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바비인형은 여권운동가?/독립적인 신세대여성의 대명사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바비인형은 여권운동가?/독립적인 신세대여성의 대명사

입력
1997.01.04 00:00
0 0

◎내년 일본서 바비의류브랜드 추진/‘남성지배사회의 여성들에 자신감’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패션모델은 누구일까. 클라우디아 시퍼, 신디 크로포드, 나오미 캠벨? 뜻밖에도 이런 수퍼 모델들이 아니다. 팔등신에 세련된 미모를 자랑하는 인형 「바비」다.

미국 마텔사에 의해 1959년 탄생한 바비는 전세계적으로 10억개 이상의 분신을 뿌려대며 요조숙녀에서 섹시한 밤무대 가수로, 여군장교에서 간호사로 변신을 거듭해왔다. 수퍼모델들은 언감생심 꿈도 못꾸는, 자기 이름이 붙은 패션스타일(「바비 룩」)도 갖고 있다.

그 바비 이름을 딴 의류브랜드가 일본에서 곧 시판된다. 이에 덧붙여 바비가 은근히 여권운동가로 격상되고 있다.

미국 마텔사는 최근 일본 이토추사와 손잡고 내년 가을부터 세계 최초로 일본에서만 바비의류브랜드를 선보인다고 발표했다. 15∼25세의 여성들을 겨냥, 바비인형이 입는 것과 똑같은 의류와 신발, 속옷, 잠옷, 모자와 액세서리 등을 제조판매한다는 계획이다. 마텔사는 이 바비브랜드가 연간 9,000만달러(약 756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바비브랜드가 히트할 것이라는 전망은 구매가능대상인 젊은 일본여성들이 바비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를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한 것이다. 이토추사의 시장조사에 따르면 일본여성들에게 바비는 「독립적이고 자기확신에 찬 신세대여성」의 대명사이다. 일본은 정치·경제적으로는 안정된 사회이지만 직장, 가정에서는 아직도 남성지배적인 사회이다. 이처럼 여성에 대한 차별이 엄존하는 일본에서 젊은 여성들은 옷차림으로 자유자재 변신을 감행하는 바비를 보고, 「여성도 원하는 것이 무엇이든 될 자격이 있다」는 자신감을 얻는다는 것이다.

마텔사와 이토추사의 시장분석이 과연 일본 신세대여성들에 대한 정확한 진단인가, 그 진위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바비를 여권대변가로 격상시킴으로써 바비식 옷 구입에 대한 여성들의 심리적 거부반응을 없애려 한다는 혐의가 짙기 때문이다.

다만 영혼이 없는 인형 하나로 수많은 억눌린 영혼들을 비록 환상속에서나마 위로하여 그로 인해 엄청난 수익을 얻으려 하는 상업성이 놀라울 뿐이다.<이성희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