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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살아나야 불황 이긴다(한국경제 활로를 뚫자: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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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살아나야 불황 이긴다(한국경제 활로를 뚫자:3)

입력
1997.0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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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경쟁력 최저점 추락 ‘의견일치’/밀어내기·환율조정 등 단기처방 자제/시간 걸리더라도 근원적 대책 필요의류전문수출업체인 T사는 지난해초 정든 국내공장을 버리고 베트남으로 생산시설을 이전하는 「최후의 선택」을 했다. 섬유업계의 해외탈출 러시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고부가가치화를 통해 입지를 굳히겠다는 꿈을 실현하기에는 국내의 고비용구조가 너무 큰 장애물이었기 때문이다. 이 회사가 국내에서 직원들에게 지급했던 월평균임금은 1,000달러(약 84만원)수준. 반면 베트남에서는 월 65달러(약 5만3,000원)만 주면 비교적 성실한 근로자를 구할 수 있다. 미얀마에서는 30달러(약 2만5,000원)의 월급으로도 생산직근로자를 쓸 수 있다.

또 국내에서는 평당 100만원안팎의 거금을 지불해야 공장부지를 살 수 있었던데 반해 베트남에서는 현지인명의로 평당 1만원만 내면 입지조건이 좋은 공장부지를 구할 수 있고 장기임대로 가능하다. 이 회사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폐업 외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면서 『베트남에서는 생산원가가 국내의 절반이하에 그쳐 비로소 경쟁업체와 대등한 경쟁을 할 수 있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T사의 선택」이 입증하듯 국내산업의 수출경쟁력은 바닥으로 추락한지 오래다. 대표적인 노동집약산업인 섬유뿐 아니라 전자 중공업 자동차 기계 조선 등 주력업종들도 예외가 아니다.

수출경쟁력은 정부와 국책연구기관들까지 최저점에 와있다는 사실을 인정할만큼 곤두박질해있다. 통상산업부 산하의 산업연구원은 최근 금리 임금 물류 기술력 등 생산요소비용은 물론, 자동차 조선 가전 기계 철강을 비롯한 8개 주력수출업종별로도 가격경쟁력은 개도국에, 품질 기술력 등 비가격경쟁력은 선진국에 모두 뒤진다는 분석결과를 내놓았다.

통계청과 한국은행의 분석자료에서도 우리 산업의 열악한 현실이 그대로 드러난다. 미국과 일본은 임금이 85년부터 95년까지 1.3배정도 오르는데 그친 반면 우리기업의 임금은 평균 4.2배나 급등했다. 또 금리와 물류비가 경쟁국의 2배수준임은 물론 공단분양가는 경쟁국 평균의 10배를 넘는다. 경쟁력있는 제품을 결코 만들어낼 수 없는 「구조적인 질병」에 걸려 있는 셈이다.

우리경제의 특성상 수출경쟁력을 회복하지 않고는 국내경기의 불황을 치유할 수 없다. 지난해 수출총액(1,298억달러)이 4,800억달러안팎으로 추정되는 국민총생산의 4분의 1을 넘을 만큼 수출성적이 국내경기의 명암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 지난해 무역적자가 204억달러에 달함으로써 국내생산 감소액은 19조8,000억원, 부가가치감소액은 7조2,000억원, 고용감소는 65만명에 이른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수출부진의 파급효과가 이 정도이니 국내경기가 불황의 긴 터널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같은 우리 여건을 뒤집어보면 수출경쟁력회복은 불황극복의 지름길이라는 역설이 가능해진다. 수출경쟁력회복 여부가 우리경제가 선진국으로 진입하느냐, 아니면 아시아의 멕시코로 전락하느냐를 판가름지을 것이라는데도 이견이 없다.

전문가들은 환율조정, 밀어내기수출 등의 단기 극약처방은 자제하고 당분간은 어려움이 가중되더라도 실질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는 근원적인 처방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그 처방은 ▲생산요소비용 절감 ▲수출구조고도화 ▲기술개발을 통한 고부가가치화 ▲경쟁력있는 마케팅전략수립 ▲수출시장개척 등 전방위적이어야 한다. 수출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은 도처에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올해 무역적자는 전년과 같은 수준인 200억달러안팎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올 한해동안 무역적자를 전년보다 줄이지 못하더라도 중장기적으로는 「적자가 줄어들 수 밖에 없는 산업토양」을 만드는데 주력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김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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