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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없는 군 총기피탈(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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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없는 군 총기피탈(사설)

입력
1997.0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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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군 해안경비부대 총기 사취사건 하나만으로 군 전체의 기강을 탓하기는 어렵다 하더라도, 그것이 잠수함사건 후 군수뇌부가 입이 닳도록 다짐한 군기문제와 관련된 일이라는 점에서 우려할 만한 사건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사건 발생지역은 안보핵심인 수도권과 인접한 곳이다. 이곳에 주둔하는 방위부대는 경계태세가 늘 완비돼 있어야 한다. 그런 부대에 민간인이 가짜 계급장을 달고 들어가 근무중의 장교를 속여 총기와 탄약을 받아가지고 유유히 잠적했다는 사건발생 경위는, 「도대체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하는 한탄이 저절로 나오게 한다.

부대순찰 중의 소령이 무장도 하지 않은 채 현지 경비소대에서 개인화기를 조달받았다는 행위 자체가 처음 들어보는 일일뿐 아니라, 지급된 K2소총이 그 부대 선임하사의 것이라는 사실은 군의 총기관리 상태가 이렇게까지 허술한가 놀라게 한다.

군인에게 지급된 개인화기는 그 군인의 분신과 같은 것이라고 우리는 알고 있다. 잃어버리거나 적에게 빼앗기는 것은 곧 아군의 손실이고 적의 화력강화를 의미한다. 하물며 남에게 빌려준다는 것은 군인의 임무를 포기하는 행위나 마찬가지다.

다음은 사건에 대처하는 군의 초동태세가 잠수함사건을 겪고서도 여전하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사건발생은 3일 하오 11시20분에서 50분 사이였고, 5분 대기조가 출동한 것은 4일 상오 2시10분께였다.

범인은 그 사이 2시간 이상을 마음놓고 도주할 수 있었던 셈이다. 승용차 이용이 가능했다면 통행량이 적은 새벽시간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서울까지 충분히 잠입할 수 있는 시간이다.

군은 무장탈영이나 군기사고가 날 때면 으레 서울시내로 들어가는 다리를 막고 검문하는 일을 되풀이하고 있지만 검문으로 범인을 잡았다는 얘기는 들어본 기억이 없다. 잠수함사건 때도 무장탈영병을 잡는다면서 법석을 떤 일이 있었지만 탈영병은 경비망을 뚫고 서울에 들어와 난동을 부리다가 자살해 시민의 빈축을 샀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검문으로 출근길 시민의 지각사태가 벌어졌다. 이번 경우 검문이 불가피한 것이라 하더라도 교통지체를 덜고 시민의 불편을 더는 검문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군의 무리한 검문이 과거의 비민주적이고 불합리한 자세를 탈피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면 바로잡아야 한다.

국방장관과 합참의장, 각군총장은 신년사에서 일제히 올해를 『북한의 도발이 우려되는 가장 위험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여기에는 나름대로 그럴 만한 이유가 있겠지만, 우리는 군수뇌부가 지금 할 일은 이같은 발언으로 공연히 민심을 불안하게 하기보다는 이번 총기사건처럼 「처음 들어보는 일」이 없도록 군 내부단속을 철저히 하는 일이 먼저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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