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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경제인/나진·선봉 방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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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경제인/나진·선봉 방문기

입력
1997.0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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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막한 도시 멈춘 공장… “북한은 녹슬었다”/“수해 상처 아직 그대로/경제활동 정지된 인상/주민들엔 개방바람 솔솔”『북한이 이대로는 절대로 5년을 못버틸 것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최근 5박6일 일정으로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경제인 김모씨(58)는 『나진·선봉시는 물론 주변 도시들이 하나같이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방북소감을 말했다.

김씨가 북한을 방문한 것은 지난해 하반기. 북한측으로부터 투자와 관련한 조사를 해보지 않겠느냐는 요청을 받고 정부허가를 얻어 중국을 통해 방북하게 됐다.

그는 북한 관련자료를 꼼꼼히 살펴본후 방북했지만 가는 곳마다 각종 시설이 너무 낙후돼있고 주민생활이 피폐해 놀라움과 함께 실망을 금할 수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중국 투먼(도문)에서 국경을 넘어 북한에 들어간 그가 첫번째로 들른 원정리는 김일성의 항일전적지로 해방후 대대적으로 개발된 시가지였으나 대부분 도로가 비포장상태였다. 도시와 도시를 연결하는 도로도 비포장에다 폭이 5∼6m밖에 되지 않아 차가 시속 30㎞이상을 달릴 수 없을 정도였다.

나진·선봉시로 가는 길 곳곳에 수해로 다리가 끊어졌으나 복구할 엄두도 내지 못해 부서진 기둥이 냇물 속에 뒹굴고 있었다.

전기철조망으로 둘러싸인 나진·선봉시의 시내에는 한낮인데도 왕래하는 사람이 없이 적막하기만 했고 시내의 유일한 상점 건물에도 상품을 구입하러 오는 손님이 거의 없어 경제활동이 정지상태임을 암시했다.

73년 준공됐다는 20만㎾급 선봉화력발전소는 철구조물마다 페인트칠을 하지 못해 누런 녹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모든 일을 속도전의 방법으로 해내자」는 등 요란한 구호가 내걸린 내부 시설도 곳곳이 녹슬어 과연 가동이 가능한지 의심스러울 지경이었다.

그는 그러나 북한 주민들의 생각이 자본주의적 사고로 변화하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고 말했다. 방북기간 내내 무뚝뚝한 표정으로 그를 인도했던 안내원이 마지막으로 묻는 말은 『어떻게 하면 돈을 벌 수 있습네까』였다.<박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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