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투리시간·쪽지 활용/문명의 이기 적극 이용신년계획을 가다듬는 시기이다. 신년계획을 세우다보면 누구나 느끼는 것이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 특히 직장일과 가사를 병행해야 하는 취업주부는 시간관리를 잘하지 않으면 할 일에 쫓겨 한 해를 흘려 보내기 쉽다.
성공한 여성들이 한결같이 내세우는 시간관리의 첫째 비결은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라」. 누구에게나 하루는 24시간뿐이므로 중요한 일부터 하고 나머지는 포기하거나 남의 손을 빌리는 전략을 말한다. 삼성데이타시스템의 주혜경(47) 이사는 『일하는 여성이라면 나이에 따라 가정, 일, 개인이라는 3개 영역으로 나눠 우선순위를 달리 하라』고 조언한다. 직장생활 초기에는 일을, 자녀가 어릴 때는 가정을 우선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주씨는 『가정에 우선순위를 둘 때도 일 욕심을 지나치게 내지 말라는 것이지 회사일을 소홀히 하라는 것은 아니다』며 『그러려면 자녀와 대화하고 안아주는 엄마의 역할은 직접 하고, 청소 빨래 요리는 다른 사람에게 맡길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남의 손을 빌리기 싫다면 청소는 매일 하지말고 식생활에서는 냉동식품을 적극 활용하는 등 남과 다른 생활지침이 필요하다.
런던 뉴욕 동경에서 전문직으로 활약한 경험을 「남자들 별거 아니더라」는 책으로 펴낸 회계사 민희경(39)씨는 「인생의 장기계획을 세우라」를 둘째 비결로 든다. 뒤늦게 길을 잘못 들었다는 생각이 들면 단기적인 시간관리는 아무 의미도 없다. 『직장을 구하고 1년 뒤 쯤 결혼과 출산을 서두는 것이 최상의 장기전략』이라고 한다. 민씨는 『일을 잘해도 초년생에게는 중요한 일을 맡기지 않으므로 20대에 가정을 먼저 꾸리라』며 『나이가 들수록 전문업무를 맡는데 뒤늦은 출산으로 쉬면 본인도 힘들고 회사도 반기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자녀가 어릴 때는 역량에 조금 덜 미치는 일을 맡아 가정을 중시하는 것도 요령이다.
「건강에 투자하라」가 셋째 비결이다. 공무원생활 14년째인 정무2장관실의 황인자(42) 제3조정관은 『건강하지 않으면 효율적인 시간관리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30대부터는 6개월에 한번 정기검진을 받으라』고 권한다.
넷째 비결은 「자투리 시간과 쪽지를 적극 활용하라」. 출퇴근 시간에 외국어공부를 하고 『두꺼운 책은 조금씩 찢어서 들고다니며 틈날 때마다 읽을 것』을 주씨는 권한다. 전화로 매일 자녀와 짧게 대화하는 법도 활용한다. 주씨는 자녀와 얼굴 볼 시간조차 없으면 「소풍때 도시락 뭘 싸줄까」같은 쪽지를 자녀 책상에 써두고 출근했다. 황조정관은 『가정통신문의 부모의견란은 짧게라도 직접 써야 엄마가 교육에 관심있다는 것을 학교가 안다』고 조언한다.
다섯째는 「문명의 이기를 적극 활용하라」. 가전기구를 활용하고 자녀의 삐삐에 「힘들지?」 「보고 싶다」같은 말을 띄운다. 한국사회정보연구원 박보희(68) 원장의 비결은 「시간을 체질에 맞게 활용하라」이다. 일이 쌓여 있을 때는 하루 4시간만 잔다는 박원장은 일요일에 몰아서 잠을 보충한다.
그러나 최상의 시간관리 비결은 『아이들 스스로 제 할 일을 하게 하고 남편도 가정관리의 책임을 맡게 하는 등 식구를 협조자로 만드는 것』이라고 주씨는 못박았다.
◎직장여성 장기계획
20대는 마라톤을 위한 호흡조절기간이다. 너무 튀려고 하지말고 직장에서 조직을 익히고 사람들을 사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인간이 뭔지 사람 사는 게 뭔지를 알고 선배들도 힘들다는 것을 느끼는 인화의 시대』라는 것. 민씨는 『장기계획을 세워 현재 하는 일이 적성에 맞지 않으면 빨리 변신하는 것도 20대에 할 일』이라고 권한다. 장기계획에 따라 외국어와 컴퓨터공부 같은 자기를 위한 투자를 해둔다. 당장 근사한 일을 맡기보다는 장기적으로 클 수 있는 일을 선택하는 안목이 필요하다.
30대는 프로가 되는 나이이다. 전문가답게 일을 잘 해내야 한다. 황조정관은 『외국연수나 대학원 진학으로 전문지식을 도야하고 전문가로서 저서를 쓰는 일도 이 때 하라』고 들려준다.
40대에는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 남녀를 떠나 조직이 필요로 하는 일을 주도적으로 하며 여성후배들에게는 상담자가 될 줄 알아야 한다. 황조정관은 『경제적으로 안정이 되는 시기이므로 가족 친지는 물론 남에게도 베풀어야 하는 시기』로 40대를 규정하고 은퇴후 재정문제, 여가생활같은 노후대책도 이 때부터 세우라고 말한다.
◎전업주부의 시간관리/자기만의 시간과 공간을 가져라
전업주부들의 고민은 시간이 많은 듯 하면서도 쓸모있는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있는 것은 자투리시간뿐이고 가사와 자녀양육이 「대기상태」로 늘 주부들을 몰고간다.
주부도 시간관리의 원칙을 세워야 한다. 첫번째 원칙은 「자기만의 시간과 공간을 가지라」이다. 엄마로서 아내로서의 역할에만 충실하다보면 어느 순간 모든 가치관이 무너져내리는 공허감을 맛보게 된다. 박보희 원장은 『저녁식사후 30분만이라도 혼자 있겠다고 가족에게 통보하고 책이나 음악을 즐기거나 하다못해 동네라도 한바퀴 산보하며 자기만의 시간을 가지라』고 권한다.
둘째 원칙은 「자신감을 갖고 장기계획을 세우라」. 지난해부터 일주일에 사흘씩 출판사 편집자로 일하는 주부 옥명희(44)씨는 『아이가 어릴 때는 가정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에 파트타임 일만 했다. 그 때도 최선을 다하면서 늘 책을 읽고 사람과 세상을 꾸준히 관찰하며 나름대로 글을 다루는 전문가가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비결을 전한다.
결국 가사는 「몰아서 하는 것」이 비결이다. 빨래 요리 청소를 윤이 나게 하려하지 말고 한번에 한다. 단 자녀가 어리다면 자녀와 시간을 함께 보내는 일에만은 집중투자하라고 옥씨는 권한다.<서화숙 기자>서화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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