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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안보·자원기지 확보 포석/해외 농축산단지 개발 의미와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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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안보·자원기지 확보 포석/해외 농축산단지 개발 의미와 전망

입력
1997.0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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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건 좋은 해외서 직접생산/지속적·장기적 수급 안정/‘국토 넓히기 의미’ 정부도 장려/성장가능성에 뒤늦게 눈 뜬 대기업들 앞다퉈 참여계획해외 농축산단지 개발은 식량안보와 자원기지 확보 차원에서 그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 출범으로 농산물시장이 개방됨에 따라 국내 농업은 값싼 외국 농산물에 밀려 자칫 고사할 위험에 처해 있다.

더구나 세계 식량수급 상황도 불안정하다. 세계곡물 재고량은 최근 안정선인 60일분에서 48일분으로 낮아졌고 공업화에 따른 경작지 감소, 육류소비 증가로 인한 사료곡물 수요의 증가로 세계적인 식량위기까지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이에 대처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해외 농축산단지 개발이 검토돼 왔다. 생산여건이 좋은 해외에서 농산물을 직접 생산해 국내농업의 침체와 외국 곡물메이저의 위협에 대응한다는 것이다.

해외조림사업도 마찬가지다. 펄프 및 원목에 대한 수요증가에 비해 무리한 벌목에 따른 삼림자원의 감소로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목재공급을 장담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해외 농축산단지 개발은 「국토 넓히기」의 의미도 강하다. 삼성물산의 호주 와라목장 책임자 김명수 과장은 『우리 주권이 미치는 진정한 의미의 국토는 아니지만 우리의 자원이 자라는 간접적인 우리땅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해외농축산단지 개발에 대해서는 정부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농림부는 기업을 대신해 현지의 기후 토양 지질 등에 대한 타당성 조사를 해주고 종자선택과 생산기술, 판로 등 농장운영 전반에 관한 토털서비스도 구상중이다.

회임기간이 길고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해외농업투자의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 대외경제개발협력기금(EDCP)의 자금을 연리 5%, 15년 상환조건으로 융자해 주고도 있다. 정부는 다만 70년대 남미농장개발과 같은 실패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 수익성을 바탕으로 한 민간주도 방식을 택하는 대신 해외에서 생산된 농축산물의 국내 반입 등 외교·제도적 문제를 해결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외국 현지의 반응도 좋은 편이다. 호주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주 콜리의 조림관리관 데이비드 나일씨는 『외국기업의 진출에 대해 처음 현지 농민들이 반감을 가졌던 것도 사실』이라며 『그러나 조림지 개발로 소득이 늘고 고용도 늘자 이제는 오히려 한국기업의 투자가 확대되기를 기대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최근 대기업들이 잇달아 해외농축산단지 개발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도 이런 분위기 때문이다. 한화그룹은 2,000만 달러를 투자, 아르헨티나 팜파스 지역에 1,500만평 규모의 옥수수·밀 농장 개발에 나설 계획이고 진로그룹은 캄보디아 카피오카에 농산단지 개발을 추진중이다. 대우그룹은 98년까지 폴란드 북부지역에 500만평의 목초지를 매입해 축산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과 함께 동남아 지역의 쌀플랜테이션과 파키스탄 펀잡지역의 농산단지 개발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쌍용도 중국 네이멍구(내몽고)자치구 치펑(적봉)에 농장과 목장을, 금호는 중국 윈난(운남)성 쿤밍(곤명)에 30만평 규모의 화초농장 개발을 추진중이다.

농림부 국제농업국 관계자는 『중국이나 러시아 등 일부국가에서는 수준이하의 노동력과 경직된 관료체제, 물류시설 부족, 국내 판매망 미비 등으로 애를 먹는 경우도 있다』며 『해외농업투자도 제조업과 마찬가지로 투자의 효율성을 최대한 높일 수 있도록 주도면밀한 계획아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의 해외농업/70년대초 시작… 축산·임산분야 호주·미국 등에 활발한 투자

해외농업투자에 앞장서 온 대표적인 나라는 일본이다. 세계적인 식량 및 자원확보 경쟁을 예상, 70년대 초부터 해외에서 직접 농축산 자원을 생산하려는 시도를 활발히 해왔다. 국토가 좁은데다 자원이 턱없이 부족한 일본으로서는 안정적인 식량과 자원의 공급이 절실했다.

일본의 농업투자는 주로 축산과 임산분야에 집중돼 있다. 대규모 비육우 목장을 운영하는 일본의 종합상사나 식품유통업체들이 호주에만도 10여개에 이른다. 마루베니(환홍)상사는 88년 호주 기업과 합작으로 1,300만 호주달러(약 87억원)를 들여 뉴사우스 웨일스주에 곡물·비육우 목장을 시작했다. 연간 2만1,000두의 소를 키워 거의 전량을 일본으로 수출한다. 처음 5년간은 적자를 봤지만 마루베니 축산의 국내유통망을 동원, 마케팅에 성공하면서 93년이후 꾸준히 사업을 확장해 가고 있다.

