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목사랑 35년 “파란눈 한국인”/45년 미군 장교 입국 79년 귀화/21만평에 7천여종 “동양 최대”충남 태안군 소원면 외항리 서해안의 외진 바닷가에 있는 동양 최대의 수목원인 천리포수목원은 우리나라에 귀화한 미국인 민병갈(75·쌍용투자증권 고문)씨의 한국사랑이 살아 숨쉰다. 한국에 온 지 53년, 수목원 조성 35년째인 97년은 민씨에게 더욱 뜻깊다. 수목원이 산림청산하 재단법인에서 공익법인으로 등록돼 영원히 이 땅에 남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민씨가 공들여 조성한 21만평의 천리포수목원에서는 아시아 어느 나라의 수목원도 따라갈 수 없는 7천여종의 초목(자생종 30%, 외래종 30%, 개량종 40%)이 저마다 독특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대한식물도감에 수록된 4천3백여종보다 2천7백여종이 많다. 멸종위기종 희귀종도 3천여종이나 된다. 3백50여종의 목련은 세계 최대규모이며 4백여종의 호랑가시나무도 다른 수목원들이 넘볼 수 없는 자랑이다. 이 때문에 매년 학생 교수, 외국식물학자 등 1만여명이 찾아온다. 4월에는 목련이 꽃등처럼 주위를 환하게 밝힌 가운데 50여개국이 참가하는 세계목련협회회의가 이 곳에서 열릴 예정이다.
45년 9월 일어통역장교로 한국에 와 정착한 민씨가 수목원을 조성하기 시작한 것은 62년. 버크넬대에서 화학을 전공한 그는 등산을 즐기면서 본 민둥산이 안타까워 수목을 가꾸기 시작했다. 당시 서울대 농대 교수였던 이창복(75·서울대 명예교수)씨를 찾아 다니며 나무에 대해 배우고 별장을 지으려고 천리포에 사두었던 8만평에 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미국에서 가져온 재산을 증권에 투자해 얻은 수익금과 한국은행(53∼82년), 한양투자증권 고문(82∼85년), 쌍용투자증권 고문으로 일하면서 받은 월급을 투자, 지금의 21만평으로 늘렸다. 79년에는 어머니의 만류를 뿌리치고 귀화했다.
독신으로 나무와 함께 살고 있는 그에게는 양아들 4명도 더할 수 없는 위안이다. 62년, 어려운 사정이 한국일보에 보도돼 데려다 기른 송진수(52)씨는 충남 서산에서 건축설계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김갑순(55) 김홍건(36) 구연수(41)씨 등 3명은 대학을 마치고 아버지의 한국사랑을 미국에서 보은하고 있다.
민씨는 우리 식물의 우수성을 세계 1백20개 연구기관에 알린 공로로 곧 환경부장관 표창을 받는다. 이제 대한민국정부도 그를 알아보기 시작한 것이다.<태안=정덕상 기자>태안=정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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