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년 국립보건원서 “에이즈 양성” 판정/접대부 계속… 보건증 검사서 잇단 음성/94년 감염자모임 나가며 “진짜 감염”/변호사 도움으로 국가상대 손배소 준비94년 7월 에이즈(AIDS) 감염사실을 알고도 유흥업소 접대부생활을 계속해 충격을 준 「에이즈 복수극」의 주인공 정모(36·여)씨가 자신에게 에이즈 양성판정을 내린 보건당국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준비중이다.
정씨는 87년 4월 국립보건원에서 에이즈검사를 통해 양성판정을 받았다. 충격이었지만 생계를 위해 제주, 전남 순천등지를 전전하며 접대부생활을 계속했다. 보건증을 발급받기 위해 91년 5월과 7월 전남 보건환경연구원에서 검사를 받았으나 음성, 양성으로 엇갈렸다. 국립보건원에서 다시 검사를 받았으나 음성이라는 통보를 받았다. 종잡을 수 없었다. 93년 11월 제주보건환경연구원은 다시 음성판정을 내렸다. 그러나 정씨는 『에이즈 지식이 전혀 없어 최초 양성판정에만 집착, 「나는 에이즈환자」라고 계속 생각했다』고 말했다.
「에이즈환자」 정씨는 자포자기 심정으로 94년부터 에이즈감염자 모임에 나갔다. 김모(44)씨를 만나 동거를 시작했다. 에이즈상식도 익혔다. 87년부터 93년까지 동거한 박모, 김모씨 등 2명이 에이즈에 전혀 감염되지 않았다는 사실도 이 때 알았다. 통상적인 잠복기 10년이 지났는데도 발병하지 않은 까닭을 그제서야 깨달았다. 하지만 때는 늦었다. 동거하던 김씨가 에이즈를 옮긴 것이다.
정씨는 에이즈의 날인 지난해 12월1일 행사를 준비하다 임영화(34) 변호사를 만났다. 무료변론을 자임,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준비중인 임변호사는 『정씨사건은 보건행정의 난맥상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라며 『에이즈환자의 권익을 위해 반드시 진실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정씨는 『에이즈환자 아닌 환자로 살면서 받은 정신적 고통은 덮어두고 싶다. 나같은 피해자가 다시는 없어야겠다는 바람 밖에 없다』고 말했다.<이범구·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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