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클래식’ 멤버 김광진이 말하는/추억을 한폭의 그림처럼/섬세한 연주·시적인 노랫말/조화를 위한 절제의 미 추구내가 조동익을 처음 만난 것은 6년전 쯤이다. 그때 독집을 만들고 있었던 나는 편곡을 부탁하기 위해 작업실로 그를 찾아갔다. 그는 내 노래 한 곡의 드럼 프로그래밍(컴퓨터로 실제 드럼을 연주하는 것처럼 찍는 것)을 하기 시작했는데, 어느 한 구절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계속 반복수정하기 시작했다. 기다리던 나는 깜박 잠이 들었다. 몇시간이 흘렀을까. 깨어보니 그는 여전히 같은 부분을 수정하고 있었다. 그 세심한 정성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뭐든 대충 대충 끝내려는 스스로를 반성했던 기억도 난다.
조동익. 그는 베이스 연주가 겸 편곡자 그리고 사진 작가다. 80년대에는 기타리스트 이병우와 그룹 「어떤날」을 결성, 「아쉬워하지마」 「그런 날에는」 「출발」 등의 좋은 곡들을 내놓았다. 어쿠스틱 연주라는 일관된 흐름 속에서 꾸준한 변화를 추구하는 음악인으로 포크에서 퓨전 재즈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지니고 있다. 최근에는 얼터너티브와 록적인 면이 강화된 작, 편곡도 많이 보인다.
「동경」은 그가 94년 발표한 독집음반이다.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마니아들에게는 섬세한 연주, 회화적인 가사, 자유로운 음악적 상상력으로 지금도 많은 사랑을 받는 작품이다. 주류는 퓨전의 색깔이 강한 연주곡들. 노래 중에는 어릴적 추억을 회화적으로 묘사한 「엄마와 성당에」 「노란 대문」이 가장 탁월하다. 특히 시적인 노랫말은 우리 대중가요에 새로운 지표를 제시했다고도 할 만하다.
「동경」을 들으면 조동익이 절제의 미를 추구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정열적인 솔로 연주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지만 모든 악기들이 제자리에서 충실히 자기역할을 하면서 이루는 아름다움이 거기에 있다. 음색의 선택에 있어서도 조화를 깨는 파격을 거부하고 전체 음악에 잘 융화되는 것만을 절묘하게 가려 쓴다. 이는 아마도 남 앞에 나서기를 꺼려하는 그의 성격 탓인 듯하다. 국내 최고의 베이스 연주자 중 한사람임에도 자신의 곡에서만큼은 유난히 베이스 연주가 작게 들리는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우리 대중음악계의 뛰어난 편곡자들 중에는 송홍섭 윤상 등 유난히 베이스 연주자가 많다. 이는 베이스라는 악기가 곡의 화성을 잘 받쳐주면서 드럼과 함께 리듬을 이끌어간다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조동익의 「동경」은 그 가장 확실한 증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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