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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변화의 한계(남북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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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변화의 한계(남북회랑)

입력
1997.0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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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97년을 맞아 상당한 변화의 폭을 열어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휴전이후 1천건 이상(1970년이후만 309건)의 대남무장침투사건을 범했으나 한번도 이를 시인한 적이 없었는데 지난해 9월의 강릉무장공비 침투사건을 외교절차를 통해 사과 했고 또 북한의 신년사는 이례적으로 북한의 식량사정이 어렵다는 것을 공식시인함으로써 지난날의 날조시대를 벗어나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북한은 번연히 아는 내부 사정까지도 전혀 모른체 하거나 딴판으로 외부에 선전해온 것으로 보면 상당한 변화이다.주변국들은 이런 「말의 변화」를 높이 사 상을 주려하고 있다. 한국은 인도적 차원의 대북지원을 재개할 예정에 있고 미국은 카길(사)에 50만톤의 대북식량수출을 허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50만톤이면 전 북한주민이 2개월이상 먹을 수 있는 엄청난 양이다. 클린턴행정부는 강릉무장공비 사건이 미북한과의 거래협상진행을 더디게 할까봐 안달을 해왔기 때문에 이를 계기로 대북협상의 봇물을 터뜨릴지 모른다. 일본도 대북 수교협상을 즉각 재개할 태세다.

북한을 새로운 거래대상으로 잡는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조그마한 변화라도 소련의 글라스노스트나 페레스트로이카처럼 큰 변화를 몰고 올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 거래자는 북한의 존재적(Sein)변화가 가져오는 경제적 및 정치적 지원이 북한의 당위적(Sollen)변화를 저지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갖고 당위적 변화를 요구할때 북한의 존재적 변화를 변화로 볼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 필요가 있다. 북한이 가난을 인정할 정도로 가난해 졌기때문 만으로 원조 한다면 북한의 몰인권적 체제를 방조하는 결과가 된다는 것이다.

가장 무서운 북한의 실정은 인민의 배고픔보다는 인민이 아무런 권리도 없고 재산도 없으며 오직 복종만 강요당하는 몰인권국이라는 점이다.

북한은 한때 공산주의를 한다면서 농민에게 무료로 토지를 나눠주고 무산계급에게 공장경영을 맡기기도 했으나 1954년부터 과학적 사회주의를 내세워 모든 토지를 몰수해 협동농장화하고 개인상공업 역시 협동화한다는 이름으로 몰수하여 완전한 김일성독재체제를 이뤘다. 1958년이후 북한의 권력이란 권력, 재산이란 재산은 물론 그 통제권도 오직 김일성을 비롯한 300∼400명의 당관료들이 독점하고 인민은 한갓 쟁기자루나 보습으로 전락됐다. 전인민을 권력에 대한 충성심을 바탕으로 핵심계층, 동요계층, 적대계층의 3개층으로 구분하고 동요계층이나 적대계층으로 분류된 자는 입당자격, 자녀들의 대학진학권, 군장교임관자격까지도 빼앗아 「영원한 상놈」으로 전락시켰다. 전인민의 3분의 2나 되는 「상놈」들은 이웃 군도 방문치 못하는 거주이전의 자유가 없는 것은 물론 「배고프다」는 말한마만해도 반동으로 처형된다. 민주국가가 북한을 지원한다면 당연히 이런 김정일독점체제의 죄악을 지적해야 한다. 인민은 이미 죽어가고 있고 그 죽어가는 인민을 더이상 착취할 수 없어 가난해진 북한정권을 인권변화의 요구없이 지원한다면 결국 「악의 제국」을 돕는 결과가 된다. 김정일체제가 듣든 안듣든 인민을 더이상 몰인권적 존재로 남게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분명히 한후 경제지원을 하든 국교를 트든 해야 한다. 비록 당장은 효과가 없더라도 북한의 당위적변화를 지적하고 요구해야 김정일정권의 탈인간화에 동참하는 죄를 짓지 않게 되는 것이다. 97년의 세계는 북한이 변할 수 없는 변화의 한계를 넘는 것을 바라봐야 한다.<정일화 논설위원 겸 통일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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