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이 통일된지 7년이 됐지만 구동·서독지역 주민들 간의 부조화와 실망감은 점점 더 커지고 있는 듯하다. 한쪽에서는 『자유를 획득한 사람들이 아직도 불평한다』고 비난하고 다른 쪽에서는 『우리는 자유보다 평등을 요구한다』고 반박하고 있다.최근 포츠담대학이 구동독지역 주민 32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명중 3명은 현재 『법적으로 구서독지역 주민과 동등한 취급을 받지 못하는 2류 국민』이라는 피해의식에 젖어 있으며 구동독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거나 그리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과거 동독이 정의사회를 구현하려고 노력했으며 동독인에게는 지상낙원이 약속돼 있었다』고 답변했다. 이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동독사회통일당(SEP) 지도부와 당수에 대한 숭배나 대야당·국민 테러에 앞장섰던 비밀경찰의 만행 등을 잊어가고 있다.
응답자 중 59%는 통일로 인한 여행 자유화를 긍정적인 것으로 평가했으나 『민주주의 체제를 지지한다』고 답한 사람은 11.5%에 불과했다. 또 20%는 『아직 직업과 사회적 몰락 등 장래에 대한 불안감이 많다』고 답변했으며 7%만이 『자유 획득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반면 구서독지역인들은 『가난한 이웃을 먹여 살리는데 너무 많은 짐을 짊어지게 됐다』고 생각한다. 또 『많은 희생을 감수하고 그들을 돕고 있으나 그들은 고마운 줄도 모른다』고 불평한다.
이같은 결과는 베를린 장벽붕괴 후 헬무트 콜 당시 서독총리가 유세에서 『몇년후면 동부 독일도 곧 번영하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한껏 불어 넣은데도 원인이 있다.
차라리 당시 동독인들에게 서독의 번영은 반세기에 걸친 노력의 결과라는 사실을 말하고 이해시켰더라면 내적 통일을 이루는데 더 큰 도움이 됐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같은 사례는 남북통일을 기다리고 있는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이 될 것이다.
나는 유럽인의 개인주의가 지금 독일인의 내적 통일에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서양인들은 「내 아내」라고 하는데 비해 한국에서는 「우리 집 사람」 「우리 애 엄마」라고 말한다. 서양에서는 개인주의 혹은 이기주의가 우선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우리」가 중요하게 평가되고 있다.
따라서 정치적인 남북통일에서 더 나아가 내적 통합을 이뤄야 하는 통일문제에서 「나」보다 「우리」를 중시하는 우리의 의식이 독일에 비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97년 우리에게는 「통일」이 주요 화두가 될 것이다. 독일이 겪고 있는 내적 통일의 어려움을 보다 구체적으로 분석·연구해서 한반도 통일에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재독 건축학자>재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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