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운 지도자 필요한 시대”/노동법처리 지금도 잘했다 생각/후보경선은 야 전당대회후 78월 적당할듯/특정지역 특정계파 후보 안된다는 것은 속단□대담=조명구 차장
―새해 소감과 포부를 말씀해 주십시오.
『금년은 20세기를 마무리짓는 중요한 해입니다. 특히 경제적 어려움이 21세기로 가는 마지막 고비이자, 도전이 될 것입니다. 그 어느 해보다 도전, 실현이라는 말이 실감납니다. 개인적 포부는 당대표로서 대선 승리를 이끌 수 있도록 충실히 역할을 다하겠다는 것입니다』
―신한국당의 노동관련법 변칙처리가 정국경색과 파업사태를 초래했습니다. 지금도 불가피했다고 생각하십니까.
『불가피했을 뿐만 아니라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들어서도 정치권, 노동계, 재계가 노동법을 놓고 갑론을박하고 힘겨루기를 계속한다면 그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갈 것입니다. 지난 연말에 처리됐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경제회생에 모든 힘을 집결할 수 있게 됐다고 봅니다』
―이대표는 최근 인맥도 관리하고 자신감도 넘쳐 보여 경선에 나서겠다는 의사를 굳힌 것같습니다.
『초연해야만 대표직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일단 대표직 수행에 정성을 기울이겠습니다. 지금 경제, 안보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와 불안이 높기 때문에 당은 이들 문제에 총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대표로서 경선문제는 접어두는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올 상반기 이후 총재나 당원들이 경선출마를 권한다면.
『대답하기 어렵습니다. 확실히 얘기할 것은 대표직을 훌륭히 수행, 당과 국가에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는 사실입니다. 그 이후의 문제는 그때 가서 생각하는게 순리이겠지요』
―신한국당 대통령후보는 어떤 사람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신한국당은 집권당이므로 대통령을 뽑는다는 자세로 후보를 선출해야 합니다. 때문에 21세기 한국의 미래상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생각하면, 신한국당 후보의 덕목이 나옵니다. 우리의 미래상은 내실에서도 선진화가 되고 의회민주주의의 제도화, 경제발전, 생활의 질 향상이 이루어지며, 문화와 학문이 숭상되는 나라입니다. 이런 미래를 선도할 수 있는 인물이 후보가 되겠지요. 그동안의 대선은 과거비리를 놓고 논란을 벌이는 등 과거지향적이었으나 이번 대선은 미래지향적이 돼야 합니다』
―우리 헌정사를 볼 때 온건한 지도자와 강인한 지도자가 순차적으로 나타난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차기대통령은 온건한 지도자가 나올 것이라는 예상이 많은데요.
『강인함과 온건함은 스타일의 문제입니다. 시대상황으로 보면 온건한 스타일의 지도자가 적절하다고 봅니다. 부드러운 언행, 합리적 결정, 많은 사람의 지혜를 모을 수 있는 지도자가 필요한 때입니다. 국민들은 한 사람의 독단에 의해 운영되는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OECD국가중에도 콜, 메이저 총리 등이 결코 강한 지도자는 아닙니다. 변하는 시대에서는 강인한 지도자보다는 부드러운 지도자가 필요합니다』
―경선시기는 언제가 적절합니까.
『뭐라 말하기 어렵습니다. 대선이 12월인만큼 7∼8월이 적당하지않나 생각합니다. 이에 대해서도 양론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예상컨대 야당이 전당대회를 한 후 여당이 대통령후보를 선출할 것으로 봅니다』
―경선규정이 까다롭습니다. 8개 시도에서 50명 이상의 대의원추천을 받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여태까지 후보경선에 관한 규정을 스스로 검토한 적은 없습니다. 원칙적으로 얘기한다면 당헌·당규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당내에서 제기되면 마땅히 적절한 방향으로 검토돼야 합니다. 확실히 불합리한 점이 있다면 합리적으로 고쳐져야 합니다. 그게 사리로 봐서도 옳은 일이고 국민들에게 민주적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도 불합리한 점은 수정돼야 합니다』
―김대통령이 경선에서 중립을 지킬 것으로 보십니까.
