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봉사·거리청소·무료차량서비스 등 병행파업지도부에 대한 사법처리가 예고된 가운데 7일 대통령 연두기자회견을 계기로 노동계의 파업전략이 대정부 압박 뿐만 아니라 여론 지지 획득이라는 양면전술을 구사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
김영삼 대통령은 이날 『이번 노동법 개정은 선진형으로 바꾼 것이며 누가 해도 해야 할 일』이라고 밝혀 노동계가 요구하는 개정 노동법의 백지화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이로써 노동계가 구랍 26일 파업을 시작한 이후 정부가 개정 노동법을 무효화할 기회라고 생각했던 총리 담화, 대통령 거부권행사, 연두기자회견 등 3차례의 기대가 모두 무산됐다.
이에따라 파업을 이끌고 있는 민주노총은 노동법 백지화는 이미 물건너 간 것으로 보고 파업전략을 수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민노총은 김대통령의 연두기자회견 내용에 대해 『노동법 무효화를 거부한 데 대해 실망을 금할 수 없다』면서 총파업투쟁 수위를 높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권영길 위원장은 『김대통령이 총파업문제에 대해 원론적이고 피상적으로 밖에 언급하지 않았다』면서 『7일 이후로 예정했던 공공부문 파업 돌입시기를 당초 생각보다 앞당기는 등 파업투쟁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7일까지 나타난 파업양상은 화이트 칼라 노조인 사무 전문 건설노련등이 가세해 파업열기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던 민노총 지도부의 기대에 다소 못미치고 있다. 민노총은 8일로 잡았던 사무 건설노련의 전면 파업시기를 10일로 늦추었다.
민노총은 이와 함께 8일을 「국민과 함께 하는 날」로 지정, 병원노련은 의료봉사활동, 자동차서비스사는 무료차량서비스, 제조업체는 거리대청소 등 다양한 대국민 봉사활동을 병행해 나가기로 했다. 동시에 범국민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집회와 인간띠 잇기 행사 등으로 홍보전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번 파업국면에서 처음으로 등장하는 이같은 움직임은 검찰이 이날 두번째 소환장을 발부하는 등 파업지도부 연행 및 구속과 명동성당에의 공권력 투입 등 사법처리 수순을 밟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적 지지여론을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지하철 등 국민생활에 직접 불편을 미치는 파업을 자제하고 병원 응급실, 수술실은 정상 근무하는 것 등도 같은 맥락이다.
민노총은 이와함께 9일은 「신한국당 규탄의 날」, 10일은 「날치기정권 규탄의 날」, 11일은 「노동악법 백지화를 위한 범국민 궐기의 날」로 정하는 등 다양한 대정부 압박전술을 계획하고 있다.
민노총의 이같은 움직임은 전체적으로 이번 파업을 가능한 한길게 끌고 가기 위한 것이라는 게 정부관계자들의 분석이다. 그러나 정부당국자는 『가능한 한 파업을 조기에 진정시킨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라고 밝혔다.
결국 노동계의 이번 총파업은 임박한 사법처리를 둘러싸고 파업지도부와 정부측의 「여론 업기 싸움」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남경욱 기자>남경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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