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밀한 조사로 본래모습 추적/경솔한 유적보수 위험성 고발/1,200년 견뎌온 석굴암의 ‘몸살’한낱 돌덩이, 말없는 불상에 불과하지만 문화유산은 우리에게 큰 가르침을 준다. 그 속에 담긴 선조들의 얼과 정성이 민족의 뿌리를 더듬게 해주고 현재와 미래의 좌표를 제시한다. 우리가 굳이 「문화유산의 해」까지 만들어 그것들을 오롯이 후손들에게 전해주려고 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KBS가 10대 문화유산 시리즈의 네번째로 석굴암의 원형탐구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원형탐구 석굴암」(연출 김형일, 5일 하오 8시 방영)은 지금와서 새삼스럽게 이 문제에 집착하는 두가지 이유를 뚜렷히 밝혔다.
원형탐구야말로 석굴암에 담긴 조상들의 깊은 뜻과 철학을 이해하는 길인 동시에 우리의 책임인 온전한 대물림(보존)과 직결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1,200년을 무사히 이어온 석굴암이 왜 습도 때문에 애를 먹고 있는가. 두차례(1913년과 1964년)보수공사로 석굴암의 원형은 파괴되고 문제점만 남긴 것은 아닌가.
이같은 의문을 풀기위해 프로그램은 학계의 주장과 다양한 실험, 사료의 점검과 3차원 컴퓨터그래픽을 이용한 원형재현 등을 해봤다. 그리고는 조심스럽지만 결론을 내 놨다. 석굴암은 지금의 폐쇄구조가 아니다. 감실의 통풍과 햇살을 위한 창이 있었고 입구에 지은 건물도 없었다. 일제가 억지로 흐름을 바꿔버린 바닥의 샘물이 오히려 습도를 낮춰 주었다. 외벽은 돌과 흙으로 덮여 있었다.
석굴암을 찾았을 때 입구에 지어진 건물로 답답한 느낌을 받은 사람들에겐 분명 설득력을 지닌다. 그 주장은 바로 동해에 뜨는 아침 첫 햇살을 받은 불상이 바로 부처가 이땅을, 나아가 세상을 밝히는 것을 상징한다는 얘기와 연결된다.
「원형탐구 석굴암」이 안타까워 하는 것은 바로 선조들이 정교하게 받아들인 자연의 섭리를 무시한 후손들의 경솔함이다. 기술과 과학의 힘만으로 손을 댄 석굴암. 그 기술로 원형은 알 수 없게 됐고 「소음과 진동」이란 또 다른 고통을 겪고 있는 석굴암. 이것이 단순한 추측일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적어도 우리가 얼마나 소중한 문화유산을 가졌으며, 그것을 어떻게 보존해야 하는가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보는 소중한 기회는 됐다.<이대현 기자>이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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