『예측하기가 어렵습니다. 7일 연두기자회견을 지켜봅시다』
―92년 여당경선에서 노태우 당시 대통령도 대외적으로 중립을 표명했지만 실질적으로는 특정인을 지지했습니다.
『김대통령이 정통정당인이기 때문에 노 전대통령 보다는 정통정당인이 취할 수 있는 입장을 택할 것으로 봅니다』
―지난해 가을 당일각에서 제기된 「민주계 무망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선거까지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이 시점에서 특정지역, 특정계파가 안된다는 것은 속단입니다. 대표로 일해 보니 밖에서 보는 것과는 달리 계파가 사실상 없더군요. 다만 세력확장을 위해 이미 없어진 연고를 재생시키려는 유혹이 있는 듯하나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각종여론조사에서 당내인사보다 영입인사의 지지도가 높은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당연합니다. 국민에게 널리 알려져 있기 때문에 당이 영입, 세를 확장하고 이미지를 부각시킨 것 아닙니까. 원천적으로 영입인사가 스타의 덕목을 갖고 있는만큼 현재 영입인사의 지지도가 높은 것은 자연스런 현상입니다』
―이대표는 온건하다는 평을 받고있지만 유약하다는 지적도 많은데요.
『스스로 약하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외유내강이라고 생각합니다. 겉으로 강하게 나가는 사람이 무섭지도 않습니다. 강한 이미지를 표출하는 시대는 지나갔습니다』
―야권후보단일화 가능성을 어떻게 전망합니까.
『야권후보단일화는 큰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야권후보단일화가 이념, 정책과는 무관하며 권력획득의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과거에 얽매이는 논리에 불과합니다. 국민들은 이번 대선에서 미래를 기준으로 선택하리라 확신하는만큼 야권후보단일화는 변수가 안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제가 심각한데 그 원인과 타개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국제시장의 변동, 국내경제의 구조적 한계, 정부의 안일한 대처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봅니다. 금년부터 경제의 구조개혁에 착수, 3년간 지속적으로 노력하면 21세기에는 다시 도약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올해 남북관계는 어떻게 진전될 것으로 보십니까.
『급격한 변화는 없겠지만 대화와 협력국면으로 갈 것으로 봅니다. 3∼4년의 냉각기, 고비를 넘겼기 때문에 이제부터는 인내심을 가지고 대화국면으로 전환해 가야 합니다. 특히 남북관계에는 유연성이 필요한데 국민이나 언론이 이를 일관성없는 것으로 비난하면 안됩니다. 유연한 지도자를 국민이 신뢰하면 남북문제에 있어서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현 정권이 많은 개혁을 했지만 국민지지가 그리 높지 않은 것 같습니다.
『문민정부의 역사적 역할은 과거정리였습니다.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과연 할 수 있었을까 자신못할 정도입니다. 5·18특별법 제정, 두 전직대통령 재판, 금융실명제, 군 사조직 척결 등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이처럼 과거청산에는 성과가 있었으나 새로운 민주주의의 제도화, 생산성을 창출해 내는데 국민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 것 같습니다』<정리=이영성 기자>정리=이영성>
◎이홍구 캠프/아직 체계적 조직 미비 불구/잠재된 세력층은 만만찮아
신한국당 이홍구 대표는 아직 캠프라고 할 만한 체계적인 조직은 갖추고 있지 않다.
당대표 입장에서, 그것도 「대권무욕」을 강조해 온 처지에 대선경쟁에 대비한 사조직을 형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당대표실과 의원회관을 제외한 어떠한 개인사무실도 갖고 있지 않다. 그러나 이대표 주변에도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이대표 자신이 「나는 대표이지 대권주자가 아니다」라고 부인하고 있지만 어느새 대권반열에 올라 있기 때문이다.
