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 외형경쟁 청산 본질적 개혁 불가피/정부 일관성있는 정책 등 모두 합심하면 ‘한자릿수’ 가능우리 기업의 활로를 찾으려면 고금리 장벽부터 깨야한다. 미국(6.11%) 일본(3.18%) 영국(7.75%) 등 선진국에 비해 2∼4배에 달하는 높은 금리(12∼13%)로는 선진국 기업과의 경쟁에서 백전백패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금리 장벽을 낮출 수 있는 본질적인 금융개혁이 요구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은 높은 금리때문에 일본과 미국기업에 비해 각각 10배, 50배에 달하는 금융비용(외환비용 포함)부담을 지고있다. 한국은행분석 결과, 우리 기업은 1만원의 물건을 팔아 500원을 금융비용으로 지출하고 있는데 비해 일본 기업은 50원, 미국 기업은 10원만을 지출하고 있다. 이처럼 고리대에 시달리면서 선진국과 맞서 경쟁하기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그러나 당국의 금리인하정책은 실패만 거듭해왔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4월 지급준비율을 낮추고 은행에 금리인하를 「강요」해 한때 금리가 연 10% 가까이 떨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두달도 못가 금리는 다시 12%대로 올라섰다.
근본처방없는 금리인하정책은 금리는 낮추지 못하고 오히려 부작용만 낳기도 했다. 지준율 인하를 계기로 은행에 금리인하를 강요하자 꺾기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자금력없는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금리격차가 더욱 커졌다. 이 때문에 98년쯤이면 우리나라도 한자릿수 금리시대가 열릴 것으로 예측했던 민간연구소들은 2000년전에 한자릿수금리는 불가능하다는 어두운 전망을 내놓았다.
저금리정책의 잇단 실패는 오히려 「고금리신화」만 더욱 굳어지게 한 셈이다. 경제전문가들은 경제성장률 6∼7%대에 달하고 물가상승률이 4∼5%대수준을 유지하는 한 금리는 10∼12%대이하로 떨어지기 힘들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일부 금융전문가들은 우리 경제에 끼어있는 거품만 걷어낸다면 고금리 장벽은 난공불락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우선 거품금리의 주 요인인 금융기관들의 고질적인 외형경쟁 관행을 청산하면 금리를 어느 정도 낮출 수 있다는 지적이다. 몸집(수신고) 키우기에 급급한 은행들의 과열경쟁은 자금조달비용을 상승시키고 이를 기업들에게 전가, 결국 고금리를 초래했다.
돈을 빌려쓰는 기업들도 고금리를 조장하는 장본인이다. 국내 기업들의 남의 돈(차입금) 의존도는 44.8%로 미국(26.8%) 일본(36.2%) 등에 비해 턱없이 높다. 남의 돈이란 결국 금융기관에서 빌려온 빚이다. 기업들은 지난해 재고율이 20%를 웃돌았는데도 투자를 신축적으로 줄이지 못해 자금의 거품수요를 촉발, 금리상승을 부채질했다.
정부의 저금리정책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물가상승률이 높으면 금리는 오르기마련이다. 땅값이 올라 지가차익이 클 경우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려서라도 땅투기를 하려는 수요는 늘어나게 마련이고 자금수요가 커지면 금리는 오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그린벨트 완화와 원화절하정책에 따른 국내 물가상승 등으로 볼때 정부의 물가안정의지는 미약해 보인다. 은행직원들에게 금리를 낮추라고 윽박지른다고 금리가 낮아지는 것은 아니다.<유승호 기자>유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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