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월1일이면 나라의 주인이 바뀌게 될 홍콩에 지금 료우빠이(유백)란 말이 유행하고 있다. 어려울수록, 불안할수록 마음을 가다듬고 슬기롭게 대처하자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 료우빠이는 문자 그대로 흰 여백을 남겨둔다는 뜻이다. 동양화의 특징에서 나온 말로 서양화와 구분할 때 「섬세함」을 내세우는 것과 같다.사실 동양화는 붓이 닿지 않은 부분이 많다. 그러나 그것이 공백은 아니다. 붓이나 물감은 닿지 않았지만 엄연한 그림의 일부분이다. 그것이 하늘일 수도 있고 바다, 또는 안개일 수도 있다. 료우빠이는 그림을 감상하는 모두에게 마음의 「여유」를 갖고 생각하며 최고의 아름다움을 추구토록 하자는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중국사람들이 매사에 서두르거나 재촉하는 것을 경계하는 말로 만만디(만만적)가 있다. 서두르면 반드시 실수와 부실, 낭패가 따른다는 경험에서 비롯됐다. 헤어질 때 만쪼우(만주·천천히 가세요), 식사할 때 만만츠(만만흘·천천히 드십시오)란 인사말도 같은 맥락에서다. 이에 비해 료우빠이는 깊이 생각하고 관찰하며 함부로 행동하지 않을 것을 가르치고 있다. 만만디가 행동철학이면 료우빠이는 마음의 철학인 셈이다.
지금 당장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너무도 많다. 기력을 잃어버린 경제를 되살려야 하고 과소비를 추방해야 하며, 흐트러진 질서의식도 바로잡아야 하고 21세기를 맞을 채비에도 빈틈이 없어야 한다. 그런데 해가 바뀌기 무섭게 대선바람부터 불어닥칠 기세다. 일의 선후도 없고, 무엇하나 착실히 다져갈 자세도 되어 있지 않다. 그저 모두가 들떠 있는 모습으로, 이대로라면 올해 한해도 소란 속에 부실한 또 한해가 되기 십상일 것만 같다.
모두가 마음을 가다듬고 일의 선후를 가리며, 힘을 합해 하나하나를 다져나가야 할 때다. 「격변」을 눈앞에 둔 홍콩뿐만 아니라 당장 우리에게도 료우빠이 철학이 절실하다는 생각이다.<논설위원실에서>논설위원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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