이대표를 가까이에서 보좌하는 그룹은 모두가 공식적인 참모진이다. 대표비서실장인 이완구 의원과 상근특보인 청와대 정책비서관출신의 전성철 변호사가 비서실의 핵심이다. 최창렬 보좌관과 공채당료인 강현석 보좌역, 안홍 부국장 등이 이대표의 일정과 연설문 등을 챙기는 실무를 맡고 있다. 이대표는 전특보를 포함해 강성재 김문수 오양순 최연희 허대범 의원 등 초선의원들로 구성된 대표특보단이 구성돼 있으나 이들의 실제 역할은 미미한 편이다.
이대표의 인맥은 이같이 드러나 있는 보좌진보다 잠재돼 있는 성원세력층이 간단치가 않다. 우선 경기고 49회 동기생 모임인 「청하회」멤버들부터가 쟁쟁하다. 이세중 전 대한변협회장 배도 효성물산 고문 최광수 전 외무장관 이주용 한국전자계산기술회장 한만청 서울대병원장 정인용 전 경제부총리 허완구 승산실업 사장 이한웅 신협중앙회장 이희섭 한국제분 회장 이응선 신한국당의원 등이 그들이다. 이중에서 한병원장과 배고문은 재동초등학교 동기생으로 이대표와는 죽마고우이다. 이밖에 서울법대 11회 동기생인 권오기 통일부총리 김태지 주일대사 김창열 전 방송위원장과도 교분이 두텁다. 이대표는 또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와 한국정치학회장을 맡으면서 인연을 맺은 한승수 경제부총리 안병영 교육부장관 이인호 주 핀란드대사 최상용(고려대) 김달중(연세대) 이상우(서강대) 교수 등과 가깝고 미 하버드대출신의 김병국(고려대 정외과) 교수를 각별히 아끼고 있다.
이대표는 「국제신사」라는 별칭에 걸맞게 해외에도 많은 지인들이 있다. 미국 헤리티지재단의 퓰러 이사장과 셰퍼 교수는 방한시 항상 이대표를 만나고 가는 사람들이고, 한국문제에 정통한 미 버클리대의 스칼라피노 교수, 아서 스토킨 옥스퍼드대 석좌교수 등 세계적인 석학들과도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대선 포인트/유약한 이미지 넘어서기 관건
신한국당 이홍구 대표는 정치 초년생이다. 이대표 자신도 『아직은 프로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노회한 프로정객들이 뒤엉켜 싸우는 고난도 대권게임에서 아마추어는 그래서 일단 부전승이다. 무엇보다 이대표의 때묻지 않은 참신한 이미지는 구시대 정치인과의 차별화를 부각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강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그의 일천한 정치경험은 정치적 검증기회가 없었다는 점에서 약점이 되고있다. 더욱이 강력한 리더십에 익숙해 온 국민들에게 그의 유약한 이미지는 낮은 지지도로 나타나고 있다. 그는 온건한 이미지에 다양한 경륜을 갖춰 21세기형의 지도자로 인식되기도 하지만 경제회복과 남북관계에 대처하려면 강력한 리더십이 요구된다는 점에선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시각도 적지않다.
이대표는 이에 대해 자신은 절대로 유약하지 않고 외유내강형의 지도자라고 자평하고 있다. 때문에 그는 차기 국가지도자는 강인한 인물보다는 온건형의 인물을 국가가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대표의 최대장점은 다른 대권주자들에 비해 김영삼 대통령 임기내내 공식적으로 가장 많이 김대통령과 접촉기회를 가져왔다는 점이다.
통일부총리월드컵유치위원장국무총리당대표로 이어진 그의 정치궤적은 김대통령으로부터 받아온 두터운 신임을 입증하고 있다.<정진석 기자>정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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