73년 호주에 진출한 미쓰비시(삼릉)상사는 이보다 훨씬 규모가 큰 연간 8만두 규모의 비육우목장을 운영하고 있다. 자체 도축장까지 갖추고 생산된 쇠고기의 60%를 일본에 수출하고 있다. 식품유통업체인 일본햄은 뉴사우스 웨일스의 목장에서 생산된 고기를 호주 현지에서는 시중가보다 낮게 팔면서 일본에는 비싼 가격에 수출하는 가격이전 전략을 통해 재미를 보고 있다.

미국에도 젠치쿠와 니치멘 등 6개의 일본기업이 목축업에 진출해 있다. 특히 젠치쿠는 3만1,200㏊(약 1억평)의 현지목장을 16억엔에 매수, 연 6,000두의 비육우를 생산하고 있다. 이밖에 캐나다 뉴질랜드 중국 브라질 등에도 10여개의 일본 종합상사와 식품유통사들이 진출, 비육우 목장과 가공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해외조림 사업에 뛰어든 일본 제지업체들의 활동도 활발하다. 호주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주의 알바니지역에서 93년부터 6,000만평 규모의 조림사업을 벌여 온 오지(왕자)제지는 20여년전부터 해외조림 사업에 뛰어든 선구자적 존재다. 브라질에 약 4억7,000만평 규모의 조림지를 갖고 있고 뉴질랜드와 베트남에서도 각각 약 1억2,000만평, 3,900만평의 조림지를 경영하고 있다.

75년 파푸아 뉴기니에서 조림사업을 시작한 혼슈(본주)제지와 지난해 호주에서 4,800만평 규모의 조림사업을 시작한 니혼(일본)제지 외에 미쓰비시제지 등이 칠레에 2억2,500만평의 산지를 임차, 삼림을 조성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일본기업의 해외 조림지는 6억4,500여만평에 이르며 이를 통해 양질의 목재를 안정적으로 일본국내에 공급하고 있다.

◎한솔제지 호주 조림사업 현장책임자 이동호 대리/“국내 최초 해외조림 성공/자부심과 보람 느낍니다”

『울창한 나무숲 사이를 걸으며 무럭무럭 자라나는 유칼립투스 나무를 바라보면 가슴이 절로 뿌듯해 집니다. 수확을 앞둔 농부의 기분이라 할까요. 국내 최초로 해외 조림사업에 뛰어 들어 성공했다는 자부심과 보람이 느껴져요』

호주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주 콜리의 한솔조림지 현장책임자 이동호(31) 대리는 3년만에 10m이상 자란 유칼립투스를 바라 보며 경탄하는 방문객들을 볼 때 가장 기분이 좋다. 조림지를 개발하며 겪었던 마음 고생과 피로가 한꺼번에 사라지는 느낌이다. 그는 지난 3년동안 이곳에서 조림지 임차와 묘목 선정, 식목 등 모든 일을 혼자 감당해 냈다. 조림지를 관리하는 현지 직원의 감독과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주 산림청과의 업무 협조도 그의 몫이다.

91년 고려대 임학과를 졸업하고 한솔제지(당시 전주제지)에 입사한 그는 입사 직후 해외 조림사업부에서 일한 것을 인연으로 자회사인 한솔포렘의 호주 조림사업 현지책임자로 94년 6월 단신 부임했다.

『처음에는 어려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어요. 조림에 대한 노하우는 물론이고 누구를 만나 협의해야 할지, 필요한 서류와 절차는 무엇인지,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었죠』 사무실과 집을 마련하고 직원을 고용하는 등 사소한 일까지 모두 직접 부딪쳐 해결해야만 했다. 언어장벽은 그를 더욱 힘들게 했다.

머나먼 타국땅에서 동료 한명없이 홀로 지내야 하는 그는 늘 고국의 가족이 그리웠다. 모두들 귀가하고 난 저녁시간이면 조그만 사무실에 홀로 앉아 외로움과 싸워야 했다. 서울에는 아내와 갓 태어난 딸아이가 있었지만 출산 직후라 데려올 수도 없었다. 『5개월간 자취생활을 하면서 냉동식품을 질리도록 먹었어요. 직접 김치를 담가 보기도 했지만 맛이 형편 없더군요. 보다 못한 아내가 그해 11월 딸을 데리고 호주로 왔어요』

주산림청과의 업무협조가 빈번해지고 그 중요성이 커지면서 그는 지난해 1월 주도인 퍼스로 이주했다. 콜리의 조림지에는 일주일에 한두 차례 들러 나무의 생장을 점검하고 지역산림청에서 조림지 관리상황을 보고 받는다. 그의 꿈은 진정한 조림전문가가 되는 것. 조림에 관한 다양한 지식과 정보를 얻기 위해 호주 산림청이 주최하는 각종 회의와 세미나에 꾸준히 참석하는 한편 나름대로 조림에 관한 전문서적을 읽고 있다.

『원칙상 3년이 지나면 서울로 돌아가도록 돼 있지만 회사여건상 연장이 불가피하다면 몇년 더 있을 생각입니다. 식목과 조림지 관리 뿐 아니라 앞으로는 벌채와 목재수송 등 보다 종합적인 과제들이 산적해 있거든요』<콜리(호주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주)="배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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