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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새해,우리의 다짐/장재국(아침을 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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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새해,우리의 다짐/장재국(아침을 열며)

입력
1997.0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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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인사를 독자 여러분께 드립니다. 소의 뚝심으로 고난을 이겨내고 국민 모두 큰 공덕 이루는 새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지난 한해는 나라의 경제가 어려웠습니다. 문민정부 출범이래 가장 힘든 한해를 언론계도 국민과 함께 견디어 왔습니다. 여러 경제지표와 전망들은 지난해에 이어 새해에도 경제적 난국이 지속될 것임을 말해주고 있어 걱정이 큽니다. 특히 가슴 아픈 일은, 적지 않은 직장의 근로자들이 평생을 걸고 일하던 직장과 동고동락하던 동료들에게서 떠나야 했던 점입니다.

지난 한해가 저희 한국일보로서는 21세기를 눈앞에 두고 새로운 도전과 도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맞은 중요한 시련기였다고 하겠습니다. 심각한 경제불황에도 불구하고 최소한의 시장질서조차 무시한채 심지어 살인사건까지 빚어낸 동업계의 파행적 물량경쟁이 시련의 한가지 양상입니다. 이같은 시련은 일찍이 경험한 적이 없는 벅찬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어떤 시련이나 악조건도 극복될 수 있으며 반드시 극복되어야 한다는 자신감과 당위를 독자 여러분께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그같은 자신감과 당위의 근거는 한국일보가 지난 1954년 이래 40여년간 단련해온 창간정신과, 그 정신을 복돋워주신 독자여러분께 있습니다.

한국일보는 지난해 6월 창간 42주년을 맞아 국내외 212만부의 발행부수를 공개하고 현재 한국ABC협회(신문·잡지발행부수공사기구)의 실사를 받고 있습니다. 지난 연말에는 경기 성남에 서울본사와 평창동 제2별관, 경남 창원현지공장에 이은 제4공장을 준공하고 세계최초로 개발된 최첨단 무구동축 고속윤전기를 도입, 시험가동 중에 있습니다.

한국일보는 우리나라에서 「독립된 상업주의 언론」을 표방한 최초의 신문입니다. 또한 누구에게도 매이지 않은 「신문전업」으로서 선구적이고 자유로운 언론입니다. 권력과 독점자본으로부터 자유로운 「독립·민간·상업지」의 이념은 근대언론이 추구하는 가장 이상적인 신문상이며, 그러한 이념의 구현은 순수와 열정으로 무장한 전업정신으로만 가능할 것입니다.

3년전 저는 한국일보사 회장에 취임하면서 『불의와 부정에 맞서 정직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신문을 만들 때 우리는 좀 더 독자 곁으로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씀드린 일이 있습니다. 그때의 다짐도 「독자 여러분들의 신문-한국일보」였습니다. 독자의 편에 서서 독자가 원하는 신문을 만드는 것은 한국일보 제작의 첫번째 지침입니다. 권력도 독점자본도 그 누구의 것도 아닌 한국일보는 독자 여러분이 주인인 신문입니다.

지금 시작되는 새해는 제3의 1000년대를 눈앞에 둔 새 밀레니엄의 문턱입니다. 나라 안으로는 새로운 지도자의 선출과 함께 통일된 조국을 기약하고 준비하며, 나라 밖으로는 국경없는 세계를 무대로 평화와 복리의 증진을 도모하기에 바쁜 새시대에 접어듭니다. 21세기는 여러가지 형태로 이미 시작되었음을 보고 있습니다. 희망보다는 불가측한 앞길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한국일보는 한해의 일만이 아니라 지난 몇 해, 지난 몇 십년, 지난 한 세기 우리의 역사 전체를 돌이켜 솔직하게 반성하는 토대 위에서 새로운 내일, 새로운 세기, 새로운 세계로 나아갈 길을 찾는데 힘을 모을 각오입니다. 어떤 경우에도 나라의 장래와 세계의 평화를 위한 밑거름이 돼야 한다는 것이 한국일보가 창간이래 강조해온 기자혼입니다.

그런 뜻에서 한국일보는 최근 몇년동안 우리 언론계를 휩쓴 양의 경쟁을 버리고 질의 경쟁으로 나설 것을 선언한 바 있습니다. 더 이상의 양적 경쟁은 독자의 신뢰를 저버리고 언론 본연의 역할로서도 그 역기능이 언론자체를 파괴할만큼 심각하다는 것이 저희들의 생각입니다.

한국일보는 이제 낭비적이고 무가치한 양의 경쟁시대에 종지부를 찍고 전혀 새롭게 질의 경쟁시대를 열어가겠습니다. 이것은 한국언론사에서 늘 무에서 유를 만들어온 한국일보가 젊고 활력있는 개척자로서 다시 한번 시대의 앞장을 서는 일이기도 합니다. 한국일보는 독자 여러분과 함께 전진하겠습니다. 묵은 해의 어려움과 허물과 어둠을 씻어내고 밝은 새해 맞이하시기를 한번 더 기원합니다.<한국일보사 회장·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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