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들은 낯도 두껍다. 김칫국도 미리부터 잘도 마신다. 정당의 신년 단배식에서는 1년 정도 남아있는 대선을 놓고 벌써 필승을 다짐한다. 여야 모두가 국민을 끌어다 대고 「국민들이 우리 당 후보를 선택할 것」이라고 큰 소리 친다.정초부터 우스갯 소리 하나. 정치인들은 악수를 무척 좋아한다. 덩달아 정치부 기자들끼리도 악수를 많이 한다. 처음 정치부 기자가 돼서 무척 당황한 적이 있다. 조금전에 만났는데 또 악수하자고 덤빈다. 지금은 익숙해져서 괜찮다. 우리의 악수모습은 정확하지가 않다. 동료끼리 모처럼 만나 악수하는 것은 괜찮은데 높은 사람 만났을때는 엉거주춤 해진다.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는듯 하다가 엉거주춤 손을 잡는다. 웃사람에 대한 예의표시를 하려는 순간 손을 내미니 잡지 않을 도리가 없다. 서양식 인사인 악수와 동양식 예의표시가 엉거주춤하게 합쳐져서 그럴것이다.
그 엉거주춤한 인사를 가장 많이 받았던 사람은 아마도 3김일 것이다. 가장 오랜기간 정치판에서, 정치지도자로 있었기 때문이다. 엉거주춤한 인사가 많다고 해서 정치마저 엉거주춤한 것은 물론 아니다. 정치만큼 중요한 것도 없다. 권력을 거머쥐는 가장 확실한 수단이 정치이며, 그 권력이 국민생활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경제의 사활도 정치에 따라 좌우된다. 그렇게 중요한 정치가 툭하면 낙후된 분야로 꼽힌다. 요즘 우리사회의 공적1호로 꼽히는 고비용 저효율의 「원전」이 사실은 정치판일지도 모른다.
떨어질줄을 뻔히 알면서도 굳이 후보로 나서겠다고 우기는 것, 누르면 누를수록 힘이 생기는 것, 그것도 정치이다. 어찌보면 「모든 에너지는 변하지 않는다」는 만고의 법칙이 통하지 않는 유일한 분야, 그것이 우리의 정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50의 힘을 쏟아 부었으면 50의 결과가 나와야 하는데 때로는 수백 수천이 나오고, 때로는 훨씬 못미치는 결과가 나온다. YS가 대통령이 된 것, 그리고 지금 DJ, JP가 후보단일화 한다면서 각각 따로따로 대통령후보의 절차를 밟아가는 것도 마찬가지 이치이다.
또 하나. 두김씨가 여전히 정치지도자로 우뚝 서있는 것도 위와같은 이치, 「에너지 불변의 법칙」이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두 김씨가 후퇴할 계제는 여러차례 있었다, 그러나 그럴때마다 그들은 훈장 하나씩을 보너스로 받아 더 큰 정치적 역량을 발휘해왔다. 가장 최근의 예는 JP. 신한국당에서 쫓기듯 내몰렸으나 오히려 더 큰 힘을 가진 야당 총재로 부상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정치분야만 낙후돼 있고 정치인들만 「몹쓸 사람들」이 아니다. 그 국민에 그 정치인 것이다.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라는 말과 똑같다. 국민이 똑똑해야 똑똑한 정치가 이뤄지고, 똑똑한 정치지도자가 나오기 마련이다. 정치지도자들중에는 이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려고 하나 할 정도로 품격이 의문시 되는 사람들이 더러는 있다. 바짝 다가서서 살피면 자질과 품격이 떨어지는 사람, 도대체가 믿음직스럽지 못한 사람들이 후보가 되겠다고 많은 일을 벌이고 있다. 그런 사람들이 일부의 눈에는 대통령감으로 비쳐지고 있다.
신년에 접어들어 모두가 다짐을 한다. 21세기를 앞장서서 준비하고 통일시대를 개척할 대통령을 뽑는 선거이니, 이번에야 말로 훌륭한 지도자를 선택해야 한다고 다짐들을 한다. 그러나 거창한 다짐까지는 필요가 없다. 정치에서도 「에너지 불변의 법칙」이 통하도록 하기만 하면 된다.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라는 말을 듣지 않도록 국민들이 눈을 똑바로 뜨기만 하면 된다. 선택은 국민이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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