를 복제해 사용하는 것이 가장 흔한 수법이다. 하나의 소프트웨어 정품은 한대의 PC에만 설치하도록 돼 있는데도 수백 수천대의 컴퓨터에 설치해 사용하다 적발된 것이다. 전체 적발건수 가운데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94년 42%에서 95년에는 23%로 줄었지만 대기업은 14%에서 16%로 오히려 증가했다. 지난해 9월에는 유명 컴퓨터회사 5개 대리점이 컴퓨터에 5억7,000만원어치의 소프트웨어를 끼워팔다 검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컴퓨터 학원에서 불법복제한 소프트웨어를 원생교육에 이용하는 경우도 흔하다. 지난해만도 39개 학원이 단속반에 적발됐다.

소프트웨어 산업의 육성을 위해서는 가짜 소프트웨어 근절이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선진국의 이익을 보호하는 것」이라는 오해와 항의도 있지만 궁극적으로 기술개발을 통한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불법복제의 근절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데 업체와 당국의 견해가 일치하고 있다.<이상연 기자>

◎유명 학습교재까지 복제본 나돈다/잘못된 내용 많아 결국 학생들이 피해/‘수학정석’ 범인에 현상금까지

학습교재마저 가짜가 나돌고 있다. 남이 애써 만든 교재를 베껴 팔아 먹는 것도 문제지만 가짜 학습교재의 내용에 잘못된 부분이 많아 결국은 학생들에게 피해가 돌아간다는 것이 더 큰 문제가 되고 있다. 고교 수학참고서로 널리 알려진 「기본 공통수학의 정석」복제본이 대표적인 예다. 출판사인 성지사는 복제본이 나돌자 현상금을 내걸고 범인 색출에 나섰다.

지난해 12월9일자 일간지 광고에 『기본 공통수학의 정석을 불법복제한 사람을 찾고 있다』며 『가짜책을 제작한 범인을 잡을 수 있는 결정적인 제보를 한 사람에게 사례금으로 3,000만원을 주겠다』고 밝혔다.

가짜는 종이결이 맞지 않아 책의 중앙부분을 펼쳐도 책장이 양쪽으로 갈라지지 않고 뻣뻣이 일어서며 군데 군데 글자가 빠져 있거나 그래프나 도표가 잘못돼 있다. 일례로 312쪽 13줄 아래 오른쪽 그림에서 x축 윗부분의 그래프가 붉은 선으로 돼 있어야 하는데 가짜 책은 그래프 모두가 검은 선으로 인쇄돼 있다. 가짜 책은 원본을 한장 한장 스캐너에 넣어 필름으로 복사하는 방식을 사용했는데 스캐너가 붉은색과 검은색을 구별하지 못해 오류가 발생했고 원본이 사용하고 있는 불투명지가 아닌 일반 모조지를 사용해 조잡하다.

결국 복제조직 일당 가운데 1명은 검찰에 검거됐지만 유통된 책의 회수실적은 극히 미미한 상태다. 성지사측은 『1만여권 이상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데 겨우 50∼60여권 밖에 수거하지 못했다』며 『가짜를 구입한 학생들의 피해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범인들은 또 가장 많이 팔리고 있는 C출판사의 운전면허시험 문제집 10만여권을 복제해 시중에 유통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관계자는 『학습교재 복제는 손쉬워 기본공통수학의 정석 외에도 잘 팔리는 다른 참고서들이 복제돼 시중에 나돌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이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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